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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하나’가 동물원에 온 사연은?

슬기로운 동물원생활 2화

 

청주동물원에는 부리가 삐뚤어져 윗부리와 아랫부리가 서로 맞지 않는 독수리 ‘하나’가 살고 있습니다.
부리의 위아래가 잘 맞지 않아 먹이를 먹기도 힘들어 보이지요. 
이런 하나가 청주동물원에 살게 된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는데요, 
이번 화에서는 그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온 독수리


하나의 부리는 마치 두 개인 것처럼 삐뚤어져 있어요. 청주동물원 식구들은 ‘삐뚤어진 부리지만 정상적인 부리 하나처럼 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하나’라는 이름을 지었주었지요. 


하나는 원래 동물원에 살던 독수리가 아닙니다.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2018년 1월 구조한 독수리였죠. 구조됐을 때 이미 부리가 삐뚤어져 있어서 센터에서는 이 독수리를 훈련시킨다 해도 야생에 다시 돌려보내긴 어려울 거라 판단했습니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기 힘들 테니까요. 이런 경우, 보통 독수리가 야생에 나가 고통받으며 죽게 하기보다는 인도적 안락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침 청주동물원에 독수리 다섯 마리가 살고 있었고, 건강했지요. 평소 동물원의 역할이 ‘야생 동물 보호 시설’이라고 생각해오던 터라, 하나를 동물원으로 데려와 보호하는 대신 동물원에 살고 있던 독수리 한 마리를 훈련시켜 내보내기로 결정했죠. 야생에서 살기 힘든 하나를 동물원에서 보살피고, 야생에서 잘 살 수 있는 건강한 독수리를 내보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2018년 2월부터 동물원에서 살게 된 하나는 지금껏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엔 삐뚤어진 부리 때문에 먹이인 닭고기를 먹는 데도 한참이 걸렸고, 다른 독수리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허겁지겁 먹으며 식탐을 부렸죠. 그런데 지금은 제일 높은 횃대도 차지했습니다. 제일 높은 횃대를 차지했다는 건 무리 중 최고 서열을 차지했단 뜻이지요.

 


한편 하나가 동물원에 들어오면서 동물원에서 나갈 독수리를 찾기 위해 각각의 비행 능력을 시험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멀리 난 ‘청주’를 방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8년 1월 10일 충북야생동물센터로 보냈죠. 청주는 10년 이상 동물원에서 살며 날개가 굳어진 탓에 처음엔 몇 미터 날지 못했어요. 하지만 긴 훈련 끝에 지금은 수십 미터를 날아오를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앞으로 더 훈련해야 야생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날 수 있겠지만요. 


동물원 식구들은 한 마음으로 청주가 번식지인 몽골로 날아가는 꿈을 꿉니다. 기회가 되면 독수리 청주의 귀향 소식도 전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청주가 멀리 날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주세요~!

 

 

고향으로 돌아간 독수리

 

2013년 2월 1일 독수리, 갑자기 쓰러지다!

 

동물원에서 독수리를 포함한 멸종위기 조류들은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받는다. 스라소니 같은 고양잇과 포유류가 아픈 증상을 숨겨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가 하면, 새들은 질병이 포유류보다 빠르게 진행돼 눈치 채지 못한 사이 급격히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월 1일, 독수리를 진료하다 이 문제를 직접 느꼈다. 동물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독수리를 사육장으로 옮기려고 사육사가 그물망으로 포획했는데, 손 쓸 겨를도 없이 독수리가 호흡곤란으로 폐사한 것이다. 


