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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학 교과서] 체스판이 어긋난 이유?

 

명탐정 꿀록과 개코 조수의 취미는 (놀랍게도) 두뇌 계발을 위한 체스! 사건 의뢰가 없는 날이면 체스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죠. 오늘은 동화마을 배 체스 대회 중계가 있는 날. 중계를 보러 유튜브를 켜는 순간,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어요. 체스 대회 심판인 앨리스가 건 전화였죠.
“도와주세요! 체스 대회가 망할 위기에 처했어요!”

 

#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체스판이 쩍! 하고 갈라졌다고요?

 

동화마을 배 체스 대회는 붉은 여왕의 정원에 있는 큰 체스판에서 열리는 유서 깊은 대회예요. 매년 동화마을의 실력자들이 이곳에서 체스 실력을 겨루죠. 그런데 지금은 붉은 여왕의 정원이 난장판이었어요. 정원 중간에 놓여있는 체스판이 반으로 두 동강이 나 있었고 주변에는 트럼프 카드 응원단이 서로에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죠.


“무슨 일인가요?”


“어젯밤, 붉은 여왕 대 하얀 여왕의 경기가 길어져서 오늘 오전에 다시 경기를 재개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새벽녘에 큰 소리와 함께 궁전이 떨렸어요. 무슨 일인가 싶어 나와보니 체스판이 부서지고 말들이 쓰러져 있지 않겠어요?”


앨리스가 설명했어요.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은 유서 깊은 체스 라이벌이에요. 지금은 서로가 승부를 조작하려고 몰래 밤에 판을 부서뜨렸다고 야단이에요! 이를 어쩌면 좋죠?”


심각한 일이었어요. 두 여왕의 성격이 나빠 자칫하면 국제 분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거든요.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고민하는 중, 개코 조수가 꿀록 탐정을 불렀어요.


“탐정님! 이 정원, 체스판 말고도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닌데요?”
“무슨 말이야?”
“여기 보세요! 정원에 자라는 덤불도, 정원에 난 오솔길도 체스판처럼 누가 칼로 벤 듯 조금씩 어긋나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꿀록 탐정의 머리에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스쳤어요.


“아하, 알겠다! 개코, 어쩌면 범인은 우리 발밑에 있을 것 같군!”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단층은 어떻게 생길까?

 

정원이 ‘쩍’하고 두 동강으로 갈라지는 일이 진짜로 일어날 수 있냐고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둘로 갈라진 땅을 실제로 볼 수 있답니다! 이런 지형을 ‘단층’이라 부르지요. 단층은 어떻게 생길까요?

 

절벽이나 공사 현장을 지나다 보면 드러난 지층을 볼 수 있어요. 그런 곳에서 혹시 지층이 끊어진 모습을 본 적 있나요? 이렇게 지층이 끊어져 어긋난 지형을 ‘단층’이라 불러요.


단층이 생기는 원리는 마치 긴 나뭇가지에 힘을 주면 살짝 구부러지다가, 힘을 점점 더 강하게 주면 어느 순간 꺾여 뚝 부러져버리는 것과 비슷해요. 지층이 외부로부터 힘을 받으면, 그 힘 때문에 지층이 점점 구부러지다 어느 한계를 넘는 순간 약한 부분이 끊어지면서 단층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단층은 지층을 변형시키는 힘이 작용하는 방향에 따라 여러 형태로 만들어져요. 지층을 압축하는 힘이 작용하면 ‘역단층’이, 지층을 당기는 힘이 작용하면 ‘정단층’이 만들어지죠. 지층이 부러진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움직이면 ‘주향 이동 단층’이 생긴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단층 중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이에요. 단층 위에 있는 호수의 이름을 딴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무려 1300km 길이에 걸쳐 있어요. 건조한 평원 상공에서 보면 땅의 갈라진 모습이 선명히 보이지요.


