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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어과동 이윤선기자입니다. 저는 지금 진짜 코끼리 코보다 더 코끼리 코 같은 ‘코끼리 코 로봇’이 있다는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생체모방로봇들의 닮은꼴 대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은 코끼리는 물론 도마뱀과 개미, 그리고 소금쟁이를 닮은 로봇까지 전세계에서 모인 로봇들과 이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저도 로봇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직접 가까이 다가가 로봇들을 관찰해 보겠습니다.




 

생체모방이 답이다!

로봇들이 동식물을 따라한다니 정말 재밌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체모방로봇’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동식물의 어떤 모습을 따라한 걸까요? 대회장으로 들어서기 전 생체모방로봇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어요. 여기서 모방이란 다른 것을 그대로 베낀다는 뜻이 아니에요. 기존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인간은 아주 오랜 역사 속에서 자연을 모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 왔어요. 물고기를 잡기 위해 만든 창도 동물들의 날카로운 발톱을 모방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지요.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을 모방한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호주의 유명 수영선수는 상어의 비늘 모양을 모방해 만든 전신수영복을 입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6관왕에 올랐어요. 또 일본의 엔지니어들은 고속열차인 신칸센을 물총새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만들었어요. 공기 저항을 줄여서 속도는 빠르면서도 소음이 적게 나도록 하기 위해서죠.

자연에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동식물들이 많아요. 소금쟁이는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고, 게코도마뱀은 벽을 타고 오를 수 있지요. 또한 연잎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들이 나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아요. 이렇게 자연의 뛰어난 능력을 모방해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을 ‘생체모방’ 혹은 ‘자연모사’라고 부른답니다.


로봇 기술의 한계, 자연에서 찾다!

로봇 과학자들도 생체모방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더 정교하고 똑똑하게 개발하려면 다양한 기능들이 필요하거든요. 게다가 물속이나 사막 등 험난한 환경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요.

과학자들은 그 해답을 자연 속 동식물들의 장점들을 모방한 ‘생체모방로봇’에서 찾고 있답니다. 처음 생체모방로봇은 동식물들의 독특한 모양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에서 시작됐어요. 이후 동물들의 움직임이나 무리지어 활동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모방의 대상이 되고 있지요.

과학자들은 앞으로 생체모방로봇의 발전이 우리 사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해요. 생체모방로봇 기술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가 정한 10대 미래 유망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여기 치타를 닮은 치타로봇이 힘차게 달리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치타로봇이 장애물을 거뜬히 뛰어넘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그 어떤 조종도 하지 않고 있어요! 치타로봇이 스스로 장애물을 뛰어넘다니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스스로 장애물 넘는 치타로봇

지난 5월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김상배 교수팀이 빠르게 달리면서도 스스로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치타로봇’을 개발했어요. 러닝머신 위에서 힘차게 달리던 치타로봇이 장애물을 가볍게 뛰어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지요.

네 발로 걷는 ‘4족 보행 로봇’은 걷는 로봇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예요. 발이 4개인 만큼 안정적으로 걷거나 뛸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과학자들은 4족 보행 로봇의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치타에 주목했어요. 그리고 치타가 빨리 달릴 수 있는 몸의 형태와 달리는 모습을 분석해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데 노력했지요. 치타의 달리기 최고 속도는 약 시속 110km로, 포유류 중에서 단거리를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답니다.

그런데 최근 4족 보행 로봇들은 빨리 달리는 능력을 넘어 더욱 더 똑똑한 기술을 적용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어요. 이번에 개발된 치타로봇도 예외는 아니에요.

치타로봇의 눈에는 ‘라이더(Lidar)’라는 레이저 센서가 달려 있어요. 치타로봇이 달리는 도중에 앞으로 레이저를 쏘면 이 센서가 반사되어서 돌아오는 빛의 양을 분석해 장애물을 파악해요. 만약 장애물이 있다면 0.1초 안에 장애물과의 거리와 현재 자신이 달리는 속도를 계산해서 가장 적당한 점프지점을 정할 수 있어요. 이 덕분에 치타로봇은 1초 동안 2.5m(시속 약 8km)를 달리면서 40cm 높이의 장애물을 거뜬히 뛰어넘을 수 있답니다.

