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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뇌 없는 세균도 경험을 기억한다

“뭉쳐야 산다!” 우리 몸속 아주 작은 세균인 대장균이 뇌가 없는데도 생존 전략을 기억한다면 믿어져? 심지어 세대가 지나도 기억이 이어진다면? 대장균의 비밀을 들어봤어.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대장균이야. 사람의 소화기관 중 하나인 대장에 서식하는 세균이지. 대장균은 유해한 다른 미생물이 대장에 자리 잡지 못하게 막아 주는 역할을 해. 대장균은 일반적으로 대장 바깥에서는 생존할 수 없어. 다른 장기에 있으면 병을 일으킬 수도 있지. 만약 물에서 대장균이 발견됐다면 물이 오염됐다는 뜻이야. 대장균이 발견될 정도라면 다른 유해한 세균도 많을 가능성이 높거든. 한편, 우리는 가끔씩 떼를 지어서 군집을 만들곤 해.


세균이 단체 행동을 한다고?


대장균의 단체 행동을 ‘스워밍(swarming)’이라고 한단다. 일부 대장균은 군집을 형성하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기도 해.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교 수비크 바타차야 연구원팀은 대장균의 스워밍에 대해 연구해 왔어. 연구팀은 군집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대장균은 흩어졌다가 다시 군집을 만들 때 더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연구팀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분석해 2023년 11월 21일에 발표했단다.

 

군집을 만들었던 경험을 기억한 거야?

 

대장균은 세포 1개로 이뤄진 생물인 만큼 신경계나 뇌세포가 없어. 사람처럼 기억하지는 않는 거지. 대신 연구팀은 대장균이 세포 속 철 성분에 따라 특정 반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철분이 적은 대장균일수록 빠르게 움직였던 반면, 철분이 많은 대장균은 느리게 움직였지. 

 

철분은 대장균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야. 대장균은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철분을 잃곤 해. 몸속 철분이 적을수록 대장균은 철분을 찾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고, 그 결과로 군집을 빠르게 만들 수 있었던 거야.


자손에게도 이 기억이 전달돼?

 

대장균은 다른 세균들과 마찬가지로 세포 분열을 통해 번식해. 철분이 적은 대장균은 분열을 할 때도 철분이 적은 상태로 분열하고, 연구팀은 4세대 뒤 대장균에게도 같은 행동 방식이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그 뒤부터 기억은 점차 흐려지다 7세대쯤 지나면 사라졌단다.

2024년 1월 1일 어린이과학동아(1호) 정보

  • 오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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