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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현대사회에서도 살아남는 방법

동물행동학자가 들려주는 동물은 왜?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이 되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동요예요. 동요 가사에 포함될 정도로 까치는 우리와 가장 친숙한 새지요. 우리와 친숙했던 참새, 제비, 뱁새와 같은 새들은 주변에서 찾기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까치는 한적한 시골은 물론 아파트가 북적이는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까치가 다른 새들과 달리 현대사회에서도 잘 적응하고 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눈에 띄지만 손에는 닿지 않는 까치둥지


설이 가까워지면 까치의 둥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어요. 나뭇잎 없이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는 나무의 아주 높은 곳에 크게 지어진 둥지가 바로 까치의 집이죠. 대부분의 새는 풀이 자라고 곤충이 활동하기 시작하는 3, 4월부터 둥지를 짓고 알을 낳기 시작해요. 그러나 다른 새들과 달리 까치는 설이 있는 1, 2월에 번식활동을 시작한답니다. 이렇게 까치가 설 즈음에 번식을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이즈음 까치의 활동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따라서 설 동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까치의 둥지가 이렇게 눈에 쉽게 발견된다면, 포식자들의 공격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요? 둥지는 움직이기 힘들고, 포식자로부터 방어할 힘이 없는 새들의 알과 새끼가 머무는 곳이에요. 그래서 포식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대부분의 새들은 은밀한 곳에 둥지를 짓지요. 도심에서는 비둘기도 아주 흔한 새이지만, 비둘기의 둥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아요. 흔히 뱁새로 알려진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주변에 은신처가 많이 있는 장소에 둥지를 지어요. 또 참새는 지붕처마 밑이나 건물 틈새를 이용하여 둥지를 짓기 때문에 우리 눈에 잘 드러나지 않아요.

까치는 눈에 확 띄는 곳 대신 나무의 높은 곳에 둥지를 지어 포식자를 피해요. 실제로 까치둥지는 아주 높은 곳에 있어 동네 개구쟁이들도 쉽게 건드리지 못하지요. 까치둥지를 관찰하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고 해도 올라갈수록 나무줄기가 가늘어져서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요. 새들을 위협하는 네발동물들도 마찬가지예요. 고양이나 삵과 같은 고양이과 동물은 나무의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지만, 까치둥지가 있는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는 어렵답니다. 눈에는 분명 보이는데 가까이 다가갈 수 없으니 그림의 떡인 셈이에요.

하지만 둥지가 높은 나무에 있으면 땅에 사는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대신 공중에서 오는 위험은 피하기 어려워요. 강한 햇빛이나 눈, 비, 바람과 같은 기상현상에 둥지 속 까치 새끼들이 그대로 노출될 수 있거든요. 또 까치 알과 새끼를 노리는 포식자들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까치는 둥지의 윗부분을 나뭇가지로 쌓아서 천장을 만든답니다.

태풍에도 끄떡없는 까치의 둥지

공 모양의 까치둥지는 매우 튼튼해요. 실제로 사람이 올라가 직접 해체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울 정도예요. 그만큼 둥지를 짓는 과정이 다른 새들보다 복잡하답니다.

일단 까치는 비교적 큰 나무를 선택해요.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면 둥지가 무너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바람이 많이 불어도 적게 흔들리는 큰 나무의 굵은 나뭇가지를 선택하지요.

그리고 까치는 둥지를 지을 때 분업을 해요. 수컷이 둥지에 쓰일 재료를 물어오고, 암컷이 재료를 엮어서 둥지를 쌓아가지요. 특별한 나무가 아니라 근처에 사용가능한 나뭇가지를 이용하는데, 보통 둥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려 800여 개의 나뭇가지를 물어온답니다.

먼저 나뭇가지로 외부 둥지를 만든 다음 진흙으로 접시 형태의 내부 둥지를 만들어요. 이때 진흙에 지푸라기를 섞어 내부 둥지를 훨씬 강하게 만들지요. 진흙은 물에 젖으면 팽창하는 성질이 있어서 방수성도 뛰어나답니다. 진흙 입자 사이의 공간이 줄어들면서, 물이 침투할 공간도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진흙 둥지가 완성되면 그 안에 깃털이나 솜털을 바닥에 깔아요. 깃털과 솜털은 내부 둥지의 보온 역할을 하지요.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크고, 무겁고, 튼튼한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까치가 둥지를 짓는 기간은 다른 어떤 조류보다 길어요. 무려 한 달 반에 걸쳐 정성스럽게 둥지를 짓는답니다.

잘 만들어진 까치의 둥지는 겨울에 대륙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이 강하게 불 때 진가를 발휘해요. 지난 2004년 서울대학교 캠퍼스에 지어진 까치의 둥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까치는 둥지의 모양을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대해 유선형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마치 비행기의 날개처럼 둥지가 바람이 부는 방향에 유선형이라 바람의 저항을 줄여 주어 훨씬 더 안정적인 거예요. 그래서 강한 북서풍이 불어도 까치의 새끼는 안전한 둥지 안에서 자랄 수 있지요. 2003년 슈퍼태풍 매미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가 건물이 무너졌을 때도 까치둥지는 끄떡없었답니다.

흑백 무늬는 흉폭함의 상징

까치가 현대사회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흉폭함’이에요. 까치를 보면 검은 바탕에 날개 끝의 흰색 무늬가 한눈에 띄어요. 최근 한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뚜렷하게 대조되는 흑백 무늬가 흉폭함을 알리는 ‘대담색(bold coloration)’이라고 밝혀졌지요.

대담색을 가진 동물들은 포식자에게 노출된 환경에서 맹렬하게 자신을 방어해요. 스컹크나 벌꿀오소리 등이 대표적인 동물로 꼽히지요. 스컹크의 흑백무늬는 달려드는 포식자에게 지독한 냄새를 뿌릴 수 있다는 경고이면서, 동시에 격렬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대담색이랍니다.

육식을 하는 표유류를 조사해 본 결과, 대담색을 지닌 동물은 자신을 잘 방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식자가 나타나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싸운다는 사실도 밝혀졌어요. 앞으로 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비슷한 원리로 까치의 흑백 무늬가 경쟁자에게 자신의 흉폭함을 표현하는 신호라고 추측하고 있지요.

이러한 흉폭함은 제주도에 새로 정착한 까치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어요. 1989년 한 회사가 제주도에 까치 수십 마리를 풀어주었는데, 정착하는 과정에서 제주도에 서식하는 다른 조류나 파충류의 알을 먹어 치우고, 농작물이나 시설물에도 많은 피해를 주었답니다. 까치는 이제 제주도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주범이 되었어요.

까치의 흉폭함 때문에 덩치가 작은 새들은 죽거나 자신의 보금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어요. 청둥오리나 비둘기, 토종다람쥐, 청설모처럼 어느 정도 덩치가 있는 동물들도 까치의 공격 대상이 되지요. 까치는 상위포식자에게도 겁이 없어요. 고양이와 새매 같은 무서운 포식자에게도 겁 없이 달려든답니다. 그럼 상위포식자는 대부분 까치를 두려워하여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지요. ‘새들의 깡패’라고 불릴 만한 까치의 흉폭함도 오늘날까지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생존 비법인 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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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장이권 교수
  • 사진

    동아일보, 포토파크닷컴,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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