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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살아있는 드릴? 돌 먹는 민물조개 발견!

 

안녕? 나는 과학마녀 일리야. 무더운 여름엔 물놀이만 한 피서가 없잖아. 그래서 더위를 피해 필리핀 아바탄 강에 놀러 왔어! 그런데 강 주변 바위엔 온통 구멍이 뽕뽕 뚫려있더라고. 바위를 갈라보니 그 안엔 벌레같이 생긴 하얀 친구가 있었어.

 

 

자기소개를 부탁해.


반가워~, 친구들! 난 민물조개 ‘리토레도 아바타니카 (Lithoredo abatanica)’라고 해(사진➊). 우리는 2006년, 필리핀 보홀섬 아바탄 강에서 처음 발견됐어. 


지난 6월 19일,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루벤 쉽웨이 박사팀이 우리의 생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세상에 알려졌단다. 연구팀은 라틴어로 바위를 뜻하는 ‘리토(lito)’와 ‘배좀벌레(teredo)’의 일부를 따 우리 이름을 지어줬어. 몸길이는 약 10cm인데 간혹 1m 가까이 자라는 친구들도 있어.

우리는 길쭉하고 통통한 몸통에 몸 전체가 반투명한 흰색을 띤단다. 조금 토실한 애벌레와 닮았다고 생각하면 돼.

 

배좀벌레가 뭐야? 좀 생소한데?!


배좀벌레는 좀벌레처럼 나무를 갉아먹고 사는 민물조개야. 나무 선박을 갉아 먹어 배를 침몰시킬 수 있는 위험한 친구지. 200년 전, 배좀벌레가 나무를 파먹는 모습을 보고 프랑스 공학자 마크 이점바드 브루넬은 터널을 뚫는 굴착기를 만들기도 했어. 


우린 껍데기가 두 개인 쌍각류 조개라는 점에서 배좀벌레와 비슷해. 하지만 나무가 아닌 돌을 먹고 살지. 조개껍데기는 드릴의 날처럼 쓰여. 배좀벌레 껍데기엔 수백 개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빨이 있어. 우리는 그보다 적은 수십 개가 있지만, 배좀벌레보다 두껍고 크기가 커 바위에 굴을 뚫을 수 있단다.


어머, 돌을 먹는다고?


응. 우리는 갉아먹은 돌을 잘게 부숴 고운 모래로 만든 뒤 배출한단다. 그래서 우리 장엔 돌이 가득 차 있지. 연구팀은 이 돌의 화학 성분을 분석했는데, 우리가 뚫은 바위(사진➋)와 같은 성분인 것을 확인했어. 연구팀은 리토레도 아바타니카가 돌에서 어떤 영양분을 얻는지는 알지 못했어. 대신 새들이 소화를 돕기 위해서 모래주머니 속 돌조각을 이용하는 것처럼 플랑크톤이나 다른 먹이를 잘게 부수기 위해 돌을 먹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지. 연구팀은 우리가 돌에 붙어있는 플랑크톤 등에서 영양분을 얻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돌에 구멍을 내도 괜찮은 걸까?


루벤 쉽웨이 박사는 “리토레도 아바타니카가 바위를 갉아 먹으면서 강이 흐르는 길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어. 이어 “민물 환경에서 매우 드문 경우로 볼 수 있지만, 리토레도 아바타니카가 만든 굴이 게나 물고기, 달팽이 같은 물속에 사는 다른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며, “이 때문에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지. 


지금까지 리토레도 아바타니카가 발견된 곳은 필리핀 아바탄 강이 지구에서 유일해. 연구팀은 우리가 생태계의 기술자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계속 연구하겠다고 밝혔단다.

2019년 1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혜란 기자
  • 만화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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