이런 단층은 판의 경계 부분에 많이 생겨요. 지구의 껍질에 해당하는 지각은 10개가 넘는 ‘판’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 판들이 유동성을 가진 맨틀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고 있지요. 이때 판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다른 판 아래로 가라앉는 경계에서는 지진이나 화산 같은 지질 활동이 활발해요.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에 있어요. 두 판이 서로 어긋나게 움직이면서 단층이 생긴 것이지요. 현재 두 판은 서로 연평균 35mm씩 움직이고 있어요. 그래서 샌안드레아스 단층을 중간에 두고 양편에 있는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도 매년 6mm씩 가까워지고 있답니다.

 

 

 

▲ PDF에서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통합과학 넓히기

 

남극이 숲으로 덮여 있었다고?

 

우리가 사는 대륙은 미세하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요. 맨틀에 떠 있는 판들이 꾸준히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대륙은 기후가 바뀔 정도로 이동하기도 해요. 최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공동 연구팀이 약 9000만 년 전 남극이 우림 지대였다는 증거를 찾았어요.


연구팀은 지난 2017년 2월, 해저 드릴 장비를 이용해 서남극의 아문센해 바닥에 쌓인 9300~83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물을 채취했어요. 이 지층을 단층 촬영하니 뿌리와 다양한 꽃가루, 포자 등 온대우림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잔해가 발견되었어요. 연구팀은 이 식물들의 후손이 사는 곳의 기후를 조사하여 당시 남극의 기후를 재구성했어요.


그 결과, 백악기 남극 근처의 연평균 기온은 약 12℃였던 것으로 나타났어요.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이 13.2℃니 차이가 크지 않은 셈이죠. 이런 온화한 기후 덕분에 남극에 울창한 온대우림이 있을 수 있었던 거예요.


어떻게 남극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었을까요? 우선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은 남극의 위치예요. 약 1억 5000만 년 전인 쥐라기, 남반구에는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인도, 남극, 오스트레일리아가 붙어있는 거대한 ‘곤드와나’ 대륙이 있었어요. 이때는 남극 대륙도 지금보다 저위도에 있어 태양의 복사 에너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온대우림의 흔적이 발견된 백악기에는 남극의 위치가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그래서 연구팀은 백악기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훨씬 높아 온실효과가 강했을 것으로 추측했어요. 연구팀이 퇴적층에서 발견된 식생을 토대로 백악기의 기후를 시뮬레이션해 보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보다 약 3~4배 높은 1120~1680ppm 정도로 나타났죠.


그러면 남극은 언제 지금처럼 추워진 것일까요?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우선 신생대가 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며 온실효과가 약해져요. 대륙의 이동도 기후에 영향을 주었어요. 남극 대륙은 5600만 년 전에는 남아메리카와, 4000만 년 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와 갈라졌죠. 남극 대륙이 바다로 둘러싸이자 남극 대륙을 따라 도는 해류인 ‘남극 환류’가 생겼어요. 남극을 둘러싼 차가운 해류가 따뜻한 바닷물을 차단하면서 남극 기온이 더 떨어지게 된 것이죠.

 

# 에필로그

 

“그러니까 하얀 여왕이 일부러 판을 뒤엎은 게 아니란 말이죠?”
“자, 자, 싸우지들 마시고요. 지진학자들이 붉은 여왕님의 정원 밑으로 지나가는 활성 단층을 발견했답니다. 여왕님께서는 혹시 모를 지진을 대비하는 게 어떠세요?”
꿀록 일행은 앨리스와 함께 난장판이 된 정원에서 나왔어요. 궁금했던 개코 조수가 앨리스에게 물었지요.
“그런데 앨리스님, 두 여왕 중 실제로 체스를 더 잘 두는 사람이 누군가요?”
“쉿, 비밀인데 둘 다 실력은 그저 그래요. 동화마을 최고의 실력자는 바로 저, 앨리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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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창욱 기자 기자
  • 디자인

    오진희
  • 일러스트

    이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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