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과학마녀 일리! 이번엔 우주를 다녀왔어~.
우리가 사는 태양계 밖에도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있니? 이를 외계행성이라고 하는데, 외계행성의 비밀을 밝혀줄 내 친구가 얼마 전 우주로 떠났거든. 근데 그 친구가 이제 본격 탐사에 들어갈 거란 소식을 전해와서 직접 만나고 왔단다!
친구들에게 인사해!
안녕? 난 키옵스라고 해. 유럽우주국(ESA)에서 쏘아 올린 정밀 탐사 위성이야. 스위스 베른대학교가 주도한 키옵스 프로젝트로 이 세상에 태어났지. 내 이름은 ‘외계행성의 특징을 찾는 위성(CHaracterising ExOPlanets Satellite)’이라는 뜻에서 따왔어. 나에겐 지구에서 700km 떨어진 우주를 돌며, 외계행성을 관찰하라는 임무가 주어졌거든.
내 무게는 약 280kg로 비교적 가벼워. 탑재된 망원경은 길이가 약 1.2m, 지름은 30cm 크기야. 외계행성은 공전하던 항성 앞을 지날 때 별빛을 일부 가리게 돼. 난 별의 밝기가 변하는 현상을 감지해서 행성의 특징을 파악할 예정이지.
탐사 방법을 더 자세히 설명해줄래?
만약 큰 외계행성이라면, 항성을 많이 가려서 빛의 밝기가 많이 줄어들 거야. 또 항성과 멀리 떨어진 행성이라면 항성 앞을 지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테고. 이런 차이를 이해하면, 외계행성의 크기와 거리 정보를 얻어낼 수 있어.
탐사를 위해 키옵스는 지난해 12월, 남아메리카 기아나 쿠루 우주센터에서 우주로 발사됐어. 우주 환경에서 적응 기간을 거친 뒤 1월 말부턴 시험 가동을 했어. 본격 임무에 들어가기 전, 내가 얼마나 실력 있는 탐사 위성인지 확인한 거야.
오, 실력을 잘 뽐냈니?
연구팀은 지구에서 175광년 떨어진 바다뱀자리별 ‘HD88111’을 관찰하도록 했어. 나는 우주를 돌면서 47시간 동안 5640장의 사진을 찍었어. 연구팀은 이 사진들을 이용해 시간대별로 별의 밝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봤어. 그 결과, 시험 기준을 가뿐하게 통과하는 것을 확인했단다.
또, 나는 지구에서 320광년 떨어진 육분의자리에 있는 항성 ‘HD93396’과 그 주변을 도는 행성 ‘켈트-11b’를 관찰했어. 켈트-11b가 항성 앞을 지나갈 때 키옵스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얼마나 줄었는지 살펴봤고, 이 관측 결과로 켈트-11b의 지름이 18만 1600km에 달한다는 걸 알아냈어. 키옵스 프로젝트를 주도한 베른대학교 빌리 벤츠 박사는 “지구에서 잰 것보다 5배는 더 정확한 수치”라고 말했지.
그럼 진짜 탐사에 들어가면 뭘 할 거야?
진짜 탐사에 들어가면 키옵스는 용암 바다로 덮인 ‘게자리 55 e(55 Cancri e)’를 살펴볼 거야. 게자리 55 e는 표면의 온도가 2000℃ 이상인 아주 뜨거운 슈퍼지구로 잘 알려져 있지. 또, 불타는 얼음 행성이라고 불리는 ‘글리제 436 b(GJ 436 b)’ 등도 관찰 대상으로 꼽히고 있단다. 테스트에서 보여준 내 능력은 맛보기 수준에 불과해. 앞으로 우주에서 활약할 내 모습, 많이 기대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