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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야. 지난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 발견됐는데, 올해 사람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오게 됐어. 그런데 사람들이 날 엄청 무서워 해. 나로 인해 아프거나 죽는 사람들이 생겨서 그런가 봐. 내가 진짜 누구인지, 왜 이곳에 오게 됐는지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에게 자세히 알려 줄게!

메르스 바이러스 대한민국을 흔들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인 아저씨를 만났어! 난 다른 친구들처럼 붙어서 살 수 있는 *숙주를 찾고 있었거든. 그렇게 아저씨 몸속에 들어왔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대한민국에 와 있었어.


지난 5월 20일, 중동지역에 여행을 다녀온 한 사람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어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된 환자가 발견되면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지 못하도록 폐쇄된 공간에 머물러야 해요. 그런데 불행히도 이 바이러스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자주 보던 모습과 많이 달라 이 환자의 증상이 메르스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을 바로 눈치채지 못했어요. 결국 첫 번째 감염자는 병원을 여러 군데 돌아다녔고, 그 사이 병원에서 만난 다른 사람들도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지요.

메르스 바이러스는 2012년 9월 이집트 출신 미생물학자 알리모하메드 자키 박사가 사우디에 사는 60대 남자의 허파에서 처음 발견했어요. 이후 2013년 5월, 국제바이러스 분류 위원회는 이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그리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를 조사해 보니, 낙타와 접촉하거나 가까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낙타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온 것으로 추측하게 되었답니다.

*숙주 : 기생충이나 균류, 바이러스 등이 기생하거나 공생하는 생물. 바이러스는 숙주 생물에 붙어서 살며 자식 바이러스를 만든다.
 


1 신종 바이러스 특징
동물에서 전파되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는 낙타 몸에서 사람의 몸으로 옮겨왔대. 사실 나도 여러 숙주를 찾아 옮겨다니다 보니 내가 정확히 어디서 태어났는지 기억이 나진 않아. 하지만 분명한 건, 신종 바이러스로 불리는 나와 친구들 대부분이 동물 몸속에 있다가 사람으로 옮겨왔다는 거야.

 


동물에서 옮겨지는 신종 바이러스들

최근 유행하는 전염병의 공통점은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거예요. 인수공통전염병이란,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감염되는 병을 말해요. 광견병이나 에이즈,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등이 대표적이지요.

1980년 러시아의 생물학자 예프게니 파블로스키 박사는 가축과 야생동물의 질병 관계를 조사했어요. 그 결과 현재 인간이 고릴라나 박쥐, 낙타와 같은 야생동물과 100여 종의 질병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또 사람과 더 자주 만나는 가축과 함께 걸리는 질환은 약 300여 종이나 됐지요. 파블로스키 박사는 아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 수보다 더 많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추측했어요.

과학자들은 인수공통전염병이 늘어나는 이유를 사람이 동물들과 가까이 생활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어요. 특히 급속한 도시화로 동물들이 살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전혀 만날 일이 없었던 야생동물들과도 마주할 일이 많아졌다는 거예요.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은 동물들 사이에서 전염되기도 해요. 동물의 몸속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다가 사람의 몸에서만 병을 일으키기도 하지요.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하고 있는 메르스 바이러스도 어떤 동물에게서 기원했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어요. 환자 대부분이 낙타와 접촉했기 때문에 낙타에서 옮았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지요.

2 신종 바이러스 특징
변이가 쉬운 코로나바이러스

우리 이름인 ‘MERS-CoV’에서 CoV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걸 뜻해. 과학자들은 밝혀낸 5000여 개의 바이러스 중에 하나로, 동그랗고 막대가 뾰족뾰족하게 나 있는 게 특징이지.

기침과 재채기로 전염되는 코로나 바이러스


메르스부터 사스, 에볼라까지…. 최근의 신종 전염병은 대부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에요. 코로나바이러스는 맨처음 닭에서 발견됐어요. 전자현미경으로 봤을 때 동그랗고 주변에 돌기가 울퉁불퉁하게 삐져나온 모양이 왕관을 닮았다고 하여 왕관을 뜻하는 라틴어인 ‘코로나(corona)’라고 불리게 됐지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80~120nm(나노미터, 1nm=10억 분의 1m)의 작은 크기로, 유전정보와 단백질로만 이뤄져 있어서 스스로 살 수 없어요. 그래서 세포나 박테리아, 인간 등 숙주인 다른 생명체에 붙어 살지요. 또 숙주 몸 속에서 세포가 늘어나는 과정을 이용해 자신을 복제해요. 그 결과 수십 개 혹은 수만 개의 자손 바이러스가 만들어져요.

