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조상들은 가을철 감나무를 수확할 때 꼭대기에 달린 감은 따지 않았어요. 겨우내 먹이를 찾아 헤맬 새들을 위해 남겨두었지요. 이처럼 가지 끝에 남겨둔 열매를 ‘까치밥’이라고 불러요. 동물을 배려하는 조상들의 마음이 엿보이는 말이지요.
산 높은 곳에도 까치밥이 있어요. 바로 지리산과 북부지방의 고산지대에 주로 사는 ‘까치밥나무’예요. 까치와 같은 새들이 까치밥나무의 열매를 좋아해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됐지요. 앵두와 비슷하게 생긴 열매는 8월이면 동그랗게 맺혀서 9~10월에 빨갛게 익어요. 사람도 열매를 먹을 수 있는데, 신맛이 강하답니다.
까치밥나무의 잎은 3~5갈래로 갈라지는 손바닥 모양이에요. 황록색을 띠는 꽃은 4~5월에 긴 꽃대를 중심으로 아래부터 위까지 여러 개가 어긋나게 붙어서 피어나지요. 까치밥나무의 잎과 꽃, 열매는 모두 개앵도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둘은 잎의 뒷면을 보면 구분할 수 있어요. 개앵도나무가 잎 뒷면 맥 위에만 잔털이 있는 것과 달리, 까치밥나무는 잎 뒷면 전체에 짧은 털이 빽빽하게 나 있답니다.
감수
선은미(국립수목원 산림생물다양성연구과 석사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