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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 청주동물원에 갑작스레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소백산에서 붉은여우의 복원을 담당하는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의 중부센터 직원들이었지요. 그리고는 청주동물원에서 여우를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내 멸종위기동물을 복원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지리산의 반달가슴곰, 설악산의 산양, 소백산의 붉은여우지요. 그중에서도 붉은여우는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의 중부센터에서 보전을 위해 개체수를 늘리고 자연에 방사하고 있어요. 자연으로의 시범 방사는 적응훈련을 마친 여우들이 자연으로 나가 정해진 서식 지역 안에서 사는 거지요.


그런데 문제는 자연으로 방사한 붉은여우가 정해진 서식 지역을 벗어난 거예요. 다행히 붉은여우의 목에는 야생에서도 잘 살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위치추적기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센터 직원들은 위치 추적기의 신호를 따라 움직였고, 청주동물원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설명을 듣고 저를 비롯한 청주동물원 직원들과 센터 직원들은 동물원 안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물새장 근처의 맨홀 안에서 옴싹달싹 못하는 붉은여우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청주와 중부센터가 있는 영주는 직선거리로도 100km나 떨어진 먼 곳이라 몸집이 작은 붉은여우가 오기에는 매우 힘들어요. 아마 동물원에 있는 여우들의 냄새에 이끌려 온 것으로 추정했지요. 잠시 청주동물원을 찾았던 붉은여우는 원래의 서식 지역인 소백산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 2020년 3월 복숭아밭에서 온 김서방

2020년 3월, 세종시의 한 복숭아밭에 여우가 나타났다는 제보가 왔습니다. 그러나 여우는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가 한 달이 지나서야 청주 시내에서 다시 발견되었지요. 신고를 받은 119 구조대가 차량 밑에 웅크리고 있는 여우를 포획하였고,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의 중부센터로 옮겨졌습니다. 


중부센터 연구원들은 혹시 이 여우가 소백산에 방사한 붉은여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결과 소백산 여우가 아닌 북미산 붉은여우로 밝혀졌지요. 사람이 키우던 동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세종시와 청주시 같은 도심에서 나타났고, 포획 당시 사람에 대한 경계가 별로 없을 정도로 야생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부센터 직원들과 함께 북미산 붉은여우의 거취에 대해 고심했습니다. 만약 야생에 살다가 유전자가 다른 소백산 여우들과 번식하면, 유전자가 교란될 수 있어 토종여우 복원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거든요. 붉은여우는 청주 시내에서 포획되었기에 청주시의 유기동물로 분류되었고, 결국 논의 끝에 청주동물원이 맡아 키우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우를 포획할 당시 담당자였던 생물보전원의 이숙진 수의사는 여우의 이름을 ‘김서방’이라고 지었습니다. 세종시와 청주시를 동분서주하던 여우를 포획하기 위해 찾고 쫓던 것이 마치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같아서였지요. 


청주동물원의 사육사들은 김서방을 맞이하기 위해 살 집을 열심히 꾸몄어요. 나무도 새로 심고 쉴 수 있는 선반도 만들었지요. 동물원에 도착한 김서방은 새 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선반 위로 폴짝 뛰어올라 자리잡았습니다. 김서방은 12월 중순 중성화 수술을 받았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면 공격성이 줄어들고 새 집에서 다른 여우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거든요. 또 혹시 모를 원하지 않는 출산을 막아 여우의 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쾌적한 공간을 확보해 줄 수 있습니다.

 

2020년 12월 여우들의 러브 하우스 대변신

 

-청주동물원에는 김서방을 포함해 총 11마리의 붉은여우가 살고 있습니다. 여우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2020년 8월부터 여우사를 더 넓게 리모델링 했고, 12월 중순 완성했습니다. 여우가 발톱을 긁을 나무를 심었고 성큼 올라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타워도 만들었습니다. 여우들은 흙으로 된 방사장에 자신들의 본능대로 마음껏 굴을 팔 것입니다. 이곳에서 여우들은 봄볕을 맞으며 졸기도 할 것이며, 여름비를 맞곤 물에 젖은 까만코가 한층 선명해 보일 거예요. 여우사 리모델링은 은여우가 청주동물원에 들어온 지 23년 만의 일입니다.

 

● 멸종위기 │ 우리나라의 여우 복원

여우는 원래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분포하였습니다. 그러나 모피를 위한 무분별한 남획과 불법 밀렵, 산림 개발에 따른 서식지 감소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여 현재는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우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2004년 3월 강원도 양구지역에서 여우 사체가 발견된 것입니다. 이외에 소수의 여우 개체군이 서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정확한 서식 현황은 보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국립공원 생물종보전원 중부센터에서 2012년부터 소백산 붉은여우를 방사하는 등 여우 복원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정호 수의사. 충북대학교에서 멸종위기종 삵의 마취와 보전에 관한 주제로 수의학박사를 받았다. 청주동물원과는 학생실습생으로 인연이 되어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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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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