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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난중일기 거북선 정말 철갑선이었을까?


 
에헴~, 나는 그 이름도 유명한 이순신! 한국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오. 옛날 아주 먼 옛날, 왜군(현재의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 내가 군대를 이끌어 나라를 지켰기 때문이라오. 또 나대용 장군과 함께 만든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철갑선…, 철갑선? 내가 거북선에 철갑을 둘렀던가? 아닌가? 허허, 이상하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전혀 기억이 나질 않소. 거북선 제작의 총책임자가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것인가…. 아무래도 내 일기장과 문헌들을 다시 뒤져 봐야겠소.

필생즉사 필사즉생 불멸의 이순신!


거북선을 찾기 위해 일기장을 훑어보니 큰 싸움을 참으로 많이도 했더군. 세어보니 약 20여 회의 전투가 있었는데 모두 이겼다고 적혀 있소.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으니 훗날까지도 내가 유명할 수 밖에. 허허허~! 그나저나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군~!

1592년 5월 7일

음~, 나는 이날 새벽, 옥포에서 처음으로 왜군과의 싸움에 참여했다오. 해안가에 정박하고 있던 왜군을 화포와 화살로 공격해 26척을 물리쳤다네. 임진왜란이 시작된 지 20여 일 만에 첫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인데 그 이후 조선 군대의 사기가 많이 올랐었지.

1592년 5월 29일

‘사천해전’은 거북선이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된 날이라오. 경상남도 사천 앞바다에서 왜군 함선 13척을 격침시키고 왜군 2600명을 사살했다네. 거북선을 맨 앞에 세워 적의 대장선을 중점적으로 공격해 이길 수 있었지.

이후에도 내 활약은 대단했다오. 1592년 학익진 전술로 왜군을 격파한 한산도대첩, 1697년 전남 진도군 울돌목 지역의 물살이 빠른 곳으로 유인해 왜군을 혼란에 빠뜨린 명랑해전, 1598년 임진왜란 기간 중 가장 많은 왜군 함선을 격침시킨 노량해전까지…. 7년 동안 남해 앞바다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켜냈지. 그럼 이 모든 싸움에 거북선을 사용했냐고? 그건 아니라네. 거북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지.

23전 23승이 아니라고?

이순신 장군은 23번의 전투에 참여해 23번 모두 이긴 것으로 알려져있어요. 그러나 ‘23전 23승’은 소설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탁환 소설가의 해석일 뿐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라고 해요. 해군사관학교 이민웅 교수는 “‘해전’의 공식적인 기준이 없어 사람마다 전투 횟수에 대한 해석이 모두 다르다”고 말했어요. 18전 18승, 26전 26승을 주장하기도 하고 40회가 넘는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죠. 이 교수는 “앞으로 이순신 장군의 전투 횟수, 사망설 등 다양한 기록이 정확하게 다뤄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제대로 연구하고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어요. 비록 전투 횟수는 달라도 이순신 장군이 한 번도 지지 않고 전승을 거뒀다는 사실에는 전문가들 모두 동의하고 있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무적의 거북선!

거북선은 바다 위에서 싸우는 배들 가운데 가장 앞에서 적을 공격하는 돌격선으로 만들었소. 당시 왜군은 다른 나라를 침략해 해적질을 했기 때문에 적군의 배로 건너와 조총과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것이 특징이었지. 이런 왜군의 강점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 바로 거북선이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학익진을 가능하게 한 배의 밑판 구조

한산도 대첩에서 왜군을 침략시킨 비법은 바로 학익진 전술! 학 날개처럼 배를 반원형으로 세우고 그 안에 적을 가둔 뒤 대포로 공격하는 방법이에요. 도망치듯 움직여 적선이 따라오게 한 뒤 갑작스럽게 배를 180° 돌려 공격하는 전술인데 거북선의 바닥이 U자형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요.
보성고등학교의 이호태, 정호근 선생님은 배의 밑 부분이 U자인 모형 배(평저선)와 20°, 30°, 40°로 각각 경사각이 다른 V자 모형 배(첨저선)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80㎝ 원형수조에 물을 약 10㎝ 높이까지 채우고 파도치는 바다를 만든 뒤 모형배가 얼마나 회전을 잘하는지 실험했지요. 그 결과 U자인 모형배가 한 바퀴 도는 거리가 가장 짧아 제자리에서 도는 능력이 훨씬 좋았답니다.
 

거북선은 세계 최초의 철갑선이 아니다?

