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70℃를 버텨라!
“위잉~, 위잉~!”
조그만 자동차가 울퉁불퉁한 길 위를 거닐어요. 저 멀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도 보여요. 달 표면 위에 있는 듯한 이곳은 달 탐사용 탐사 로봇인 로버의 성능을 시험하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실험실이랍니다. 실험실에 들어가자 모래와 돌을 깔은 레일 위에 놓인 로버가 눈에 띄었어요.
기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반짝반짝 빛나는 로버의 몸통이에요. 온몸에 두르고 있는 은박지가 빛을 반사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왜 로버가 은박지 옷을 입고 있는 걸까요?
“달에서는 밤이 되면 온도가 영하 170℃까지 떨어져요. 지구와 달리 달에서는 밤이 14일 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추위에 잘 견디도록 만들어야 해요. 로버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보온이었어요.”
기자들이 궁금해 하는 걸 이우섭 박사님이 꼼꼼하게 설명해 주셨어요. 로버의 몸통을 감싼 은빛 재질은 ‘MLI(multilayer insulation, 다중 단열재)’라고 해요. 아주 얇은 알루미늄박과 그물을 층층이 쌓고 내부의 공기를 빼서 만들었지요. 이 재질로 로버의 몸을 감싸면 로버 안쪽의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돼요. 또한 우주에서 오는 뜨거운 태양열과 방사능을 막는 역할도 한답니다.
그런데 실제로 달에 갈 로버는 은빛이 아닌 금빛을 낼 거라고 해요. MLI를 알루미늄박 대신 금박으로 만들 예정이거든요. 금은 늘어나는 성질인 ‘연성’이 뛰어나요. 그래서 같은 양을 사용하더라도 로버를 감쌀 수 있는 표면적이 다른 금속보다 더 넓지요. 시제품에는 성질이 가장 비슷하면서도 값이 저렴한 알루미늄을 사용했지만, 완성된 로버는 금박을 두르고 달을 향해 날아갈 거랍니다.
달 표면에서도 신나게 달려라!
“한국형 달 탐사 로버가 화성에 있는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박사님의 질문에 기자들은 탐사로봇을 더욱 꼼꼼히 관찰했어요. 크기? 바퀴의 수? 다양한 답이 나왔지만, 정답은 바로 ‘몸체의 수’였어요. 그러고 보니 로버는 몸체가 두 개의 마디로 분리돼 있었어요.
“달 표면에는 날카로운 돌이 많아요. 로버가 자유롭게 탐사하기 위해서는 울퉁불퉁한 표면에 맞춰 몸이 유연하게 움직여야 해요. 그래서 로버의 몸을 두 개로 분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지요. 두 개로 분리된 몸체가 최대 30°까지 구부러지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표면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자유자재로 달릴 수 있거든요.”
이러한 구조는 이우섭 박사님이 평소 연구하시던 ‘롭해즈’에서 영감을 받은 거라고 해요. 롭해즈는 사람이 작업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로봇이에요. 지뢰를 찾거나 화재 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어 앞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로봇이지요.
기자들은 롭해즈를 만나기 위해 박사님의 연구실을 방문했어요. 연구실에는 로버와 비슷한 형태의 로봇 4~5대가 놓여 있었지요. 기자들은 직접 롭해즈를 조종해 보며 조종기를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롭해즈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롭해즈는 지구 안에서 통신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의 전파를 이용한다고 해요.
미니인터뷰
“다양한 경험으로 창의적인 로봇을 상상해보세요.”
이우섭(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선임연구원)
Q . 로버는 거북이처럼 최대한 달 표면에 바짝 엎드려 다니도록 만들어야 하나요?
A . 아니요. 오히려 반대로 로버의 바닥이 달 표면과 멀리 떨어지도록 만들었어요. 돌처럼 크고 작은 장애물을 만나도 그대로 통과할 수 있게 한 거죠. 그래야 장애물을 만났을 때도 로버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이 높이를 ‘지상고’라고 하는데, 로버의 지상고는 10cm 정도랍니다.
Q . 달 탐사를 마친 로버는 지구로 돌아오나요?
A . 탐사를 마친 후에도 지구로 돌아오지 않고 달에 남아 있을 거예요. 그래서 50년 쯤 뒤에 달 여행을 가서 로버를 다시 만나는 게 제 소원이랍니다.
Q . 로봇 공학자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A . 로봇을 만들려면 과학뿐만 아니라 수학 공부가 기본이 돼야 해요. 전문 서적을 보기 위해 영어도 잘 해야 하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 거예요. 그래야 창의적인 로봇을 상상할 수 있을 테니까요!
끊김 없이 지구와 통신하라!
그렇다면 이 조종기로 로버도 조종할 수 있을까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조종기로 로버를 조종할 수는 없어요. 훨씬 큰 컴퓨터로 우주에서 쓰는 주파수인 ‘S band’라는 주파수대역을 이용해야 해요. 그러면 로버의 움직임을 조종하거나 로버와 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지요.”
달에 있는 로버가 보낸 통신을 지구에서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영상은 로버가 3초 전에 찍은 영상이 될 거예요. 7분이 걸리는 화성에 비하면 로버의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지요. 그래서 로버는 자동운전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실시간으로 조종할 예정이에요.
하지만 로버와 지구가 직접 통신을 할 수는 없어요. 몸체가 너무 작아 통신장비를 실을 수 없거든요. 대신 로버를 싣고 간 탐사선에 들어 있는 대형 전화기가 지구와 로버 통신을 도와 줄 거랍니다. 어때요? 2020년 로버의 활약이 정말 기대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