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기차를 타는 상상을 했어요. 그러다 그 기차 안에서 손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면 어떻게 될까 생각했지요. 여기서‘ 아인슈타인의 거울’이라 불리는 사고 실험이 탄생했답니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동안에도 빛이 얼굴에서 반사돼 거울로 갔다가 다시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과정이 일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지요. 빛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 거울을 볼 수 있을까요?
[가설1] 거울에 얼굴이 비친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흔들리지 않는 기차에 탔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때 창문이 가려져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다면 기차가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17세기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런 경우에 기차가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어요. 기차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정지해 있는지 구별할 수 없으므로 이 두 경우에 물리법칙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지요. 이게 바로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랍니다. 당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지지하던 갈릴레이는 이 상대성 원리를 들며, 지구의 회전 속도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지구의 회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지요.
예를 들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기차 안에서 뛰어 오르는 모습을 상상해 봐요. 기차는 분명 움직이고 있지만 여러분은 뛰어 올랐던 자리에 그대로 떨어질 거예요. 마치 제자리에서 뛰어 올랐다가 내려온 것처럼 말이에요.
이 원리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상상했던 기차도 빛의 속도로 일정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정지 상태와 똑같은 물리법칙이 적용될 거예요. 기차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은 정지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똑같아 구별할 수 없을 테고요. 그러면 정지 상태에서 거울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거울을 통해 내 모습을 보는 데에도 문제가 없어야 한답니다.
[가설2] 거울에 얼굴이 비치지 않는다!
빛은 1초에 약 30만km나 움직여요. 이런 빠른 속도 때문에 빛이 물체에 반사돼 우리 눈으로 들
어오는 과정을 알아챌 수 없지요.
빛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서 손거울을 들고 있는 사람을 기차 밖에서 관찰할 땐 어떨까요? 손거울에 얼굴이 비치려면, 얼굴에서 반사된 빛이 앞으로 나아가 손거울에 이르러야 돼요. 그런데 빛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에서는 손거울도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어요. 결국 얼굴에서 반사된 빛은 초속 30만km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여야만 거울에 닿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이 문제를 고민하던 때에 이미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어요. 빛은 누가 언제 어디서 관측하든, 늘 초속 30만km로 그 속도가 일정하지요. 결국 빛의 속도는 일정하기 때문에 얼굴에서 반사된 빛은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손거울보다 더 빨리 움직여 거울에 닿을 수 없을 거예요. 결국 기차 밖에서 관찰하면 아인슈타인이 얼굴을 비춰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겠지요.
▶이 질문이 왜 중요할까?
아인슈타인은 이 질문을 아주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대학교에 다니던 5년과, 특허청 공무원으로
일하는 5년 내내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하다가 온갖 신경증까지 겪었지요. 그 결과 아인슈타인은
갈릴레이의 상대성 원리를 받아들이면서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도 받아들이는 이론을 발
표해요. 그게 바로 1905년에 발표한 ‘특수 상대성 이론’이랍니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통해 각자에게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놀라운 주장을 해요. 특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빠르기로 달리는 기차 안에 있는 사람은 마치 멈추어 있는 기차 안에 있는 것처럼 거울에 얼굴을 비춰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 기차 안을 관찰하는 사람이 보기엔 아인슈타인이 거울을 볼 수 없어요. 이때 기차 밖의 사람에겐 기차 안의 시간이 거의 멈춘 것과 같아 빛이 얼굴과 손거울 사이에 머물고, 거리는 짧아져 얼굴과 손거울이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