코로나바이러스도 숙주로 들어가면 숙주를 이용해 자신을 복제해요. 그 다음 체액이나 *비말 속에 담겨 있다가 숙주가 기침을 하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 옮겨가지요. 그럼 코로나바이러스는 입이나 코, 눈 점막에 달라붙어 새로운 숙주 몸속에 들어가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거랍니다.
 

*비말 : 지름이 5㎛인 물방울을 뜻하는 단어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 등의 분비물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기침을 하면 비말은 2m 정도 날아간다.

변이가 쉬운 RNA바이러스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어떻게 저장하느냐에 따라 DNA바이러스와 RNA바이러스로 나뉘어요.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이지요.

RNA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보다 변이가 훨씬 쉬워요. 화학적으로 봤을 때 RNA 구조가 다른 물질들과 쉽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물질과 반응하면 구조가 다른 모습으로 바뀌면서 전혀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로 변할 수 있어요. 이렇게 변한 바이러스를 우리는 ‘변이됐다’라고 표현하고, ‘신종 바이러스’로 분류하지요. RNA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DNA바이러스보다 1000배 이상 높다고 해요.

그런데 변이가 일어나면 지금까지의 치료 방법이 모두 쓸모없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럼 다시 연구해서 바이러스를 물리칠 방법을 찾아야 하지요. 변이되는 확률이 적거나 어떻게 변이될지 예측할 수 있는 바이러스에 한해 백신을 만들어 예방접종을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변이가 쉬운 코로나바이러스는 고유한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답니다.
 

3 신종 바이러스 특징
비행기 타고 빠르게 퍼진다

아주 먼 옛날에 살던 바이러스들은 다른 나라나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웠어.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여행을 하거나 교류하는 나라의 수가 적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난 비행기를 타고 중동에서 대한민국까지 올 수 있었어!

비행기 타고 이동하는 신종 바이러스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전염병이 빠른 속도로 전세계에 퍼지게 되는 이유로 교통의 발달과 해외여행, 그리고 나라간 교류 증가를 꼽았어요. 교통수단이 자동차에서 비행기까지 빠르게 발전하면서 전염병이 퍼지는 지역은 넓어지고, 전파 속도는 더더욱 빨라졌다는 거예요.

과학자들은 만약 교통이 옛날처럼 발달하지 않았다면 2002년 사스 바이러스도 홍콩에서만 유행하다가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해요. 19세기 말, 유럽에서 사람의 살이 썩어 검게 되는 흑사병이 유행했는데, 이 병을 일으킨 페스트균은 중국에서 발병한 뒤 유럽까지 오는 데 3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스 바이러스는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전세계 30개 국으로 퍼져나갔답니다.

교통의 발달은 지나간 전염병이 다시 나타나는 ‘재유행’의 원인이기도 해요. 홍역은 2001년 우리나라에서 5만 5000여 명을 감염시키며 대유행한 뒤 거의 사라져, 2012년까지 1년에 5명 정도만 걸리던 질병이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4월엔 우리나라에서 홍역에 걸린 환자의 수가 약 300명을 넘었어요. 전문가들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의 나라를 여행하는 여행객의 수가 늘어나면서 전염병이 우리나라로 다시 들어왔을 것으로 분석했답니다. 중동이나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의 저개발국가에는 아직까지 홍역을 비롯한 전염병이 남아 있거든요. 야생동물을 자주 접하거나 마시는 물이 오염돼 있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이지요.

한편 독일의 이론물리학자인 더그 브로크만 박사는 유럽에서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확산되는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분석했어요. 그 결과, 가까운 런던의 작은 시골 마을보다도 미국이나 아시아의 대도시로 확산되는 속도가 더 빨랐어요. 연구팀은 항공교통의 발달로 이동이 빨라져 근처의 작은 시골마을보다 공항이 발달한 다른 나라의 대도시로 더 빠르게 전파되는 거라고 분석했답니다.
 

다음 전염병 발생국은 중동, 중앙아시아, 미국?

