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3월 4일 아침, 미국 캔자스주 포트 라일리의 병원에 ‘알버트 기첼’이라는 병사가 찾아왔습니다. 목이 따갑고 열과 두통이 있다고 호소했지요. 곧 미국 전역에서 비슷한 증상을 겪는 환자가 나타났지요. 알버트 기첼이 앓던 병은 평범한 감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기록으로 남은 첫 ‘스페인 독감’ 환자로, 정확히 이 병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불명확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곧 유럽으로 퍼지는데, 당시 유럽에서 벌어지던 제1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면서 독감에 걸린 군인들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유럽에 퍼진 신종 전염병을 자세하게 다룬 곳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립국 스페인의 언론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전염병을 ‘스페인 독감’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이 스페인 독감이 스페인에서 시작되었다고 오해했고, 현재는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 전염병에 지역 이름을 붙이지 않지요.
스페인 독감의 증상은 매우 다양했습니다. 고열, 오한은 물론 귀의 통증, 의식 혼란, 심지어 몸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온몸이 퍼렇게 변하는 청색증도 나타났지요. 바이러스의 치사율과 전염력이 강한데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제대로 된 방역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탓에 스페인 독감은 널리 퍼졌습니다. 1920년까지 전 세계에서 약 5억 명이 감염되었고, 최소 1700만 명에서 최대 5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했지요. 당시 한반도에서도 ‘무오년 독감’이라 불리며 약 14만 명의 희생자를 낳았습니다.
이후로 100년이 더 지났지만, 인류는 여전히 다른 전염병인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습니다. 새로운 전염병에 잘 대처하려면, 스페인 독감이 준 교훈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