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에 살았던 수컷 공룡들도 구애 행동을 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그 증거를 가진 흔적화석이
지난 2013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발견됐어요. 공룡들은 어떤 행동으로 짝을 유혹했을까요?
중생대에 살았던 공룡은 화석을 통해 그 특징이나 형태를 알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공룡의 화석은 골격화석과 흔적화석으로 구분되지요. 땅 속에서 발견되는 뼈나 이빨은 골격화석이에요. 실제 공룡 몸의 일부이기 때문에 공룡의 정확한 크기와 생김새를 추측할 수 있지요.
반면 흔적화석은 공룡이 살면서 남긴 흔적을 말해요. 발자국과 배설물, 공룡이 땅을 판 흔적 등이 해당되지요. 공룡이 당시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분석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된답니다.
지난 2013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긁은 듯한 구덩이가 처음으로 발견됐어요. 당시 저는 2011년부터 미국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과 함께 콜로라도 주의 백악기 지층을 조사하던 중이었지요. 이후 총 50여 개의 지점에서 60개가 넘는 구덩이를 발견했어요.
구덩이의 크기는 최대 길이가 2m 정도로 매우 거대했답니다. 이 구덩이는 백악기에 살았던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만든 흔적화석이었어요.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몸길이가 11.5m이고, 무게는 7톤, 머리 길이는 1.3m나 되는 거대한 육식공룡이에요. 당시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가장 상위에 있던 공룡으로, 초식공룡을 주로 잡아먹었지요.
구덩이의 크기와 모양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발자국과 매우 비슷했어요. 하지만 발자국과는 조금 달랐지요. 자세히 살펴본 결과,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닥을 긁어서 만들어진 구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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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왜 땅을 긁었을까요? 첫 번째 가설은 알을 보관하는 둥지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팠다는 거예요. 대형 공룡들은 땅을 파서 둥지를 만들고, 여기에 알을 낳은 뒤 식물 등으로 따뜻하게 감싸 부화시켰거든요.
하지만 이 가설은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어요. 알 조각이나 새끼 공룡이 알을 깨고 나온 흔적 등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알을 품었다면 발톱으로 긁은 자국들이 뭉개졌을 거예요. 하지만 이 구덩이의 자국들은 매우 선명했답니다.
두 번째는 물을 얻기 위해 땅을 팠을 거라는 가설이에요. 코끼리와 같은 네 발 달린 초식동물은 물이나 음식을 찾기 위해 땅을 파는 행동을 하거든요.
하지만 구덩이의 주인공인 아크로칸토사우루스는 대표적인 육식공룡이에요. 또한 당시 이 지역은 물이 풍부했기 때문에 굳이 물을 얻기 위해 땅을 긁거나 파낼 필요가 없었답니다.
세 번째로는 공룡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한 흔적이라는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고양이나 개와 같은 동물들이 소변을 보는 것처럼 땅을 긁는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포유동물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에요. 또 공룡 중에서 영역 표시를 위해 땅을 긁는 종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가설 또한 맞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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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수컷들이 땅을 긁는 구애 행동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새들에게서 볼 수 있어요. 대표적인 동물은 물떼새예요. 물떼새는 땅에 알 둥지를 만들어요. 아크로칸토사우루스처럼 발톱으로 땅바닥을 긁지만, 이렇게 긁어 만든 구덩이를 알 둥지로 사용하지는 않아요.
생태학자들은 이 행동을 수컷들의 구애 행동이라고 보고 있어요. 구덩이를 잘 파는 모습을 통해 둥지를 잘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암컷에게 과시한다는 거예요.
바다오리와 타조도 마찬가지예요. 땅을 긁거나 파는 행위로 암컷을 유혹하지요. 이 동물들이 만든 흔적은 길이가 최대 2.3m이고, 땅에 고랑이 생길 정도로 매우 크고 깊어요. 이 모양은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만든 흔적과 매우 비슷하답니다.
이러한 증거들을 토대로 공동연구팀은 공룡이 바닥을 긁은 행동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 행동이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이 연구는 흔적화석을 통해 공룡의 구애 행동을 최초로 밝혔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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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증거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행동을 알 수는 없었어요. 이 흔적화석의 발견으로 아크로칸토사우루스의 경우 수컷 공룡이 짝짓기 시기에 어떤 구애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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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연구를 통해 흔적화석이 골격화석 못지 않게 공룡의 특징을 이해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수 있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공룡의 발자국과 알 둥지 화석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흔적화석에서 밝혀질 새로운 공룡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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