다음 전염병은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또는 미국의 중서부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예측됐어요. 미국 조지아대학교 폴 슈미츠 박사와 미국 뉴욕 캐리생태학 연구소 바바라 한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지요.
연구팀은 최근에 발생하는 신종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사실에 주목했어요. 그리고 몇몇 동물의 종류와 크기, 거주지, 활동반경, 짝짓기 시기 등을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프로그램에 입력했지요. 머신러닝은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 유행병이 어디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에요. 질병이 퍼질 때 어떤 동물의 수가 늘었는지도 분석할 수 있지요.
연구 결과 최근 전염병의 확산이 쥐 같은 설치류의 증가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연구팀은 설치류가 이동할 수 있는 지역이 넓고, 번식력이 왕성한 데다 사람이 사는 공간에 가까이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지요.
연구팀은 설치류가 주로 살아가는 지역을 파악해 중동과 중앙아시아,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서 다음 전염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답니다.

한 걸음 더!
바이러스는 인간과 공생 중!

바이러스와 사람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바이러스는 혼자 살 수 없기 때문에 치료제나 백신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찾아가거든. 하지만 바이러스들의 목표는 숙주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숙주와 함께 사는 거야.

사람과 함께 살아온 바이러스


세상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많아요. 또 신종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염병이 일어나지 않도록 완전히 막는 것은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더라도 전세계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판데믹(대유행 상태)까지는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숙주 몸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기를 원하거든요.

실제로 강력했던 신종 바이러스도 시간이 지나면 점점 힘이 약해지며 숙주와 함께 사는 ‘공생’을 선택해요. 한 예로, 1780년대 홍역이 덴마크령의 파로섬에 유행했을 때는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하지만 유행이 반복되면서 현재 홍역은 백신을 미리 맞고 예방하면 언제든 물리칠 수 있는 전염병이 되었지요. 에이즈를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도 최근엔 감염 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큰 병으로 이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 힘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어요.

인간 유전자에 바이러스의 흔적이?

인간과 바이러스가 공생하며 살아간다는 증거는 유전자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지난 2000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유전자 서열이 밝혀졌는데, 유전 정보 중 25%가 바이러스와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거든요. 성백린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는 “이 발견은 아주 오래 전부터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을 침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 항체가 만들어지도록 해서 면역체계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운 셈이다”라고 설명했어요.

긴급 인터뷰
바이러스 그것이 알고 싶다!
송대섭(고려대학교 약학과 교수)

Q 세균은 바이러스와 어떻게 다른가요?


세균은 크기가 1~5㎛(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로, 바이러스보다 보통 10~100배 정도 커요. 바이러스와 달리 숙주 없이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어서 생명체로 분류된답니다. 세균에 감염되면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로 치료를 해요. 반면 바이러스는 백신을 사용해요. 일종의 약하게 만든 바이러스로, 백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몸에 넣어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미리 준비시키는 거랍니다.

Q 메르스 바이러스는 왜 폐에 주로 감염되나요?

바이러스가 숙주의 세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단 세포 표면에 붙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때 바이러스의 일부와 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 부위가 ‘열쇠와 구멍’처럼 딱 맞을 때 붙을 수 있지요. 메르스 바이러스는 폐에 있는 세포 단백질과 딱맞기 때문에 이곳에 붙어요. 그리고 여기서 자식 바이러스들을 만들며 살아가지요. 그 결과 메르스 바이러스는 폐에서 주로 감염되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답니다.

Q 신종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몸은 면역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몸에 열을 내 열에 약한 바이러스의 힘을 빼고, 몸속에서 바이러스와 싸울 수 있는 ‘항체’를 내보내지요. 그런데 신종 바이러스는 그동안 우리 몸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예요. 즉, 우리 몸이 신종 바이러스에 맞는 항체를 갖고 있지 않아 바이러스를 물리치가가 어렵답니다.

Q 메르스에 감염됐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일단 감염 의심자의 가래를 채취해요. 그리고 정확한 검사를 위해 가래 속에 있는 유전자를 많이 복제하지요. 만약 그 안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가 발견되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게 된답니다.

자, 이제 바이러스에 대해 제대로 알았지? 바이러스들이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있어서 정말 미안해. 하지만 친구들이 평소에 건강한 생활을 한다면 앞으로 그 어떤 바이러스가 와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음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잊지 마!
 

2015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윤선 기자
  • 도움

    성백린 교수
  • 도움

    황교상 박사 과정
  • 도움

    송대섭 교수
  • 달상, 이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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