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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위대해
제 전생인 페트병은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를 원료로 사용해요. 여러 가지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고, 얇고 가볍기 때문에 휴대용 용기에 자주 쓰지요. 응? 플라스틱은 한 종류만 있는 거 아니냐고요? 플라스틱은 다양한 종류만큼 다양한 쓰임새와 다양한 재활용 방법을 자랑한다고요. 위대한 플라스틱 자랑, 좀 더 해 볼게요~.
플라스틱이 만든 세상
플라스틱이 정말 위대한 이유는 ‘세상의 모든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에요. 20세기 초 연구실에서 플라스틱이 탄생한 뒤 전 세계 사람들이 싼 값에 다양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됐어요. 빗, 그릇, 바구니 같은 일상 용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 반도체, 컴퓨터 같은 기계나 정밀 부품에도 플라스틱이 들어 있지요. 게다가 옷을 만드는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같은 합성섬유도 다 플라스틱과 같은 소재랍니다.
요렇게 뭉치고 조렇게 뭉치고
플라스틱은 PET처럼 구성하는 물질 이름을 줄인 기호로 표시해요. 그런데 주변의 플라스틱 제품에 붙은 ‘제품 표시 사항’을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앞이 다 P로 시작한다는 사실을요.
모든 플라스틱은 이름 앞에 ‘폴리(Poly-)’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요. 수천 개의 분자가 사슬처럼 줄줄이 엮여서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었다는 뜻이지요. ‘중합체’라고 해요.
플라스틱은 크게 20여 가지가 있지만 세분화하면 수만 종류까지 나눌 수 있어요. 이렇게 종류가 많은 이유는 바로 중합체이기 때문이에요. 어떤 물질들이 사슬을 엮는지, 중간에 어떤 특성을 넣는지에 따라 성질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PE)’은 ‘에틸렌’이라는 물질이 가득한 중합체랍니다.
부수고 녹이면 변신 완료!
플라스틱은 썩지 않는다는 단점도 같이 갖고 태어났어요. 불에 태우면 녹으면서 지독한 냄새와 유독가스를 내뿜고요. 그래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재활용’이에요. 플라스틱을 모아서 녹인 뒤에 다시 필요한 물건으로 합성하는 거죠. 페트병은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와 성분이 같아서 섬유를 만들 수 있답니다. 제가 페트병에서 어떻게 옷으로 변신했는지 살짝 보여 드릴게용~.
환경을 생각한 가벼운 유니폼
여러분의 냉장고 속을 들여다 보세요. 페트병이 몇 개 있나요? 그 페트병이 대체 몇 벌의 옷으로 탄생할까요? 놀랍게도 페트병 4개면 200g짜리 반팔 티셔츠 1장을 만들 수 있답니다. 게다가 페트병 옷은 이미 곳곳에서 대활약 중이에요. 일단 2014 브라질 월드컵 국가대표 유니폼부터 안내해 드릴게요~.
세계적 스포츠 기업 ‘나이키’가 만든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니폼은 상하의뿐만 아니라 양말까지 모두 페트병 섬유랍니다. 한 사람이 몸 전체에 걸친 섬유에 들어간 페트병의 수량은 약 18개예요.
사실 페트병 재활용 소재 유니폼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부터 쓰였어요.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재생 섬유 ‘에코에버’가 그 주인공이죠. 페트병 섬유가 환영받는 이유는 친환경 재활용 소재라는 특성뿐만 아니라 기능까지 고루 갖추었기 때문이에요. 일반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포츠 의류보다 20% 가량 가벼운데다 땀과 공기도 잘 통하죠. 다른 합성섬유보다 염색도 잘 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옷을 만들 수 있어요. 게다가 섬유를 제작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15~30%가량 적답니다. 페트병 출신이라고 무시하면 안 되는 이유, 이제 잘 알겠죠?
집배원 아저씨의 몸에도 페트병이 주렁주렁?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페트병 재활용 섬유는 몇 종류가 더 있어요. ‘리젠’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페트병 재활용 섬유예요.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페트병과 같은 방법으로 녹여 재활용한 ‘마이판리젠’도 있지요. 이런 섬유는 위에서 말한 통기성뿐만 아니라 균의 번식과 냄새를 막는 효과도 있어서 스포츠 의류를 만드는 데 주로 쓰여요.
우체국 집배원들이 입는 유니폼에도 페트병이 들어가요. 2010년부터 보급된 페트병 유니폼은 1벌을 만드는 데 페트병 11개 정도가 사용됐대요. 재활용 섬유를 사용하면서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년간 2만 2000kg에 달해요. 무려 50년된 나무 1300그루가 더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지요.
