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 사장, 만화카페 사장, PC방 사장…. 어린이라면 한 번쯤은 꿈꿔 봤을 직업이죠. 이처럼 천진한 꿈을 실제로 이뤄낸 분이 있어요. 바로 1973년 배우로 데뷔해 활동하다 돌연 놀이공원 ‘두리랜드’를 뚝딱뚝딱 짓고는 30년째 운영한 임채무 회장이에요. 잠시 문을 닫았던 두리랜드가 4월 24일 다시 열었다기에 찾아가 봤어요!
‘두리랜드’에 가면 이 아저씨가 항상 있다!
작은 개울 사이로 2차선 도로가 이어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의 한적한 동네에 도착하자 건물 너머로 바이킹이 오르는 모습이 보였어요. 지난 5월 8일, 기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원 ‘두리랜드’를 찾았어요. 입구에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의 두리랜드 임채무 회장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임 회장은 최근에도 MBC 드라마 <;맛 좀 보실래요>;에 출연하는 등 배우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지요.
임 회장은 두리랜드가 재개장했다는 소식에 곳곳에서 취재 요청이 쇄도한다고 전했어요. “많이 바쁘시죠?”라는 질문에 임 회장은 손사레를 치며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면 그게 슬픈 일”이라고 말했지요.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야 살아남는 배우이자 놀이동산 회장의 삶이 어떨지 어렴풋하게 느껴졌어요.
두리랜드는 1990년 처음 개장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도록 운영되다 지난 3년간 문을 닫았어요. 무료 입장에 미세먼지와 황사로 방문객이 줄어든 문제까지 더해져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임 회장은 “세상에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재개장을 결심했다”고 말했어요. 재개장을 하며 궂은 날씨에도 놀 수 있는 실내 놀이 공간과 교육 공간도 추가로 만들었지요. 무엇 때문에 놀이공원을 애써 지키려는 것일까요? 임 회장은 “어린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입장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행복해진다”고 답했어요.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맞이하며 어린이들과 사진을 찍던 모습이 떠오르는 말이었답니다.
●인터뷰 “순수해지려면 아이들과 놀아야겠더라"
두리랜드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임 회장과 마주치면 “안녕하세요!”하고 큰 소리로 인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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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놀이공원을 만들고 싶었나요?
바로 이 자리였어. 1980년대에 이곳은 산이 보이고 계곡이 있어서 휴양지로 쓰였지. 당시 무명 배우였던 나는 사극드라마 촬영을 하러 이곳에 자주 왔어. 주인공들이 촬영하는 동안, 무명 배우들은 “와~!” 하고 뛰어가는 장면 하나를 찍으려고 온종일 기다렸어. 그렇게 계곡에 앉아 있으면 다른 가족들이 야유회를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게 참 부러웠지.
그런데 보통 어른들이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 거야. 술병에 아이가 다친 걸 본 적도 있지. 그때 생각했어. 모처럼 나왔으면 가족이 어울려 놀면 좋을 텐데, 놀이 문화가 마땅치 않구나. 그래서 가족이 하루를 즐길 공간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거야.
Q. 놀이공원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해내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드라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난 뒤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겼어. 그래서 이곳 땅을 조금씩 사 결국 놀이공원을 만들었지. 연예인들은 대부분 부업으로 식당과 술집을 차리는데, 나는 그저 재밌는 걸 하고 싶었어.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거든. 처음엔 잘 모르고 그냥 시작했는데, 놀이공원을 만들어 놓고 보니까 너무 매력적인 일이더라고. 알고보니 나처럼 혼자 돈을 마련해 땅도 사고 놀이공원을 지은 사람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
Q.두리랜드를 개장한 날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1990년 5월 두리랜드의 문을 처음 열었어. 그날 저녁 직원들에게 모두 집으로 들어가서 쉬라고 했지. 나 혼자 남아 놀이공원을 밤새 지키며 범퍼카 놀이기구 한복판에 간이침대를 깔고 누웠어. 사탕이랑 봉지 과자를 먹으면서 산을 봤지. “아, 여기가 내 것이구나. 드디어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Q. 두리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예요?
놀이공원 문을 딱 열면 아이들이 내 얼굴을 알아보고 “아저씨!”라고 외치면서 뛰어 와. 연예인이라고 좋아해 주고 안기는 모습을 보면서 “순수해지려면 아이들이랑 놀아야겠다”고 생각했지. 또, 놀러온 가족들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혼자 웃는 걸 좋아해. 집에 갈 시간이 됐는데 아이들이 엄마한테 한 번만 더 태워달라고 조르다 울음을 터뜨리면, 내가 주머니에 넣어둔 사탕을 건네주곤 하지. 그때 아이들이 눈물을 뚝 그치는 걸 보면 내가 천사가 된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