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이어다!”
강원도 계곡을 탐사하던 두 대원의 입에서 보석 이름이 터져나왔어요. 탐사를 시작한 지 5시간 만에 멸종위기종인 루리하늘소를 발견하자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 거지요. 2016년 지구사랑탐사대 4기 수료식에서 처음 만나 7년간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낸 이원재, 현준서 대원. 지구사랑탐사대원으로 만나 찐친을 넘어,이제는 동료 연구원이 된 둘의 탐사기를 들려드립니다!
자연 덕후들의 지사탐 백분 활용기
“그때부터였어요. 제가 준서 형을 흠모한 게.”
인터뷰는 이원재 대원의 갑작스런 고백으로 시작됐습니다. 2016년 12월, 이화여대에서 열린 지구사랑탐사대 4기 수료식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던 현준서 대원은 그간 탐사해온 쌍살벌에 대해 발표를 했어요. 매해 기수별로 4월부터 7월까지 활동하는 지구사랑탐사대는 12월이 되면 수료대원들을 초청해 수료식을 엽니다. 이중 우수대원들이 교수님과 연구자, 대원들 앞에서 연간 진행한 탐사 이야기를 발표하지요. 지구사랑탐사대장인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현준서 대원의 수준 높은 발표에 감탄하며 ‘대학원생보다 낫다’고 칭찬했습니다. 발표를 지켜보던 이원재 대원은 그런 현준서 대원의 모습에 푹 빠지게 되었죠.
“수료식 이후 제가 준서 형 SNS 주소를 찾아내어 먼저 연락도 해 보고, 현장교육에서 말을 걸기도 했어요. 환경에 대한 관심사도 비슷해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나중엔 험지를 함께 탐사하며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어요.”
둘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모두 어린 시절 환경 파괴를 직접 목격했던 점이죠. 현준서 대원은 “집 근처 남한강이 4대 강 사업 시작 후, 서서히 파괴되는 모습을 보고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원재 대원 또한 집 주변에 있던 김포공항 인근에 골프장이 지어지면서 수원청개구리의 자연 속 마지막 서식지가 파괴되는 걸 목격했죠. 환경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 덕분이었을까요? 두 대원은 나란히 지사탐 열혈대원이 되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을 함께했지요. 지사탐을 하며 과연 어떤 경험들을 할 수 있었을까요? 두 대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습니다.
☞두 대원의 인터뷰 영상을 볼 수 있다 http://m.site.naver.com/15zTg
Q. 최연소 연구원 타이틀을 얻은 적이 있다면서요?
2017년 지사탐 5기 활동 시절, 현장 교육에 매번 참석하고 데이터를 성실히 올리니 장이권 교수님이 아는 체를 해주셨어요. 한 번은 교수님께 연구실에 놀러 가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하시더라고요. 이후 매일 연구실에 찾아가서 논문도 보고, 연구원들이 연구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돕고 배웠죠. 지금은 중국 난징임업대학교 교수님이 되신 아마엘 볼체 교수님이나 대만 국립중흥대학의 밍 펑 교수님이 당시 연구실에 계셔서 제게 전문 지식을 많이 알려주셨어요. 그렇게 최연소 연구원 타이틀을 얻어 기사가 나기도 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등에서 취재 요청이 오기도 했지요. 당시 저는 중학교 2학년이었어요.
Q. 지사탐 열혈대원으로서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2018년에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장이시던 장 교수님께서 지사탐에서 찍은 사진들로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에 <;자연덕후 사진전>;을 열어주셨어요. 환경을 위해서 액자 대신 종이 상자를 잘라서 사진을 전시하고,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께 설명도 해드렸어요. 이후엔 사진전 내용을 중심으로 교수님, 대원들과 함께 <;자연덕후, 자연에 빠지다>;(지오북, 2019)라는 책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었지요.
Q. 탐사 중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준서 형과 함께 ‘루리하늘소’를 찾아 떠났던 여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전문가가 알려준 서식지대로 강원도 산골의 큰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어요. 나중에는 절벽을 타고 올라야 하는 험준한 곳까지 들어갔어요. 한참 헤매고 포기하려던 찰나, 쓰러진 물푸레나무에 새파란 사파이어가 박힌 듯한 모습이 보였어요. 루리하늘소였죠. 저희는 바로 소리를 질렀어요. 평소엔 한 마리도 찾기 힘든 생물인데 40마리나 찾아낸 거예요. 루리하늘소는 서식지랑 기후 조건이 까다로운 종이자 취약종으로 분류된 생물이에요. 전설의 포켓몬을 발견한 것처럼 잊지 못할 순간이었죠.
Q. 지사탐을 통해 많은 것을 이룬 듯이 보입니다.
무엇을 할지,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 뚜렷하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 지사탐 활동을 하며 생물학자라는 진로를 더 명확하게 굳힐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좋은 스승을 만난 점이 정말 값진 것 같아요. 지사탐에는 뛰어난 연구원이 많습니다. 현장 교육이나 캠프에 참여하면 곁에서 연구자들이 어떻게 말하고 생각하며 행동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보고 따라하기만 해도 많은 부분을 습득하고 배울 수 있죠. 지사탐을 통해 연구자랑 친해지고 연구자를 엿보며 진로를 확고하게 결심하고, 앞으로 도전할 일에도 용기와 의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Q. 지금은 어떤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나요?
장이권 교수님 연구실에서 ‘종들끼리의 진화가 환경 차이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아보고 있어요. 지난 10기 수료식 때 장 교수님이 벌에 관한 저희 발표를 보시고, 벌목 탐구를 제안해 주셨죠. 그에 따라 날갯소리의 진동수를 분석하는 소리 분석과 벌의 구체적인 외형을 파악하는 3D 스캐닝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어요. 아직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인데, 대학원생처럼 분석 프로그램도 사용하며 실제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서 저희에겐 정말 큰 경험이에요.
Q. 현재 지사탐 11기를 활발히 모집하고 있어요. 신청을 망설이는 독자들이 있다면요?
지사탐은 활동을 의무적으로 강요하지 않아 부담 없는 프로그램이니, 한 번쯤 신청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보는 걸 추천해요. 생물 관련 진로를 꿈꾸지 않더라도, 교수님과 연구원들로부터 과학적인 사고법과 전문적인 연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건 귀중한 경험이니까요. 무엇보다 관심사가 비슷한 둘도 없는 평생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