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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교과서] <노인과 바다> 이 구역의 낚시왕! 비결은 ‘편광’?

“이런오늘도 허탕인가.”

어부 산티아고 씨가 바다로 나온 지도 벌써 84일째. 하지만 조용하기만 한 낚시대를 보고 허망한 마음이 든 산티아고 씨는 바다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어요. 이제 그만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던 그때, 옆 배에서 촤악! 소리가 나며 커다란 물고기가 바다 위로 솟구쳤지요.

“하하, 탐정님! 또 월척이네요!”

 

 

#동화 마을에 무슨 일이?

‘편광 선글라스’는 낚시 필수품?

 

월척을 낚은 주인공은 바로 꿀록 탐정이었어요. 요즘 꿀록 탐정은 낚시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어요.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개코 조수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낚시를 나왔죠. 이날은 마치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낚싯대를 던지기만 하면 물고기들이 계속해서 잡혔어요. 신나게 낚싯줄을 감던 꿀록 탐정은 옆에서 뜨거운 시선을 느꼈어요.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려보니, 산티아고 씨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꿀록 탐정을 쳐다보고 있었죠.

“대체 비결이 뭔가요? 저는 여기 84일째 있는데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거든요. 분명 물고기가 많다고 해서 왔는데 물고기도 별로 없고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월척을 계속 낚으시는지”

산티아고 씨의 물음에 꿀록 탐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네? 여기 물고기 천국인데요? 보세요! 저도 낚시 초보인데 오늘 유난히 물고기가 많아서 잘 잡는 것뿐이에요.”

꿀록 탐정이 수면 아래를 가리켰지만, 산티아고 씨는 눈을 찡그릴 뿐이었어요.

“눈이 너무 부셔서 바닷속이 잘 안 보이는데요뿌옇기만 합니다.”

그러자 꿀록 탐정은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는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씨익 웃으며 말했어요.

“아, 제게 월척의 비결이 있었네요. 이 편광 선글라스 덕분인 것 같군요.”

“편광 선글라스? 그게 뭔가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눈부심을 막고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편광 선글라스!

 

햇빛이 좋은 날 바다를 보면 수면에 반사된 빛(반사광)이 반짝거려 아름다워요. 햇빛은 모든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빛이에요. 그런데 햇빛이 평평하고 반들반들한 수면에 닿으면, 수면 방향과 같은 수평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이 되죠. 이렇게 어느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을 ‘편광’이라고 해요. 다시 말해 수면에선 수평 방향으로 빛이 편광되는 거지요. 이러한 반사광은 우리 눈에 반짝반짝 빛나 보입니다.

 

하지만 반짝이는 반사광은 나쁜 점도 있어요. 수평면에서 반사되는 반사광이 너무 강하면 우리 눈에 눈부심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눈이 부시면 색을 제대로 구별하기 어렵고, 심한 경우 시야가 흐려지는 등 불편함이 생겨요. 그래서 꿀록 탐정처럼 물 위에서 낚시나 수상스포츠를 할 때에는 편광 선글라스라는 특별한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 좋아요. 이외에도 야외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때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편광 선글라스를 많이 쓴답니다.

 

그렇다면 편광 선글라스는 일반 선글라스와 무엇이 다를까요? 먼저 편광 선글라스는 편광 현상을 이용해 반사광을 걸러내도록 만들어졌어요. 편광 선글라스의 렌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세로 방향의 필터가 있어요. 이 세로줄은 수직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만 통과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반사광은 수평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이기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할 수 없어요. 편광 선글라스는 이렇게 반사광만을 골라서 차단하고, 세로 방향으로 진동하는 햇빛은 충분히 통과시켜줘요. 그래서 우리는 눈부심 없이 물속을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답니다.

 

반면 일반 선글라스는 렌즈에 색을 넣어 시야를 어둡게 만든 거예요. 햇빛을 반사해 전반적으로 눈으로 들어오는 햇빛의 강도를 줄여 줍니다. 그래서 눈부심을 막아주기는 하지만, 반사광을 효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해 시야가 선명하지 못하고 눈부심이 더 강할 수 있는 거예요.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편광으로 달의 비밀 밝힌다? 다누리 탐사선

 

편광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활용돼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디스플레이에 있는 ‘편광 필름’이에요.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편광 필름은 빛의 방향이나 양을 조절해 화면을 맑고 선명하게 해줘요. 3D 영화를 볼 때 쓰는 안경에도 편광 필름이 쓰여요. 한쪽 렌즈에는 수평 방향의 편광 필터, 다른 한쪽 렌즈에는 수직 방향의 편광 필터가 장착돼 있죠. 서로 각도가 다른 영상을 받아들인 우리 뇌는 이를 하나의 영상으로 인식해 생생한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거랍니다.

 

편광 현상은 우주를 관측할 때도 쓰입니다. 지난해 8월, 달로 떠난 다누리 탐사선에도 편광 현상을 이용한 장비가 실렸어요. 바로 한국천문연구원에서 개발한 ‘광시야편광카메라(폴캠)’예요. 달 탐사선 중에는 최초로 편광 관측 장비를 탑재해 주목 받았지요.

 

두 대의 카메라로 이뤄진 폴캠은 다양한 각도에서 달의 표면을 관측해요. 달 표면에 있는 토양은 입자 크기나 조성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특징이 달라요. 폴캠은 편광 관측 장비를 활용해 보다 선명하게 입자의 크기와 조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요.

 

최근 다누리 탐사선은 폴캠이 찍은 ‘비흐만 크레이터’의 영상을 보내왔어요. 비흐만 크레이터는 작은 원형 그릇 모양으로 최대 지름이 약 62km인 달 분화구예요. 다양한 파장과 각도에 따라 크레이터의 밝기가 뚜렷하게 달라지는 영상으로, 폴캠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한국천문연구원 연구팀은 폴캠의 관측 자료를 모아 2024년 1월에 세계 최초로 달 전면 편광지도를 공개할 계획이랍니다.

 

폴캠이 관측한 영상을 활용하면 달 뒷면의 편광 지도를 만들 수 있어요. 지구에서는 달 뒷면을 관찰할 수 없어, 지금까지 망원경으로 달의 앞면만 편광 관측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폴캠을 달고 있는 다누리는 달의 뒷면도 관측하기 때문에 달 뒷면의 편광 지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답니다.

 

 

# 에필로그

“아니, 이 바다에 이렇게 물고기가 많았다니!”

꿀록 탐정의 편광 선글라스를 빌려 쓴 산티아고 씨는 신세계를 경험했어요. 번쩍거리기만 하고 흐려서 보이지 않던 바닷속이 선명하게 보인 거예요. 그리고 드디어, 첫 낚시에 성공했죠. 감격한 산티아고 씨는 꿀록 탐정의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으하하! 역시 낚시는 ‘장비빨’이었군요. 이참에 낚시용품도 새것으로 싹 바꿔야겠어요. 꿀록 탐정님도 같이 가시죠! 도움을 받았으니 제가 비싸고 좋은 낚싯대를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2023년 1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객원기자
  • 일러스트

    박정제
  • 디자인

    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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