이후에 다른 동물에게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원인 분석은 필수! 이를 위해 부검을 했다. 폐로 연결된 기관을 절개하자 끈적한 갈색 덩어리가 눌러 붙어 기관을 반쯤 막고 있었다. 폐와 연결된 기낭(새에게만 있는 공기주머니로 호흡을 돕는다)도 정상이 아니었다. 끈적한 덩어리를 영양배지(미생물이 잘 자라는 영양분)에 배양하여 검사해 보니, 원인체는 아스퍼질러스라는 곰팡이성 미생물이었다. 곰팡이에 감염되어 가뜩이나 숨 쉬기 힘들었던 독수리를 포획하느라 뛰어다니게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다른 독수리들이 같은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아 몇 주 동안 먹이에 항곰팡이제를 넣어 주었다. 그뒤 다른 독수리들은 지금까지 큰 이상이 없었으며, 사육사들은 포획 전 독수리들의 호흡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2018년 1월 24일 독수리, 자유를 찾아 날아가다!

 

2018년 12월 28일, 청주에 사는 한 시민이 산에 올라갔다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독수리를 발견했다고 신고했다. 소식을 듣고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 수의사가 현장으로 출동해 구조했다. 한국에서 월동 중인 독수리였는데, 먹이를 한참 못 먹어 굶주린 데다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발견 당시 몸무게가 6kg밖에 되지 않았는데, 보통 독수리의 몸무게가 8kg 이상인 것에 비하면 깡마른 상태였다.
그때부터 한 달 동안 충북야생동물구조센터와 청주동물원의 수의사들이 협력하여 정성스럽게 돌봤다. 결국 독수리는 정상 몸무게를 회복했고 비행 능력도 좋아졌다. 


이듬해 1월 24일, 구조된 독수리를 드디어 청주시 내수읍 비상저수지 근처로 데려갔다. 독수리가 있던 상자의 문을 열자 독수리는 곧 제방뚝을 박차고 저수지 위로 오르더니 인사라도 하듯 우리 주변을 몇 바퀴 빙 돌고 나서야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난에 대비해 독수리의 등에 태양열 전지를 쓰는 위치 추적기를 달아 두어 앞으로 3년은 독수리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독수리는 3개월 동안 충남, 경상, 경기 일대를 계속 탐색하더니 4월부터 북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4월 3일, 드디어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들어갔을 때는 감동에 벅차 울컥했다. 그후 4월 10일 중국 선양, 4월 19일 북쪽 국경을 넘어 고향인 몽골로 날아 들어갔다.

 

 

멸종 위기 독수리, 도시에서 밀려난 이유는?

 

독수리(Aegypius monachus)는 매목 수리과의 새예요. 예전엔 넓은 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독수리의 터전이었죠. 그러나 약 200년 전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인구가 많아졌고, 독수리의 수는 줄어들었죠. 도시화로 독수리의 서식지가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쥐 등 동물이 옮기는 질병이 많아지자 사람들이 독약을 섞은 미끼를 여기저기에 뿌렸거든요. 그걸 먹고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은 독수리도 많이 죽었답니다. 


결국 무분별한 산림 훼손과 먹이 부족으로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많은 유럽 국가에서는 독수리가 완전히 멸종됐어요. 모로코, 알제리, 이스라엘처럼 번식지였던 곳에서도 더이상 독수리의 둥지를 볼 수 없지요. 또 독수리가 느리게 비행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노리기 쉬운 사냥감이란 것도 문제예요. 지금은 세계자연보연연맹(IUCN)에서 독수리를 멸종위협 근접종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한편 매년 약 2000마리의 독수리가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에서 한국으로 날아옵니다. 특히 한국까지 오는 독수리들은 어린 개체가 많은데, 어릴수록 경쟁에서 밀려 더 먼 남쪽까지 오는 거죠. 한반도가 독수리 이동지의 남쪽 끝이기 때문에 탈진 상태의 독수리도 많아요. 이렇게 쓰러진 독수리들은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한 뒤 기력을 회복시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답니다.

 

 

필자소개

 

 

김정호 수의사
충북대학교에서 멸종위기종 삵의 마취와 보전에 관한 주제로 수의학 박사를 받았다. 청주동물원과는 학생실습생으로 인연이 되어 일을 시작했고, 현재는 진료사육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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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정호 수의사
  • 사진

    청주동물원, GIB
  • 에디터

    신수빈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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