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다! 저기예요, 꿀록 탐정님!”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에 바다 위의 모든 어선에 대피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요. 꿀록 탐정도 대피를 돕기 위해 바다로 나가보니, 벌써 파고는 거침없이 높아지고 경비선도 몰아치는 거센 바람에 춤을 추듯 흔들거렸지요. 그런데 바다 위 한가운데, 한 어부가 잔뜩 굳은 표정으로 물속만 들여다보며 표류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어부, 바다로 다시 온 이유는?
“이러고 계시면 안 돼요. 일단 여길 벗어나요!”
꿀록 탐정이 어부를 경비선에 태우고 물어보니 어부는 바다 위를 표류하다 다리를 다친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바다 위에 떠 있었다고 했어요.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해안가로 돌아가며 어부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지요.
“얼마 전, 아까 그 자리에서 굉장히 특별한 넙치를 잡았어요.”
어부가 당시를 회상하며 입을 열었어요.
“넙치요? 뭐가 특별했죠?”
꿀록 탐정이 흥미롭다는 얼굴로 어부를 바라보며 물었어요. 어부는 그 넙치가 다름 아닌 물고기 왕자였다고 했어요. 물고기 왕자는 자신을 바다로 돌려보내 주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했지요. 마음 약한 어부는 그를 그냥 놔주었어요. 그러곤 집에 돌아와 이야기를 아내에게 전했더니, 아내는 몸을 편히 뉠 작은 집을 요구하라 했지요. 어부는 아내의 말을 듣고 바다로 돌아가 보았어요. 그러자 넙치가 예상했다는 듯 그를 기다리고 있었죠. 소원을 빌고 집으로 돌아간 어부는 눈앞의 광경에 깜짝 놀랐어요. 이미 아내는 새집에서 만찬을 즐기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작은 집을 얻고 나니 아내는 마음이 바뀌었어요. 더 큰 성을 갖고 싶게 된 거죠. 그래서 어부에게 넙치가 바다를 떠나기 전, 빨리 소원을 바꿔오라고 어부를 보낸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 같은 날씨에”
이야기가 한창인 그때, 개코 조수가 당황하며 꿀록 탐정을 불렀어요.
“아무래도 태풍이 너무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죠?”
개코 조수가 뱃머리를 돌릴 조타를 손에 꼭 쥐고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태풍은 오른쪽이 더 위험하다?
태풍은 열대 바다에서 뜨거운 수증기를 얻어, 강한 바람과 비를 뿌리며 이동하는 ‘열대저기압’의 한 종류예요. 우리나라는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열대저기압을 ‘태풍’으로 구분합니다. 태풍은 에너지가 많은 적도에서 적은 고위도로 에너지를 운반하며 에너지를 분산해 줘요.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26℃ 이상인 저위도의 따뜻한 바다에서 시작돼요. 막대한 양의 바다 수증기가 상승기류를 따라 대기 상층으로 올라가며 물방울로 응결될 때 방출되는 열로 태풍은 세력을 확장해요. 이 열(잠열)이 주변 공기를 데워 상승기류를 계속 발생시켜 구름을 만들기 때문이죠. 그러다 육지로 상륙하면 태풍은 더 이상 수증기를 공급받지 못하고, 땅과의 마찰력으로 인해 점차 에너지가 약해지며 소멸합니다.
태풍의 진로는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요? 초기의 태풍은 동에서 서로 부는 ‘무역풍’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때 전향력●이 태풍의 진로에 영향을 줘요. 전향력 때문에 태풍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지요. 따라서 서쪽으로 향하던 태풍은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해요. 그러다 태풍이 북위 30에 도달하면 이번엔 편서풍의 영향을 받아 북동쪽으로 진로를 바꿔요. 그렇게 이동하던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만나 진로가 가로막히면,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곡선을 그리며 이동하게 되지요.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북상합니다. 태풍의 오른쪽에는 반시계 방향으로 불어드는 바람과, 태풍이 이동하는 바람이 합쳐서 풍속이 매우 빨라요. 반면 태풍의 왼쪽은 태풍의 이동 방향과 태풍의 회전 방향이 서로 반대라 풍속이 상쇄돼요. 그래서 태풍 진행 방향의 오른쪽을 위험반원, 왼쪽을 가항반원이라고 부른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이번 세기에 대서양 바닷물 순환 멈춘다? 태풍의 운명은?
약 20년 전 개봉한 재난 영화 <;투모로우>;(2004)는 극지역의 빙하가 녹으며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어 빙하기가 찾아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이 영화처럼 바닷물 순환이 바뀌면서 기후가 바뀌고 여름철 폭염, 태풍 등 이상 기상 현상이 늘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피터 디틀레브센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대서양을 흐르는 해류 AMOC(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류)에 주목했어요. 연구팀은 1870년부터 2020년까지의 해수면 온도 재분석 자료●를 컴퓨터 기후모델로 분석한 결과, 이 해류가 이전에 과학자들이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멈출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연구팀은 대서양을 흐르는 AMOC가 2025년부터 서서히 속도를 늦추다 2050년, 늦어도 2095년에는 완전히 멈출 것으로 예상했지요.
대서양을 흐르는 AMOC는 열대 지역의 따뜻한 바닷물을 고위로도 옮기고, 차갑게 식은 바닷물을 저위도로 보내며 해양의 열에너지를 고루 분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대서양을 흐르는 바닷물의 순환이 멈추면 북쪽으로 따뜻한 해류가 가지 못해 유럽에는 매서운 추위가 나타나고, 저위도는 해수면이 높아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연구팀은 “이 해류가 멈추면 열대 지방의 온난화가 심각해질 뿐 아니라, 북대서양 지역의 태풍, 폭풍우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에필로그
“태풍이 올라오는 방향의 왼쪽이 안전한 거였군요.”
꿀록 탐정의 설명을 들은 개코 조수는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렸어요.
“그런데 물고기 왕자에게 소원을 빌지 못해 어쩌죠”
어부의 표정이 금세 어두워졌어요. 그러자 꿀록 탐정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요.
“옆 마을에 요술 항아리를 가진 농부가 욕심을 부리다 벌을 받아 고생을 하더라죠태풍을 만나 물고기 왕자에게 소원을 바꾸지 못한 게 어쩌면 천운일지도”
용어 정리
●전향력 : 지표에서 유체의 이동 방향이 약간씩 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가상의 힘.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북반구에서는 이동하려는 방향의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휘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재분석 자료: 지구의 모든 지역을 일일이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를 3차원의 격자로 나눈 뒤 기온, 바람 등의 기상 요소를 관측자료, 컴퓨터 모의 자료를 합쳐 만든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