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픈 게 제일 무섭습니다. 그럼에도 5월 30일, ‘쫄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코로나19 잔여백신을 맞았지요.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맞아 본 이다솔 기자의 생생 접종 후기, 궁금하면 기사 읽어 보삼!
접종 당일
5/30 백신 접종, 쉽지만은 않았던 하루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한 병(바이알)에 10회분이 들어 있는데, 뜯으면 6시간 안에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약자가 접종을 하지 못할 경우 잔여백신이 생기죠. 아까운 백신을 버리지 않기 위해 정부는 각 병원이 대기 명단을 받도록 했습니다. 저는 집과 직장 근처 10여 군데 병원에 전화를 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결과, 약 일주일 만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후 2시 병원에 들어서자 백신을 맞을 사람들이 이미 대기 중이었습니다. 안내데스크에서 간호사에게 사전 진료문을 받아 백신에 알레르기 경험이 있는지 등을 체크했습니다. 이어서 받아든 백신 안내문에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살짝 긴장한 사이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컨디션이 좋으냐”고 묻고는 “독감 백신이랑 비슷하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이어서 ‘아스트라제네카’라고 적힌 병에 주사기를 넣고 투명한 액체를 쭉 빨아들였습니다. 오른손잡이인 저는 왼쪽 팔뚝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순식간이었지요. 코로나19에 걸려 많이 아픈 길 대신 백신을 맞고 조금만 아픈 길에 들어선 순간, 의사의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호흡 곤란이 오면 바로 응급실로 뛰어가세요. 발열 등이 3일간 있을 수 있는데,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약물만 드세요. 다른 약물을 먹으면 항체가 제대로 생기지 못할 수 있어요. 접종 부위 통증은 오래 갈 수 있습니다. 저도 일주일이나 가더라고요.”
일주일?! 놀람을 뒤로 하고 인터넷에서 몇 가지 ‘꿀팁’을 더 건졌습니다. 오뉴월에 웬 전기장판을 준비하라고 하더군요? 전문가의 조언에 복종하며 전기장판을 침대에 깔았는데, 밤 11시부터 오한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장판의 온도를 최대로 올리고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잠들었습니다.
2일차
5/31
오한, 근육통, 피로, ….
접종 다음날이 가장 아프다는 소문에 어과동 휴가를 냈습니다. 타이레놀을 먹었는데도 걸을 때마다 다리가 아리고 몸도 무거웠습니다. 백신 부작용 중 하나인 ‘근육통’과 ‘피로’인 듯했습니다.
또 오한이 느껴져 서둘러 점심을 먹고 타이레놀 두 알을 삼켰습니다. 그리고는 전기장판에 몸을 누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점심, 저녁, 밤에 한 번씩 오한이 올 때마다 타이레놀을 한두 알 먹었습니다. 먹고, 자고, 아프고, 약 먹고를 반복하다 보니 타이레놀은 단 한 알 남았고 하루는 휙 날아갔습니다. 그래도 아픈 게 생각보단 견딜 만했습니다.
3일차
6/1
컨디션을 되찾기 시작
아침에 남아 있던 근육통이 완전히 사라졌고, 몸도 제 컨디션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한결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7일차
6/5
“왼쪽 팔뚝이 부었는데, 괜찮은 건가요?”
4일째, 왼쪽 팔 접종 부위 아래쪽이 빨갛게 부풀기 시작했습니다. 만지면 아픈 ‘압통’이 심해졌고 살짝 뜨거웠으며, 팔을 들면 더 아팠습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건 아니었지만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다음날 부기가 더 심해졌습니다. 보건소에 문의하자 “팔뚝에 생긴 건 발진이 아니라 (노폐물이) 몰려 있어서 생긴 현상”이라며, “얼음 찜질을 해주면 좀 나을 것”이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미세한 압통은 있지만 팔을 들어도 안 아플 정도로 통증이 나았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1주 뒤에 2차 접종이 이뤄집니다. 그 2주 뒤 항체가 생긴다면, 코로나19로부터 조금은 안심해도 된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한국 어린이는 코로나19 백신 언제 맞을까?
5월 1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만 12~15세에 대해서도 사용할 수 있게 긴급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화이자는 만 12세 미만 어린이에 대해서도 3차 임상시험을 3월 25일부터 진행 중입니다. 연령 별로 임상시험을 달리 하는 것은 어렸을 때 면역 체계가 성장 단계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만 16세 이상에 대한 화이자 백신의 긴급 사용이 승인된 상태입니다. 만 12세~15세에 대해서는 화이자가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7~8월에 접종할 고3 수험생 외에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구체적인 접종 계획은 아직 나와 있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는 11월까지 성인의 2차 접종을 먼저 마치고, 청소년 대상 접종은 그 이후에 본격화할 예정이지요.
어린이 백신 접종을 가난한 나라의 의료진, 취약계층 다음으로 미루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5월 14일 “백신 물량의 대부분을 확보한 소수의 부유한 나라들이 청소년과 어린이 같은 저위험군에게 접종하는 대신 가난한 나라에 백신을 기부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미국 등 7개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만 19세 미만 청소년과 어린이는 인구 100만 명당 2명이 채 안 되는 만큼●, 사망 위험이 높은 성인을 먼저 접종하자는 주장이지요. 반면에 한 나라에서 70% 이상이 백신을 맞는 집단 면역을 달성하려면 청소년과 어린이도 접종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습니다. 어과동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S Bhopal, 2021
토론터
어린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맞짱 토론! 136쪽 토론터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