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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렸던 것일까요?
지난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져 많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서울 지역은 3일 연속 강수량이
587.5㎜에 달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물폭탄이 떨어진 3일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물폭탄이 떨어진 한반도


 

지난 7월 26일부터 3일동안 서울, 경기, 강원 영서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 지역에 587.5㎜가 내렸을 뿐만 아니라 경기 동두천 675㎜, 강원 춘천 497㎜ 등 중북부 지방에도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기후 특성상 1년 강수량의 60%가 넘는 비가 여름철(6~8월)에 집중됩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린 폭우는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지
난해 1년 강수량인 2043.5㎜와 비교했을 때 28.7%에 달하는 비가 3일 만에 쏟아진 것입니다.
이처럼 한 지역에 짧은 시간동안 많이 내리는 비를 ‘집중호우’라고 합니다. 시간당 30㎜ 이상이나, 하루에 80㎜ 이상의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로 분류됩니다.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지역은 관측소 28개 중 25개가 시간당 50㎜의 집중호우를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51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실종되었습니다. 또 주택 10,038동이 침수되는 등 재산 피해도 컸습니다.
 

날씨를 결정하는 공기 덩어리, 기단

3일 동안 쏟아진 ‘물폭탄’은 이전의 비와는 분명 달랐습니다. 1981년부터 2010년까지 30년 동안 서울 지역의 1년 평균 강수량이 1450.6㎜인데 비해, 2011년에는 7월 29일까지 벌써 1678.6㎜나 내린 겁니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걸까요?

초여름의 복병, 장마

우리나라가 계절별로 날씨가 심하게 달라지는 이유는 계절에 따라 서로 다른 기단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단은 고유한 성질을 갖는 거대한 공기 덩어리로, 성질이 서로 다른 공기는 잘 섞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다.
여름이 오면 우리나라 남쪽에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라오면서겨울과 봄에 영향을 미치던 차가운 기단들을 북쪽으로 밀어 낸다. 이렇게 두 기단이 만나면 서로 밀고 밀리면서 장마 전선을 이룬다. 그 결과 초여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장마가 온다. 북태평양 고기압에 포함되어 있던 습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나 비로 내리는 것이다. 남쪽에 있던 장마 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지면서 서서히 북쪽을 향해 이동한다. 일기예보에서 흔히 나오는 ‘장마 전선이 북상한다’라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찬 기단이 북쪽으로 밀려난 뒤,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덮게 되면, 그 때부터 온도와 습도가 높은 무더위가 시작된다.
 
장마기간에는 장마전선을 따라 가로로 길게 비구름이 발달한다.

폭우를 만드는 하층 제트기류

지난 7월 17일, 기상청에서 중부지방에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하면서 무더위가 찾아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약 일주일 만인 7월 26일, 우리나라 중부지방에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그 원인은 기압 사이에서 발생한 하층 제트기류에 있다. 제트기류는 보통 고도 10㎞ 부근에서 1년 내내 부는 강한 편서풍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 비를 내린 하층 제트기류는 높이 3㎞에서 부는 남서풍이다. 우리나라의 남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남서쪽에 위치한 저기압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으로, 바다(서해)를 지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습기를 머금게 된다.
원래대로라면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따라 비를 뿌리며 북동쪽으로 함께 올라갔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북동쪽에서 차갑고 습한 기단이 발달하면서 하층 제트기류가 이동하지 못하고 막히게 됐다. 그 결과 하층 제트기류가 머금고 있던 습기가 모두 중부지방에 쏟아진 것이다.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강수량이 다른 이유는?

7월 27일 오전 8시 40분부터 55분까지 15분 동안 서울 지역에 비가 내린 양을 비교하면, 한강 북부 지역은 5㎜가 넘지 않는 것에 비해 남부 지역은 대부분 20㎜ 이상이었다. 강남지역에 훨씬 많은 양의 비가 내린 셈이다. 이것은 강북보다 강남의 대기가 더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대기가 불안정하면 두껍고 큰 구름이 만들어져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다.