최근 독일의 기술 기업 페스토(Festo)는 실제 개미처럼 다른 개미로봇들과 협동하는 개미로봇을 선보였어요. 개미로봇은 배에 있는 무선 통신기로 다른 개미로봇들과 서로 통신을 하며 어떻게 움직이고, 물건을 옮길지 정할 수도 있지요. 페스토에서 개발한 개미로봇에는 ‘생체학습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쓰였어요. 생체학습네트워크란, 특정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상황에 적합한 행동을 스스로 학습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개미로봇들은 반복적으로 움직이면서 먹이를 옮기는 가장 빠른 길을 찾을 수 있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로봇

최근 로봇 과학자들은 로봇을 작게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어요. 로봇의 크기를 줄이면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재난현장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로봇을 작동하는데 꼭 필요한 배터리를 작게 만들면서도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지난달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조규진 교수와 생명과학부 이상임 교수 등 공동연구팀이 무게가 68mg인 아주 작은 소금쟁이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해 유명 과학학술지에 발표했어요. 연구팀이 개발한 소금쟁이로봇은 실제 소금쟁이처럼 가늘고 긴 다리에 얇고 긴 몸체를 갖고 있어요. 로봇의 몸 전체를 하나의 평면 판에 만든 뒤, 잘라 접어 몸을 작고 얇게 만들 수 있었지요. 게다가 다리 끝에는 물과 친하지 않은 소수성 물질이 발라져 있어 진짜 소금쟁이처럼 물 위에 뜰 수 있답니다.

이 로봇이 주목받은 더 큰 이유는 물 위를 폴짝폴짝 뛰는 소금쟁이의 행동까지도 그대로 따라했기 때문이에요. 연구팀은 1초에 50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로 소금쟁이가 물 위에서 도약하는 과정을 관찰했어요. 그 결과 넓게 벌렸던 다리를 빠르게 가운데로 모으면서 뛰어오른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연구팀은 이 실험결과를 응용해 소금쟁이로봇의 다리 4개를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었어요. 형상기억합금은 힘을 주어 변형을 시켜도 열을 받으면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요. 여기에 몸체에 열이 나도록 만들어 소금쟁이처럼 4개의 다리를 오므렸다가 폴짝 뛰어오르는 로봇을 만들 수 있었답니다.

작은 곤충을 모방한 로봇은 또 있어요. 지난 2003년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는 0.1g도 안 되는 초소형 비행로봇이 개발됐어요. ‘로보비(Robobee)’라는 이 로봇은 무게는 80mg이고, 날개를 다 펼쳐도 3cm도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비행로봇이지요. 연구팀은 이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벌의 몸 구조와 날갯짓을 10년 동안이나 연구했어요. 그 결과 1초당 날개를 120번 움직이며 10cm까지 날 수 있는 최소형 비행로봇이 탄생했답니다.



림보하는 소프트 로봇

‘로봇은 딱딱하다’라는 편견을 깨는 로봇이 나타났어요. 실리콘으로 만든 말랑말랑한 ‘소프트 로봇’이 주인공이지요. 그동안 로봇은 주로 강철이나 금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튼튼하고 단단했어요. 하지만 너무 단단해 외부에 부딪히면 깨지거나 부서지기 쉽고, 움직임도 유연하지 않았어요. 특히 사람이 사용하다가 다칠 수도 있고, 달걀처럼 단단하지 않은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깨뜨리기 쉬웠지요. 그래서 최근에 많은 로봇들이 생물의 조직과 근육처럼 부드러운 물질로 만들어진 ‘소프트 로봇’ 형태로 개발되고 있어요.

지난 2011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조지 화이트사이드 교수팀은 말랑말랑한 소프트 로봇을 만들었어요. 로봇이 림보를 하듯 바닥과 장애물 사이를 유연하게 지나가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지요. 하얀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이 로봇은 불가사리 모양을 닮아 ‘불가사리 로봇’으로 불려요. 연구팀은 불가사리는 물론 문어의 움직임까지 분석해 이 로봇에 적용했답니다.

연구팀은 일단 부드러운 재질인 실리콘을 이용해 X자 모양의 몸체를 만들었어요. 몸체 안 곳곳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서 얇은 튜브를 연결해 공기를 넣어 주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지요. 이때 로봇이 앞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각각의 구멍이 부분적으로 열리거나 닫혀요. 예를 들어 뒷다리에만 들어가 있던 공기가 점점 앞쪽으로 이동하면, 불가사리 로봇은 뒤쪽에서부터 파도치듯 꿈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예요.

