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질 않는다며 괴로움에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샌드리나 스레파’는 썰렁홈즈에게 한쪽 구석에 놓인 금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대대로 내려오는 우리 스레파 가문의 비밀 노트가 저 금고 안에 들어 있어요. 아버지께서는 디자인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이걸 보라고 말씀하시곤 했죠. 그런데 암호를 풀지 못해 아직 보지 못했어요. 도와 주세요, 썰렁홈즈!”
다행히 썰렁홈즈의 도움으로 금고를 열어 비밀노트를 꺼내게 된 ‘샌드리나 스레파’. 하지만 비밀 노트를 열어 본 그는 다시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흑…, 비밀노트에 중요한 글귀가 적혀 있긴 한데 도통 알아보질 못하겠어요. 아버지께서는 중요한 이야기는 속담 속에 들어 있다는 얘길 하시곤 했는데…. 썰렁홈즈, 여기 이 글자들은 대체 무슨 뜻일까요?”
“속담처럼 한 걸음씩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아하! 바로 대칭이에요!”
이제 영감을 얻었다며 디자인을 시작하려는 ‘샌드리나 스레파’. 완벽한 대칭 무늬가 그려진 가죽으로 샌들을 만들겠다며 재료를 꺼내 오는데….
“아, 뭔가 이상해요! 전 완벽한 대칭 디자인을 원하는데 무늬가 지워져 버렸네요.
이거 원래대로 그릴 수 있을까요 썰렁홈즈?”
이제 마음에 드는 무늬가 그려진 가죽을 잘라서 샌들을 만들기만 하면 되는 상황. 하지만 왠일인지 샌드리나 스레파는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는 게 아닌가.
“이번에는 정말 멋진 샌들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집안 가보로 내려오는 구두장이 칼을 쓰고 싶어요. 정말 잘 드는 칼이거든요. 그런데…, 아무나 쓸 수 없어요. 구두장이 칼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만 쓸 수 있도록 잘 보관돼 있거든요.”
샌드리나 스레파는 감사한 마음에 썰렁홈즈만을 위한 특별한 샌들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오오~! 무언가 떠올라요! 썰렁홈즈님의 재능은 정말 특별해요. 아주 높고 숭고하죠. 이런 썰렁홈즈님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은…, 디자인은…!”
며칠 뒤 썰렁홈즈는 ‘샌드리나 스레파’로부터 감사의 편지와 함께 샌들을 선물로 받았다. 하지만 그 샌들은 너무 높고 숭고해서 제대로 신고 다닐 수가 없었다. 흑…, 썰렁홈즈, 지못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