페트병의 또 다른 변신
페트병은 옷으로만 변신하지 않아요. 저와 함께 기계를 통과한 플레이크 중에는 부직포나 합성 솜으로 변신한 친구들도 있어요. 여러분의 집에 있는 소파나 쿠션 속에 들어 있는 충전재도 원래는 페트병이었을 가능성이 높지요. 건물을 따뜻하고 시원하게 유지해 주는 건축단열재나 벽을 아름답게 꾸미는 플라스틱 미관재도 만들고요. 재활용 옷걸이나 플라스틱 계란판도 페트병의 새로운 모습이랍니다.
플라스틱은 모두 재활용 할 수 있어!
페트병만 재활용에 쓰이는 게 아니에요. 다 쓴 샴푸통도, 컵라면을 맛있게 먹고 남은 하얀 용기도, 심지어 부스럭대는 비닐봉지도 모두 재활용이 가능하다고요. 기본적으로 페트병처럼 모아서 재질에 따라 분류한 뒤 부수는 과정을 거쳐서요.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길을 걷는 플라스틱의 또 다른 변신을 살펴볼까요?
비닐류
HDPE
복합재질, 필름 포장재
라면이나 과자가 담겨 있는 포장재나 부스럭대는 비닐 봉투는 ‘복잡재질 플라스틱’에 속해요. 예전에는 그냥 버리는 쓰레기에 불과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재활용하기 시작했지요. 펠렛을 만들지 않고 부순 뒤 바로 녹여서 쓴다는 점이 특징이에요. 일반 고형 플라스틱도 만들지만 ‘재생유’나 ‘폐플라스틱 고형연료(RPF)’ 같은 연료로 변신하기도 하지요.
플라스틱
PP
단일재질 플라스틱 용기
용기 옆에 PP나 PS 같은 표시가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에요. 세제, 양념통, 샴푸 용기 같은 튼튼하고 가벼운 플라스틱 포장재는 모두 여기 속한답니다. 컵라면 용기도요. 이 용기들을 모아 재질별로 나눈 다음, 페트병을 재활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씻고 잘게 부숴서 녹여요. 그 다음 아주 높은 압력으로 눌러 짜내면 ‘펠렛(pellet)’이라고 하는 재생원료가 나온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나 바닥 포장재는 대부분 펠렛으로 만든 거예요.
페트
페트병
여러분이 마트에서 보는 물병, 음료수병은 대부분 페트병이에요. 잘게 부숴 플레이크를 만든 뒤 재활용하지요.
플라스틱 분리수거는 이렇게 해 주세요.
➊ 제품 성분 표시에 분리수거 마크가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 돌고 도는 삼각형 화살표 마크가 있으면 분리수거 대상이에요.
➋ 삼각형 안에 있는 명칭을 확인하고, 페트병(페트), 단순재질 플라스틱(플라스틱), 필름 포장재(비닐류)로 나눠서 버려 주세요.
➌ 안에 내용물이 담긴 용기는 반드시 다 쓰고 빈 채로 버리세요. 통 안에 이물질이 있으면 재활용할 때 힘들어요.
플라스틱 재활용은 지구 사랑의 길
여기서 다시 충격 고백을 해야겠네요.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제품이 아무리 새로운 모습으로 계속 변신한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는 사실을요. 지금도 사람들은 망가지거나 싫증난 플라스틱 제품을 계속 버리고 있어요.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용 제품은 말할 것도 없고요. 유럽 플라스틱 생산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버려지는 플라스틱 가운데 재활용되는 비율은 겨우 26%에 불과해요. 재생유나 고형연료 형태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쓰이는 양은 35.6%. 남은 38.1%는 그냥 쓰레기가 될 뿐이지요.
미국의 대표 일간지인 <;뉴욕타임즈>;는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제8대륙’이라고 불렀어요. 그만큼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다는 뜻이지요. 플라스틱 덩어리는 돌아다니며 수면을 덮어 산소 공급을 막고,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들은 바다 생물의 뱃속으로 들어가 먹이 사슬에 유해 물질을 쌓아간답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페트병, 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이 높은 편이에요. 버려진 페트병 가운데 재활용이 되는 비율은 2009년 73%에서 2012년 80%로 껑충 올랐지요. 2020년까지 페트병 재활용율을 88%로 올릴 계획이래요. 페트병을 좀 더 제대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색이 들어 있지 않은 투명으로 통일하고, 제품 이름이나 성분 같은 내용도 병 안이 아닌 라벨지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계획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도움이에요. 지구의 미래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 쓴 플라스틱 제품과 페트병을 어떻게 버릴지도 고민해 주세요. 혹시 알아요? 오늘 제대로 분리수거한 페트병이 저 같이 멋진 옷으로 변해 내일 옷장을 찾아올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