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해 ‘어과수 성우공모전’이 열렸습니다. 그 결과 어과수 성우로 뽑힌 4명의 어린이들이 6월 2일 어린이 성우교육원인 ‘리틀보이스’로 출동했습니다. 이날 4명의 어린이들은 직접 성우 선생님께 교육도 받고, 스튜디오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어과수 기사도 녹음했어요. 어과수 독자 기자들의 일일 성우 직업 체험, 확인해 볼까요?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성우
“<;아이언맨>;과 <;닥터후>;를 본 친구 있나요?”
KBS 성우이자 어과수 성우들의 일일 선생님인 리틀보이스 김지혜 대표가 녹음실을 찾은 독자 기자들에게 영화와 드라마를 보여주며 질문했어요. 눈치 빠른 어과수 독자 기자들이 “설마…. 선생님 목소리인가요?”라고 묻자, 김지혜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죠. 이어 김지혜 대표는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항해사 나미의 양어머니인 ‘벨메일’도 연기했다”며, “벨메일에겐 정말 마음 아픈 장면이 많아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죠. 연기를 위해 맡은 배역에 몰입하는 성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녹음에 앞서 독자 기자들은 대본 리딩을 시작했어요. 미리 대본을 소리내어 읽어보며 어느 부분을 끊어 읽고 강세를 두며, 어떤 단어의 발음을 유의할지 등을 미리 파악했지요. 적절한 곳마다 문맥에 맞춰 끊어 읽을 줄 알아야 듣는 사람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만일 문장을 끊어 읽지 않으면 랩처럼 들리고, 말하는 사람도 쉽게 숨이 차거든요.
대본 리딩 중 어려웠던 점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어린이수학동아 6월 15일 자 <;별별 우주 기네스>; 기사에 ‘1898.19×1024kg’과 같은 어려운 숫자가 등장했거든요. 어린이 성우들의 대본 리딩은 오래도록 계속됐답니다.
녹음실 입장! 내가 기사 목소리의 주인공!
대본 리딩이 끝나고 실제 녹음실에 입장해 녹음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누가 먼저 녹음을 하겠냐는 질문에 4명의 독자 기자는 모두 쑥스러워하며 차례를 미뤘지요. 김윤서 독자 기자가 용기를 내 녹음실로 들어가 가장 분량이 긴 <;가상 인터뷰>;의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첫 차례인 김윤서 독자 기자가 무척 긴장했는지, 김지혜 대표는 “목소리가 약간 슬퍼 보여요. 씩씩하게 웃으면서 해볼까요?”라고 조언했어요. 이어서 <;별별 우주 기네스>;를 맡은 심현진 독자 기자도 숫자를 읽을 때 간혹 튀어나오는 부산 사투리에 곤혹스러워 하기도 했죠. <;이달의 과학사>;를 녹음한 오창우 독자 기자는 ‘91억 9263만 1770번’과 같은 어려운 숫자도 잘 읽었지만 ‘하루의 길이’와 같은 단어에서 발음이 부정확해 몇 차례 녹음을 다시 시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차태윤 독자 기자가 맡은 <;그래프 뉴스>;에는 ‘GHGSat(지에이치지샛)’과 같은 영어 단어도 있고 원고가 두 쪽으로 구성돼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들어갈까 봐 조심하는 등 고려할 점이 많았어요. 4명의 독자 기자 모두 녹음 도중 여러 차례 실수하곤 했지만, 그때마다 김지혜 대표는 “그 부분 다시 해볼까요? 큐!”라며 몇 번이고 녹음 가이드를 해 주셨지요.
녹음을 마친 뒤 차태윤 독자 기자는 “성우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됐다”며, “어린이 성우도 관심이 간다”고 말했죠. 심현진 독자 기자는 “쉽지 않은 대본을 들고 녹음실에 들어가게 돼서 심장이 떨리고 손에 땀도 났지만 멋진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답니다.
●인터뷰
김지혜(리틀보이스 대표, KBS 성우극회 27기)
“느낌을 살려 녹음한 걸 듣고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Q어과수 성우공모전 심사 소감이 궁금해요!
참가자들이 생각보다 잘하더라고요. 씩씩한 목소리를 자기 나름대로의 느낌을 살려 녹음해줘서 ‘어과수 독자들이 굉장히 잘하는구나’라고 느꼈어요.
Q어떻게 성우를 준비해야 할까요?
정확한 발음이 중요합니다. 사실 어른보다 어린이들이 연기할 때 표현을 더 잘해요. 하지만 연기와 표현도 정확한 발음이 뒷받침돼야 하거든요. 게다가 어린이들은 성장기라서 입 주변 근육이 어른보다는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이지 않아요. 요새 코로나19로 마스크를 계속 써서 그런지 어린이들의 발음이 전체적으로 부정확해지는 경향도 있어요. 그래서 정확한 발음을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Q성우로서 재밌는 경험이 혹시 있으신가요?
한 번은 제 딸이 영어듣기평가 문제집을 풀다가 들고오더니 “이거 엄마 아니야?”라며 물어본 적이 있어요. 제가 마침 그 영어듣기평가 문제집의 해설을 녹음했었거든요. 문제를 내는 사람이 엄마인 걸 알게된 딸이 엄마 목소리만 들려서 문제를 제대로 못 풀었다는 얘기를 듣고 한바탕 웃었어요. 학교에서 틀어주는 교육 영상에 가끔 제 목소리가 나와서 깜짝 놀라곤 한다네요. 그래도 아이들이 엄마 목소리가 나오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하네요. 저도 그럴때면 보람을 느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