깨지기 쉬운 계란이나 그릇을 들어올릴 수도 있어요. 다리를 오므려 동그랗게 만들면 물체를 잡아도 깨지지 않고, 또 물체에 착 달라붙을 수있어서 들어올리다가 놓칠 확률도 적지요. 연구팀은 이 로봇 기술을 이용하면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더욱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한편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연구팀은 로봇에 실리콘 재질의 옷을 입혀 물고기의 모습과 매우 비슷한 로봇을 만들었어요. 이 로봇은 몸에 저장한 이산화탄소를 꼬리 쪽에 보내, 꼬리를 부풀렸다가 다시 수축시키며 움직여요. 또 몸 옆쪽에는 공기가 나오는 구멍이 있어서 회전하고 싶을 땐 반대쪽 구멍으로 공기를 내보내 꼬리를 구부리며 회전시키지요. 그 결과 물속에서 0.1초 만에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답니다.


사람처럼 달리는 로봇

휴머노이드(Humanoid)란 인간의 형태를 한 로봇을 말해요. 머리와 몸통, 팔, 다리의 구조를 완벽하게 갖고 있고, 걸음걸이나 다양한 동작들도 사람의 행동과 비슷하지요. 키가 크고 머리가 커서 뒤뚱거리며 걷던 과거의 휴머노이드와 달리, 최근에는 사람처럼 8등신 비율의 몸매를 자랑해요.

휴머노이드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역시 걷기와 중심 잡기예요. 4족 보행이 아니라 2발로 걷는 2족 보행이기 때문에 걷기와 중심 잡기는 매우 어려운 기술이지요. 그래서 많은 로봇들이 걷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최근 험난한 돌길 위를 사람처럼 안정적으로 걷는 휴머노이드가 개발됐어요. 구글의 로봇회사인 보스톤 다이나믹스에서 만든 ‘아틀라스(Atlas)’가 바로 그 주인공이지요.

아틀라스는 키가 188cm에 몸무게는 150kg으로 덩치가 건장한 어른만해요. 영상을 보면 울퉁불퉁한 돌길 위를 자연스럽게 걷는데, 중심이 좌우로 흔들리긴 하지만 이내 중심을 잡는 걸 볼 수 있어요. 또 한 발로 중심 잡고 서 있는 것은 물론 무거운 추가 옆으로 날아 와 부딪혀도 쓰러지지 않는답니다.

아틀라스가 중심을 잘 잡는 비결은 관절과 센서에 있어요. 아틀라스는 총 28개의 관절을 갖고 있어서 팔과 다리, 발목 등이 각각 따로 움직일 수 있지요. 또 몸에 있는 센서가 외부에서 오는 힘의 크기와 방향을 감지하지요. 그 결과 종아리에 외부 힘이 가해져도 발목과 종아리를 잇는 관절과, 종아리와 허벅지를 잇는 관절이 반대쪽으로 꺾이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거예요.


여기에 좀 더 인간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 근육’ 기술이 필요해요. 그래서 많은 과학자들이 사람의 근육을 닮은 인공 근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나일론 낚시줄을 꼬거나 감는 방법으로 사람 근육보다 100배나 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인공 근육을 만들 수 있다는 이론도 있고, 아주 얇은 탄소 나노튜브 여러 가닥을 그래핀과 합성하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어요. 근육은 아주 얇은 실 형태의 근섬유가 다발처럼 묶여서 이뤄져 있는데, 이러한 형태를 모방하는 거지요. 만약 이러한 방법으로 인공근육이 개발된다면 훨씬 더 사람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모습의 로봇을 만나게 될 거예요.


# 로봇의 따라하기 능력이 정말 대단하군요! 이번 닮은꼴 대회에서는 어떤 로봇이 우승을 했을까요? 미래에는 또 어떤 생체모방로봇이 나올까요? 친구들의 상상력을 발휘해 보세요.

2015년 1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윤선 기자
  • 사진

    [사진 및 도움] 이상임(서울대 생물학과 교수), 조규진(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 김상배(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 Festo, DARPA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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