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잎이 넓은 ‘낙엽활엽수’는 겨울이 오기 전 노랗고 붉게 물든 잎을 떨어뜨려요. 그래서 겨울 내내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러내고 살지요.
하지만 소나무나 잣나무, 전나무, 구상나무 같은 ‘상록침엽수’들은 겨울철에도 푸르른 빛을 뽐낸답니다. 상록침엽수라는 이름부터 ‘늘 푸른빛을 띠는, 잎이 가시 모양인 나무’라는 뜻이에요. 지난주에 내린 눈들이 아직도 진 초록빛 가지 위에 남아 있고, 그 나무들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겨울 풍경 중 하나지요.
낙엽이 지는 나무들은 조직이 약한 잎들을 모두 떨구고 양분의 이동통로를 차단해 버린 채 겨울을 나요. 그렇다면 소나무의 푸른 잎은 추운 겨울을 어떻게 견뎌내는 것일까요?
사실 겨울을 나는 게 어렵기는 소나무 같은 침엽수들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소나무의 잎들도 조금씩 겨울에 적응하도록 자신을 변화시키지요.
예를 들어 소나무 잎에는 지방이 많이 들어 있는데, 겨울이 다가오면 지방의 양이 더욱 늘어나요. 이 지방은 겨우내 쓸 에너지원이 되고, 외부 추위를 막아 주는 역할도 한답니다. 잎에 있는 구멍인 ‘기공’을 통해 찬 기운이 드나드는 걸 막는 일도 중요해요. 낙엽활엽수는 잎이 있던 자리에 ‘떨켜’를 만들고 잎을 떨어뜨려서 아예 기공을 없애 버려요. 하지만 소나무의 잎들은 기공 주변에 두꺼운 세포벽과 아주 두꺼운 왁
스층을 쌓아요. 마치 우리가 겨울철에 단열재로 창문과 벽을 막는 것처럼요. 이러면 찬 공기를 막으면서도 수분과 열이 효과적으로 드나들 수 있답니다.


푸른 잎을 힘차게 펼치고 있는 상록침엽수 옆에서 가지만 드러난 낙엽활엽수는 조금 초라해 보일 수 있어요. 실제로 겨울철 낙엽활엽수는 거의 활동을 정지한 거나 다름없어요.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잎이며 꽃을 모두 떨어뜨리고, 얼어버릴 수 있는 수분이나 양분의 이동도 중단한 채 가만히 버티고 서 있
을 뿐이지요. 하지만 사실은 마른 나무가지에도 새봄이 담겨 있답니다. 바로 ‘겨울눈’ 속에요.
신기하게도 가장 모진 계절의 겨울눈속에는 가장 어리고 연한 조직이 들어있어요. 무사히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은 뒤 새로이 자랄 부분이지요. 물론 가장 바깥은 아주 단단한 껍질로 철저히 무장하고 있어요. 우리가 겨울에 코트로 몸을 감싸 찬바람을 피하듯, 몰아치는 겨울추위를 단단히 막는 거지요.
나무가 어떤 코트를 입고 있느냐에 따라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답니다. 예를 들어 백목련은 연회색 빛 ‘털 코트’로 겨울눈을 포근하게 감싸는 반면, 물푸레나무는 단단하고 반질거리는 검은색에 가까운 ‘가죽 코트’를 뽐내지요. 또 나무의 종류에 따라 눈의 모습이나 역할이 모두 달라요. 꽃으로 피어날 ‘꽃눈’과 잎으로 펼쳐질 ‘잎눈’이 각각 나뉘기도 하고, 이 모두가 한 눈 속에 들어 있기도 하지요.

이처럼 겨울눈은 어려움의 상징인 동시에 희망이랍니다. 어려운 겨울을 이겨낸 풀과 나무들이 피워낼 새 봄의 찬란한 꽃들을 기다리며, 우리도 희망이 가득한 겨울을 보내 보는 것이 어떨까요.
*분화 : 세포가 복잡한 기능과 형태를 가진 성숙한 상태로 성장해 가는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