영국이 만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거북선을 ‘세계 최초의 철갑선 군함’이라고 소개하고 있다더군. 허나 거북선에 철갑을 씌웠다는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오. 아무래도 철갑선이라는 주장과 아니라는 주장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 필요가 있겠구려.

철갑선이 아니다!

첫째, 철을 덮었다는 문헌적 증거가 없다.


이순신의 조카인 이분(李芬)이 쓴 이순신 전기에서 거북선에 대한 설명이 나와요. ‘(중략) … 크기는 판옥선과 같으며 상부는 목판으로 덮었는데 판상(板上)에는 십자형 … (중략)’
배 윗 부분을 목판으로 덮었다고 쓰여 있으며, ‘판상’의 판(板)은 ‘널빤지 판’ 자로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죠. ‘난중일기’, ‘이순신 행록’, ‘이충무공전서’에도 거북선의 지붕에 쇠 송곳을 꽂았다고 돼 있을 뿐 철갑선이라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고 해요.

둘째, 철판 때문에 부력과 복원력★을 잃었을 것이다.

철판은 나무판보다 15배 이상 무거워요. 만약 거북선 등 전체를 4㎜의 철판으로 덮으면 10톤의 무게가 더해져 물 위에 떠 있기 힘들 거라고 하죠. 또 외부의 힘에 의해 기울어졌을 때 평형 상태로 되돌아오려는 복원력이 철판을 덮기 전보다 3분의 2로 줄어들어요. 그럼 빠르게 움직이고 많은 충돌에도 버텨야하는 거북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쉽게 뒤집어졌을 거라고 추측한답니다.

셋째, 아직까지 바다 밑에서 거북선을 찾지 못했다.

전(前)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남천우 교수님은 “만약 거북선이 철갑선이었다면 남해 바다 속 어딘가에 좌초된 거북선 잔해가 있어야 한다”고 했어요. 나무와 달리 철은 녹슨 채로 오래도록 남아 있기 때문이죠.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이 거북선 찾기 운동을 적극 추진했고 충무공 해전유물발굴단이 거북선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요. 하지만 현재까지 아무것도 찾지 못했답니다.
 

복원력(復元力) 외부의 힘에 의해 배가 기울어졌을 때 원래 상태인 평형으로 다시 돌아오려는 성질.

철갑선이 맞다!

첫째, 불화살과 화포를 막기 위해 철을 덮었다.


당시 군인들은 대부분 불화살과 화포를 이용해 적을 공격했어요. 나무배인 거북선에 덮개까지 나무로 만들었다면 더 쉽게 불에 타서 망가지게 돼요. 게다가 이동 중에는 거북선 덮개 위로 걸어 다니기 힘들기 때문에 불이 나도 군인들이 직접 불을 끄기가 어려운 구조이지요. 따라서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불에 강한 철판을 씌웠을 거라고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답니다.

둘째, 철판을 덮어도 부력과 복원력에 문제 없다.

일본 교토대학교 사쿠라이 타케오 교수는 역사 속 거북선의 활약에 푹 빠져서 직접 거북선 모형을 만들고 실험을 해 봤어요. 배에 두께가 다른 철판을 씌운 뒤 파도치는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배가 잘 뜨는지(부력), 흔들려도 다시 평형 상태로 돌아오는지(복원력) 실험해 본 거지요. 그 결과 32㎜ 두께의 철판을 씌워도 부력과 복원력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답니다.

아무래도 철갑선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 같소. 내 지금까지 다양한 문헌들을 조사했지만 거북선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것에 비해 증거가 될 만한 자료가 없어 안타깝기만 하오. 내 기억은 희미하고, 문헌을 뒤져 이 사실을 밝혀내는 데도 어려움이 있으니 과학적 실험과 연구를 통해 밝혀낼 수밖에 없을 것 같소. 그리하여 내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려하오. 부디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거북선이 철갑선이었는지 아닌지 밝혀내고 거북선의 우수성을 널리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해 주오. 그럼 친구들만 믿겠소.
 

거북선을 만든 사람은 이순신이 아니다?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러나 처음 거북선 형태를 떠올리고 설계하고 직접 만든 사람은 나대용 장군이랍니다.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나대용은 물 위에서 재빠르게 헤엄치는 물방개에 영감을 받아 빠르고 강한 천하무적 배를 만드는 꿈을 갖게 되죠. 10년 간의 연구 끝에 거북선 설계도를 만들었고 이 설계도에 관심을 가진 이순신 장군의 지휘 아래 1년 만에 거북선이 탄생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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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이윤선 기자
  • 도움

    박준성 교수
  • 도움

    이민웅 교수
  • 사진

    위키피디아
  • 진행

    정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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