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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이름이

개복치는 몰라몰라, 말벌은 아하하!


내 이름은 린네, 18세기의 식물학자지. 오늘 내가 할 일은 ‘이름’이 가장 재미있는 생물을 뽑아 상을 주는 거라네. 어디 보자…. 몰라몰라, 오래사라…. 오호, 요즘 과학자들도 재미있는 이름을 좋아하는군. 응? 이게 생물의 이름 맞냐고? 맞아~! 생물이 가진 단 하나의 이름, 학명이지!
내가 가장 먼저 이 일을 시작했다구~!


 
개복치 알아? 몰라! 몰라몰라 알아? 알아!

커다란 몸집과 우스꽝스러운 생김새, 스트레스에 약한 성격으로 화제가 된 물고기가 있어요. 우리는 그 물고기를 ‘개복치’라고 부르지만 영어권 나라에서는 ‘sunfish(선피쉬)’, 일본에서는 ‘マンボウ(만보우)’라고 해요. 그러니 언어가 다른 나라에 가서 ‘개복치’ 이야기를 한다면, 그 나라 사람들은 이 물고기를 떠올릴 수 없을 거예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개복치를 떠올릴 수 있는 ‘마법의 이름’이 있어요. 바로 ‘몰라몰라’! ‘몰라몰라’는 개복치의 학명이에요. 학명을 정식으로 쓰면 Mola mola 로, 이걸 그대로 읽으면 몰라몰라가 되지요. 학명(學名)은 한자 뜻 그대로, ‘학술적인 이름’을 말해요.

예를 들어 ‘Homo sapiens(호모 사피엔스)’는 사람을 생물학적으로 일컬을 때 쓰는 이름이에요. 생물 분류의 가장 작은 단위인 속(Homo)과 종(sapiens)을 나란히 적어 둔 거랍니다. 마치 우리가 성, 이름 순으로 성명을 표기하듯 말이에요. 현재 살아 있는 생물뿐만 아니라 화석, 세균, 유전자, 광물도 학명을 갖고 있어요.


이름을 붙여야 생물종이 남는다?

학명을 만드는 방법을 ‘이명법’이라고 해요.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인 칼 폰 린네가 처음으로 고안했지요. 린네는 이명법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9000종이 넘는 동식물의 이름을 붙여 주었답니다. 지금 우리가 쓰는 생물 분류법은 린네로부터 시작된 것과 다름없지요.



학명을 보면 OO을 알 수 있다?

학명은 여러 가지를 담고 있어요. 먼저 생물의 특징이나 생김새가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 까치의 학명은 Pica pica(피카피카)예요. pica는 라틴어로 ‘이석증’을 의미해요. 이석증은 먹을 수 없는 것까지 마구 먹는 병을 말하지요. 이름 그대로, 까치는 뭐든 먹어치우는 흉폭한 식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Mola mola 도 큰 돌과 비슷한 개복치의 생김새를 본딴 거예요. mola는 라틴어로 ‘멧돌’을 의미하거든요.

생물이 처음 발견됐거나, 유일하게 사는 장소를 학명으로 만들기도 해요. 우리나라 고유종의 종명에는 corea(coreana), korea(koreanus)가 들어간 단어를 많이 써요. 제주도, 한라산, 지리산 등 우리나라 지명도 종명에 많지요.

이 밖에도 사람 이름을 학명에 넣기도 해요. 예를 들어 ‘kimi ’라는 종명을 가진 생물은 대부분 김씨라는 성(Kim)에서 비롯된 거예요. 보통 배우자, 자식, 은사, 존경하는 과학자 등 애정을 표하고 싶은 상대의 이름을 많이 써요. 예를 들어 수장룡을 포함해 수십 종에 달하는 생물이 ‘attenborough’라는 단어가 들어간 학명을 갖고 있어요.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아텐브로우 경(Sir David Attenborough)의 성(Attenborough)을 딴 거랍니다.

학명을 알아야 생물을 안다

그럼 왜 사람들은 학명을 붙일까요? 우선 생물을 분류하고 학명을 붙이면 가장 가까운 생물종을 알 수 있어요. 위의 나무를 보세요. 까치는 참새보다 까마귀에,멍게보다 고양이에 가깝지요. 이런 그룹을 계속 모으고 나눠가면 생물이 어떻게 진화하고 변해 왔는지도 볼 수 있지요. 속이나 종 같은 작은 단위일수록 나중에 나눠지거든요.

