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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도 깜짝 놀란 에코 빌딩 CH2

안녕? 내이름은 흰개미라고 해.
요즈음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들리더라고.. 우리 흰개미의 건축과학을 훔쳐다가 만든 빌딩이 있는데, 우리 집보다 훨씬 시원하다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가만 있을 수 없어서 이렇게 내가 직접 찾아왔어. 몰래 들어가서 이 빌딩의 비밀을 파헤쳐 볼거야! 하지만 조금 떨리는데…. ‘어린이과학 동아’ 친구들이 나와 함께 가 준다면 정말 든든할 것 같아. 같이 가 줄래?
 
흰개미 집의 비밀

살금살금, 빌딩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으악! 깜짝이야! 갑자기 내 어깨는 왜 치는 거니? 뭐? 흰개미의 건축 과학이 뭐냐고? 하긴, 우리 흰개미들의 건축 과학을 알아야 이 빌딩이 뭘 훔쳤는지도 알 수 있겠지? 우리 흰개미 집은 말이야….


흰개미는 개미가 아니다?

우리 집의 건축 과학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너에게 고백할 게 있어. 사실 난…, 개미가 아니야! 놀랐지? 우리 흰개미들은 개미처럼 작고 여왕개미, 일개미, 병정개미가 있어. 또 개미처럼 무리를 지어 살지. 이렇게 비슷한 점 때문에 흰개미라고 불려.
하지만 개미와 나는 무척 다르게 분류된단다. 개미는 곤충강 벌목에 속하지만 난 곤충강 흰개미목이야.


6㎜ 흰개미가 짓는 6m의 집
난 크기가 6㎜밖에 되지 않지만 6m나 되는 거대한 집을 지어.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랐겠지만, 더 놀라운 것은 우리 집 안에 있지. 우리 집을 반으로 잘라 보면 땅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크고 작은 구멍들이 아주 많이 있단다. 이 구멍들은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해. 더울 때 땅의 구멍을 활짝 열면 땅의 차가운 공기가 땅 쪽에 있는 구멍을 통해 들어와서 천장으로 나가거든. 그러면서 우리 집을 아주 시원하게 만들어 준단다. 반대로 추울 때는 구멍을 닫으면 돼. 그래서 아프리카처럼 밤과 낮의 온도 차이가 30℃가 넘는 곳에서도 우리 흰개미 집 안의 온도는 31℃ 정도로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단다. 정말 신기하지?
 

껍데기를 열고 닫는 빌딩

우리 집에 숨어 있는 과학을 설명하고 드디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으아악! 이건 또 무슨 일인 거지? 갑자기 빌딩의 껍데기가 막 움직이는 거야! 우리가 몰래 들어가고 있다는 걸 눈치챈 걸까? 휴~, 안심해. 다행히 우리의 침입을 눈치챈 건 아니래. 그냥 햇빛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건물 밖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창문을 닫은 것뿐이라나? 알고 보니 이 빌딩은 나무로 만들어진 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햇빛의 양을 자동으로 감지해서 태양전지의 힘으로 열고 닫힌다고 해.
또 신기하게도 빌딩의 북쪽에는 덩굴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어. 그런데 왜 하필 북쪽이냐고? 아하, 너희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살고 있는 곳은 북반구의 한국이지? 지금 내가 들어가려고 하는 빌딩은 남반구인 호주에 있단다. 북반구는 정오에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방향이 남쪽이지만, 남반구인 호주는 정오의 뜨거운 햇빛이 북쪽으로 많이 들어오지. 그래서 북쪽에 식물을 심은 거야.
한편, 한국과는 반대로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시원한 남쪽에는 물이 흐르는 샤워 타워를 달아 놓았어. 이 샤워 타워는 서늘하게 식힌 공기와 물을 빌딩 안으로 보낸단다. 건물 외부를 열고 닫고, 식물을 심고, 물을 흐르게 하는 기술은 우리 집에도 없는 기술인 걸?
 
공기와 물이 흐르고 흘러~!

드디어 건물 안으로 들어왔어. 별로 눈에 띄는 건 없는데…. 앗! 천장에 저건 뭐지? 지나가는 아저씨한테 물어 봐야겠다. 우왓! 이런 행운이! 지나가던 아저씨는 건축가시래. 그래서 이 빌딩의 비밀을 낱낱이 알려 주시기로 했어.
먼저 천장에는 가는 구리관과 알루미늄 판이 달려 있는데, 지하에서 차갑게 식힌 빗물이 구리관을 따라 흐르면서 건물의 공기를 차갑게 식혀 준대. 또 바닥에 구멍 보이지? 이 구멍은 늘 21℃로 조절된 공기가 나오는 구멍이야. 대부분의 빌딩은 공기가 나오는 구멍이 천장이 붙어 있어. 하지만 이 빌딩은 바닥에 붙어 있는 구멍에서 나온 21℃의 공기가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 주다가, 뜨거워지면 천장의 구멍을 통해 빠져 나간다고 해.
이게 바로 우리 흰개미 집의 건축 과학을 훔친 것이지
 
건축가 데이비프 프라이어라고 해요. 이런친환경 빌딩은 지을 때 일반적인 빌딩보다 돈이30% 정도 더 들어요. 하지만 건물을 유지하는
데 드는 돈은 훨씬 적기 때문에 경제적이랍니다.
 
옥상의 풍력 발전은 실패?
빌딩 속 뜨거운 공기는 빌딩 옥상의 노란 터빈을 통해 빠져 나가게 돼. 처음에 빌딩을 설계할 때는 빌딩을 빠져 나가는 공기로 이 터빈을 돌려서 풍력 발전을 하려고 했단다. 하지만 터빈이 너무 무거워서 잘 돌아가지 않아 풍력발전을 할 수는 없게 되었대.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런 실패를 교훈삼아 다음에는 더 멋진 빌딩을 설계할 수 있겠지?
 
참, 그러고 보니 이 빌딩이 어디의 어떤 빌딩인지도 소개하지 않았구나! 이 빌딩은 호주 멜버른 시의회 건물 ‘CH2’야. 건축가 믹 피어스라는 사람이 우리 흰개미 집을 본떠 만들었단다. 이런 건축기술 덕분에 일반 빌딩보다 전기에너지는 85%, 가스는 87%, 물은 72%나 적게 쓴다고 해. 자연을 본떠 에너지를 적게 쓰는 기술, 정말 신기하지?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이 빌딩에서 더 찾아 낸 과학 기술을 우리 흰개미 집에도 사용해 봐야겠어.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나중에 건물을 짓게 된다면 우리 흰개미 집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의 기술을 꼭 사용해 봐.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라면 분명 더 멋지고, 에너지도 더 절약하는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거야. 나 흰개미가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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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 사진

    현수랑 기자
  • 도움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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