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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동물원에는 현재 30평대 아파트 정도의 호랑이사에 호랑이 3마리가 살고 있어요. 3마리의 호랑이가 함께 살기엔 아주 좁은 환경이지요. 

그런데 2019년 가을, 영화 <;동물, 원>;을 통해 청주동물원에 살던 호랑이 ‘박람이’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호랑이사를 확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20살 고령 호랑이 ‘박람이’, 하늘나라로 가다

“시베리아호랑이 ‘박람이’가 좀 이상합니다.”
2018년 4월 초, 맹수들을 돌보는 사육사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청주동물원에서 20년 동안 살아온 박람이가 뒷다리에 힘을 싣지 못해 휘청거리며 잘 걷지 못한다는 내용이었지요.

호랑이의 자연수명이 15~20년 정도인 걸 생각하면 20살 호랑이 박람이는 이미 최고령 할아버지입니다. 그러니 퇴행성 질환이 생기는 건 예상할 수 있었지만,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170kg이나 되는 호랑이를 진단하려면 마취가 필요한데, 노령동물에겐 마취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었죠. 동물원 내에서도 ‘박람이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안락사 해야 한다’는 의견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진료해보자’는 의견으로 갈렸습니다.

논의 결과, 지금 박람이의 문제를 진단하지 않고 넘어가면 같은 환경에서 사는 박람이의 자녀들에게도 같은 문제가 생길 거라는 의견에 모두가 입을 모아 찬성했습니다. 결국 문제점 개선을 위해 정밀한 진단을 해 보기로 결정했지요. 

그러는 사이 박람이의 상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뒷다리가 불편해지고 며칠이 지나자 박람이는 아예 서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지요. 불편한 다리를 쓰지 않으려고 한쪽으로만 앉아있다 보니 엉덩이 쪽에 욕창이 생겨 파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죠.

4월 12일, 드디어 5t(톤) 트럭 화물칸에 대형 케이지를 설치하고 박람이를 호흡 마취해 충북대학교 동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마취된 박람이를 살피기 위해 저도 트럭에 함께 타고 호흡수, 심장박동수, 체온 등의 변화를 5분마다 확인했습니다.

트럭이 멈추고 뒷문이 열리자 많은 의료진이 모두 나와 있었습니다. 맹수가 출현하자 동물 병원엔 긴장감이 감돌았지요. 대형 고양잇과 동물이 낯선지, 병원의 장비들도 자꾸 오류가 났어요. 알고 보니 개나 고양이에게 맞춰 제작된 CT 촬영 테이블이 자꾸 작동을 멈추었던 탓이지요. 

CT 촬영 결과, 탈출한허리 디스크가 뒷다리로 가는 신경을 눌러 하반신 마비가 온 것이었어요. 좁은 동물사에서 충분히 움직이지 못한 것이 디스크 탈출증의 원인으로 보였지요. 결국 예정에 없던 외과 수술이 시작됐지만 이동부터 수술까지 총 7시간의 마취가 무리였는지, 수술 중 박람이의 심장이 멈춰버렸습니다. 

박람이의 안타까운 사연은 영화 <;동물, 원>;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호랑이사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지요. 덕분에 호랑이사는 올가을 완공을 목표로 4배 더 넓게 확장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박람이의 새끼들은 더 넓은 곳에서 뛰놀며 근골격계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겠죠. ‘어쩌면 박람이가 새끼들에게 주고 간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수의사의 호랑이 육아기}

2006년 8월 30일 | 이호와 수호가 태어난 날

호랑이 ‘청호’가 새끼를 낳았다. 호랑이사에 가보니 새끼 3마리 중 1마리는 이미 폐사한 상태였다. 남은 새끼 중 한 마리는 건강해 보였으나, 남은 한 마리는 기력이 없어 보였다. 기력이 없는 새끼를 살리기 위해 살아있는 두 마리를 인공 포육 하기로 결정했다. 인공 포육은 사육사들이 분유를 먹이며 기르는 것을 말한다.

맹수 담당 사육사도 호랑이 인공 포육은 처음이었다. 부랴부랴 새끼 호랑이를 기를 인공 포육실을 청소하고 젖병 소독기, 히터, 가습기 등을 준비했다. 새끼 호랑이들을 포육실로 옮긴 뒤, 탯줄을 실로 묶고 소독을 했다. 동물원 식구들은 두 마리에게 ‘이호’와 ‘수호’란 이름을 짓고 젖병을 물렸다. 새끼들은 배가 고팠는지 체중의 20% 정도 되는 고양이 분유를 먹었고, 사육사가 등을 톡톡 두드리니 트림을 하고 이내 잠들었다.

2006년 9월 8일 | 생후 10일째, 청각과 후각 이상 없음!

이호와 수호는 조금씩 청각과 후각이 살아나는 듯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귀를 세우고 머리를 돌렸다. 냄새가 나면 코를 움직여 무엇인가 찾아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호와 수호가 잘 자라고 있는지 시험해보기 위해 방울 소리, 박수 소리를 들려주며 청각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즉각 소리의 방향으로 기어왔다. 또 분유를 솜에 적셔 20cm 떨어진 곳에 두는 후각 시험에도 빠르게 반응을 보였다. 두 마리 모두 청각과 후각이 잘 발달하고 있는 듯하다.

2006년 10월 9일 | 주사는 무서워!

오늘은 백신 주사를 맞는 날이다. 주사가 아픈지 몸부림을 친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동물원 동물들은 아픈 주사를 놓는 수의사를 무서워한다. 특히 커서 건강검진이나 이동을 위해 블로건으로 마취를 하면 화도 많이 내고 수의사가 지나갈 때마다 숨기도 한다. 조금 속상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날은 새끼 호랑이들의 앞니가 나오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난 때였다. 잇몸이 간지러운지 무엇이든 물려고 해서 담당 사육사가 호랑이들이 가지고 놀 작은 고무공을 넣어주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다시 가보니 찢어진 공으로 격렬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