무엇보다 학명은 그 생물의 존재를 증명하는 소중한 지표예요. 학명이 없는 생물은 우리들의 주변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거나 같아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원 교수는 “지구상에 있는 생물은 대략 1000만~3000만 종 정도로 추정되지만 현재 학명을 갖고 있는 생물은 약 200만 종에 불과하다”며, “이름이 없는 80%의 생물이 어느 날 갑자기 멸종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해도, 우린 왜 생태계가 망가졌는지조차 모른 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생물에 이름을 붙이고 제대로 분류하는 것이 생물종과 생태계를 이해하는 첫 단계인 셈이지요.
 
이름 갖고 장난치면 안 돼? 돼!

학명은 까다로운 약속에 따라 정해지는 이름이에요. 하지만 작명하는 과학자의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재미있는 이름이 나올 수 있지요. 실제로 학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과학자들도 있답니다. 재밌는 학명들을 만나 볼까요?


린네는 장난꾸러기!


처음으로 학명 체계를 세운 린네는 재미있는 학명도 만들어 놨어요.

대표적인 예가 ‘닭의장풀’의 학명인 Commelina commuis(코멜리나 코뮤이스)지요. ‘달개비’라고 부르기도 하는 닭의장풀은 예쁜 파란색 꽃을 피워요. 꽃잎 두 개는 큼지막한 반면, 나머지 한 개는 좀 작지요.

린네는 이 모습을 보고 자신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식물학자들을 떠올렸어요. 당시 코멜리나(Commelina)라는 이름을 가진 세 명의 식물학자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둘만 유명했거든요. 참고로 개복치와 까치의 학명인 Mola mola와 Pica pica라는 이름도 린네도 지었답니다.
 
발음이 너무 웃겨~!

1977년, 말벌 연구를 하던 곤충학자 아놀드 멘케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말벌 표본을 받았어요. 멘케는 표본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받자마자 “아하~!”라고 외쳤죠. 아직 이름이 없던 작은 말벌의 학명이 그 순간 결정됐답니다. 바로 Aha ha(아하 하)로 말이에요!

멘케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의 차 번호판에 박아 놓을 정도였어요. 또 이상하고 웃긴 학명만 모은 ‘논문’을 1993년 만우절에 발표하기도 했답니다.

웃음소리와 비슷한 곤충 학명은 또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곤충에 속하는 ‘요정파리(fairyfly)’의 한 종류인 Kikiki huna (키키키 후나)가 그 주인공이랍니다. ‘kikiki’와 ‘huna’는 둘 다 이 곤충이 처음 발견된 하와이의 언어로 ‘작다’라는 의미예요. ‘작고 작다’라니 의미도 웃기죠?

좋아하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건 어때요? Gelae (젤리)속에 속하는 딱정벌레의 종명은 차례로 G.baen, G.donut, G.fish예요. 발음하면 ‘젤리빈’, ‘젤리도넛’, ‘젤리피쉬’! 해파리(Jellyfish, 젤리피쉬)와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캐릭터와 물체의 이름을 따 볼까?

존경하는 학자가 아닌 좋아하는 스타나 캐릭터의 이름을 학계에 남긴 과학자들도 있어요. 고생대에 살았던 절지동물인 삼엽충의 한 종은 ‘Han solo ’라는 학명을 받았어요.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캐릭터 ‘한 솔로’의 이름을 딴 거지요. 또 가수 비욘세의 이름을 딴 말파리(Scaptia beyonceae)나,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이름이 같은 거미(Aptostichus angelinajolieae)도 있답니다.

물체의 이름을 따와 생김새와 특징을 단번에 나타낸 학명도 있어요. 단세포 동물인 Kamera lens (카메라 렌즈)가 대표적인 예지요. 마치 렌즈의 단면처럼 볼록한 형태를 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과학자들도 빠질 수 없지!

한글 이름도 세계에 웃음을 줄 수 있어요. 1999년 당시 포스텍 생명과학부에서 일하던 남홍길 교수는 다른 종보다 수명이 긴 애기장대의 돌연변이 종을 발견했어요. 애기장대는 노화나 장수 연구에 주로 쓰이는 한해살이 풀이에요. 남 교수는 이 돌연변이종에 ‘oresara’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어요. 발음 그대로 ‘오래살아’의 의미지요. 당시 발표한 논문에는 “oresara는 한국어로 ‘장수’를 의미하는 말”이라는 설명이 들어 있답니다.

아이고, 웃긴 이름이 너무 많아서 뭘 뽑아야 할지 모르겠군. 게다가 아직 이름없는 생물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

그래, 결정했어!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신종을 발견해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 줄 때까지 이 트로피를 맡아둘 거야.

뭐? 지금 당장 달라고? 몰라몰라, 쫓아와도 안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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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은영 기자
  • 도움

    김원 교수
  • 일러스트

    오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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