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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서 에펠탑까지 , 도시가 변했다!

‘찰칵~!’
거리를 걷다 멋진 건물이나 다리를 보면 친구들은 어떻게 하나요? 휴대전화나 디지털카메라로 그 풍경을 찍을 거예요. 하지만 사진기가 없거나 드물던 시절에는 어땠을까요?
대부분 화가들이 풍경화를 그렸을 거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불과 약 150년 전까지만 해도 도시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답니다. 왜 그랬을까요? 화가들은 과학 기술이 발전해 도시의 모습이 완전히 바뀐 뒤에야 도시 풍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귀스타브 카이유보트, <;유럽의 다리>;, 1876년, 캔버스에 유채, 105×130㎝, 미국 포트워스 킴벨 미술관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발견한 화가

지금부터 약 150년 전인 19세기 중후반, 유럽에서 이뤄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도시의 모습을 크게 바꿨어요. 대표적인 예가 철을 이용한 건물이에요. 철을 다루는 기술이 발달한 19세기 후반에는 도시에 철로 지어진 역과 다리, 지붕이 있는 시장 등이 새로 생겼지요.
귀스타브 카이유보트라는 프랑스 화가는 도시의 모습 중에서도 다리를 그렸어요. 이 다리는 파리에 있던 6개의 기차역 중 하나인 ‘생 라자르 역(‘어린이과학동아’ 4월 1일자 ‘그림 속 과학’ 참조)’을 가로지르는 다리예요. 다리가 철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다리 난간을 금속 느낌이 나는 색으로 칠한 것이 보이지요?
이 그림은 친구들이 길을 가다 멋진 다리를 보고 찍은 사진처럼 평범해 보여요. 하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특이한 그림 가운데 하나였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도시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는 일 자체가 별로 흔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당시엔 역사나 종교, 신화에 관한 주제로만 그림을 그리던 전통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카이유보트는 이런 전통에서 벗어나,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도시의 모습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기 시작한 거예요.



철과 유리, 빛의 도시 파리!

새로운 도시의 모습은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어요. 오늘날의 파리는 당시 파리의 시장이었던 오스망 남작이 1853년부터 17년 동안 정비사업을 해서 새롭게 태어났어요. 이 때 철골을 이용해 튼튼한 뼈대를 세우고 그 사이에 유리를 넣은 건축물이 파리 전체에 4000채가 넘게 세워졌죠. 빅토르 발타르라는 건축가가 만든 ‘철의 우산(그림➊)’이라는 건물도 그 중 하나예요.
한편 파리는 2000개 이상의 가로등이 설치되면서 ‘빛의 도시’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어요. 또 다른 프랑스 화가인 피사로의 그림(그림➋)에도 가로등으로 장식된 거리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지요.


 

❶ 아돌프 조안느, <;레알에 있는 빅토르발타르가 건축한 철의 우산>;, 1853년, 판화


 
❷ 카미유 피사로 <;오페라 거리, 맑음, 겨울아침>;, 1898년, 캔버스에 유채, 65×81㎝, 프랑스 렝스 생드니박물관


도시 풍경화에서 찾은 원근법의 비밀

카이유보트가 그린 또다른 작품인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그림➋)을 보세요. 이 그림은 비가 오다 살짝 햇빛이 보이기 시작한 날의 파리 거리를 묘사하고 있어요. 젖은 도로와 잿빛 하늘, 그리고 습기가 많은 공기가 느껴지지요?
이 그림에는 원근법과 관련한 비밀이 숨어 있어요. 그림을 보면 가로등을 사이에 두고 저 멀리 있는 길의 끝까지 시선이 이어지지 않나요? 이 때 길과 건물, 인물들이 멀수록 작고 흐리게 보이도록 그려 입체감을 표현했네요. 이게 바로 원근법이에요. 카이유보트는 공간 감각에 관심이 많아서 가로등이 배치된 모습과 도로를 포장한 돌, 심지어 건물에 비친 반사광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써서 가능한한 현실과 비슷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원근법은 우리 눈이 평면인 그림을 보고 입체로 착각하는 착시 현상을 응용한 거예요. 실제로 우리 눈은 먼 물체를 작고 흐리게 볼 수밖에 없어요. 공기 속에는 작은 먼지 입자가 있는데, 물체가 멀수록 그만큼 빛이 먼지에 많이 부딪혀 산란을 일으키거든요(왼쪽 그림).
물체를 촘촘하게 겹치거나, 겹치는 물체의 크기를 변화시켜도 눈은 원근감을 느껴요. 발코니에서 내려다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➊이 그 예지요. 크기가 다른 지붕이나 굴뚝들이 겹쳐지면서 실제 공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나지요?


 
❶ 귀스타브 카이유보트,<;눈 덮인 지붕>;, 1878년, 캔버스에 유채, 64×82㎝,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


 
❷ 귀스타브 카이유보트, <;파리의 거리, 비오는 날>;, 1877년, 캔버스에 유채, 212.2×276.2㎝, 미국 시카고박물관


과학과 기술의 전시장,만국박람회

마지막으로 도시의 이런 모습이 다른 화가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지 알 수 있는 또다른 그림들을 소개할게요. 당시 유럽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만국박람회’가 열렸어요. 세계적인 문화행사인 박람회에서는 당시의 첨단 기술들이 소개되곤 했기 때문에, 여러 화가들이 새로운 도시 풍경의 예로 그 모습을 그렸답니다.


철과 유리가 바꾼 도시 풍경

프랑스 화가 마네가 1867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의 풍경을 그린 그림이에요. 구경하는 시민들의 여유로운 모습과 새로 건설된 파리 시내의 건물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지요. 특히 철골과 유리로 만들어진 전시관과 높은 탑이 눈에 띄어요.
이 그림은 당시 한창 변해가는 파리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신화나 역사가 아닌 평범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답니다.



완전히 철로만 지어진 건물
1889년에 열린 또다른 파리 만국박람회을 그린 장 베로의 그림이에요. 여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림 왼쪽에 우뚝 서 있는 에펠탑이지요.
귀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이 탑은 거의 철만 이용해 지어졌어요. 8000톤이 넘는 철이 쓰인 이 탑은 전통적인 건축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 건축물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 일으켰어요. 하지만 지금은 산업 문명의 상징이자 프랑스 건축물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답니다.


 
❶ 에두아르 마네, <;1867년의 파리 만국박람회>;, 1867년, 캔버스에 유채, 108×196㎝. 노르웨이 오슬로 국립미술관


 
❷ 장 베로, <;뒤로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 만국박람회장 입구>;, 1889년, 캔버스에 유채, 30×40㎝, 프랑스 파리 카르나발레 미술관



새로운 기술인 철과 유리를 이용해 기차 역과 다리, 상가를 짓던 유럽 사람들은 나중에 아예 철로만 된 거대한 건축물인 에펠탑을 완성하기에 이르러요. 그리고 화가들은 그 과정에서 새롭게 변하는 도시를 마치 사진을 찍듯 그림으로 남겼지요. 기술의 발전이 도시와 사람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라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의 주제까지 바꿨다는 사실, 놀랍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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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공하린 과학저술가
  • 진행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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