폭우가 부른 산사태

하층 제트기류 때문에 발생한 폭우는 서울 우면산과 춘천 마적산, 경기 동두천 등 곳곳에서 산사태까지 일으켰습니다. 산사태로 인해 인명피해는 더욱 커져 7월 28일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51명의 사상자와 6,47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많은 비와 산사태는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단단한 화강암이 산사태를 만든다?

산사태는 폭우나 지진 등으로 산 중턱의 바위와 흙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대부분 화강암 위에 1m정도의 얇은 모래층으로 덮여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화강암은 단단한 암석이지만, 물이 스며들지 못하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올 경우 모래층으로 스며든 빗물이 화강암을 따라 흐르게 된다. 그 결과, 화강암과 모래층 사이가 벌어지게 되고, 흐르는 물을 따라 모래층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물론 숲이 발달한 산의 경우, 나무의 뿌리가 흙을 꽉 잡고 있기 때문에 비가 오더라도 쉽게 흙이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나 도로를 내고 건물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어낸 곳에서는 많은 비가 올 경우 흙이 쉽게 쓸려가게 된다.

작은 산이 더 위험해

산과 산 사이의 깊숙한 골짜기와 계곡은 사람들이 등산로로 애용하는 길이다. 하지만 골짜기는 본래 물이 흐르는 길로, 많은 양의 비가 올 때 빗물을 모아 빠르게 흘려 보내는 배수로 역할을 한다. 크고 오래된 산에는 이런 골짜기가 잘 발달해 있어 비가 많이 온다고 하더라도 계곡의 물이 불어날 뿐, 흙이 휩쓸리는 일이 없어 산사태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폭우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서울 우면산과 춘천 마적산 등은 비교적 작고, 최근 도로나 건물이 새로 지어진 산이다. 도로와 건물이 지어지면서 자연 배수로인 골짜기가 막혀 버린 것이다. 특히 13명이 숨진 춘천 마적산 산사태는 자연 배수로가 막히면서 일어난 일로, 제대로 빠지지 못한 많은 양의 빗물이 흙과 함께 쏟아지면서 마을을 덮쳤다.

 

폭우 다음은 폭염이 온다

기록적인 폭우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기상청은 이번 폭우가 지나간 후,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폭염특보의 상황을 보면 절반 이상이 8월에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강해진 북태평양 고기압

비가 그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30℃ 이상의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폭염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폭염이 찾아오는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적도 근처에서 발달한 기단으로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다. 올해는 특히 예전보다 더 강해진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에 비해 6일이나 일찍 끝난 중부 지방의 장마가 바로 그 증거다. 이번 폭우 기간동안 중부지방은 하층 제트기류로 인해 물난리를 겪었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받은 대구 등의 남부지방에서는 최고 기온이 31℃에 이르는 무더위를 겪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 주는 현상이다.
세력이 강해진 북태평양 고기압은 기온만이 아니라 태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더 많은 수증기가 태풍에 공급될 수 있다. 기상청은 올해 8~9월에 2~3개의 강력한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고 있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측 자료와 증거가 모이면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정관영 (기상청 예보분석관)

7월 말 우리나라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는 기록적인 강수량과 더불어 많은 인명 피해를 냈습니다. 비가 내리는 것은 자연 현상이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부족한 하수도 시설로 인한 피해는 우리 모두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요? 폭우 사태를 되짚어 보며, 지금까지 오가희 기자였습니다.

잠깐! 폭염특보란?

폭염특보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를 합친 말로, 일상 생활에 지장을 끼칠 정도로 더울 때 발령한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3℃ 이상, 열지수가 최고 32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전망일 때 발령된다. 열지수 32도는 신체 활동시 일사병이나 열경련 등에 걸릴 정도의 무더위다.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5℃ 이상, 열지수가 41도 이상인 날이 이틀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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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6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오가희 기자
  • 사진

    현수랑 기자
  • 도움

    정관영 예보분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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