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여기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인가?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펠리노’ 신. 땅 속을 뚫고 들어가 지구 반대편에서 나오는 남아메리카, 그 중에서도 페루라고 하는 나라에 살던 신이야. 그런데 사람인지 도깨비인지 모르겠다고? 흥, 잘 봐! 이 발톱과 부리부리한 눈, 날카로운 송곳니를! …그래도 모르겠다고? 할 수 없군, 내가 살던 박물관에 가 보는 수밖에. 유물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내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번쩍번쩍! 황금 라마의 첫 번째 힌트
그럼 먼저 첫 번째 친구인 귀여운 황금 라마를 만나 보자. 높은 산악지역인 안데스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가축인 라마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처럼 친근한 동물이야. 그래서 여러 가지 유물로 그 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 라마 말고도 모체나 잉카 등 안데스 문명에서는 아름다운 황금 유물이 많으니 한번 만나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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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상 (잉카박물관)
펠리노라는 이름이 낯설다고? 하지만 나, 라마처럼 안데스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냐. 펠리노는 친구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 라고! 나는 ‘황금의 제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잉카 제국의 유물이야. 잉카는 지금부터 580년 전인 1430년부터 약 100년 동안 이어진 나라인데, 이 시대에도 라마는 친숙한 동물이라 이렇게 황금 장식품으로 만들어졌단다.
▲ 시판왕 귀걸이와 금딸랑이 (시판왕 무덤박물관)
금으로 된 유물이 잉카에만 있던 것은 아니야. 펠리노 신상과 같은 *모체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귀걸이(왼쪽)와 금딸랑이(아래)도 있다구. 우리 몸에는 무서운 신이나 전사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주인이었던 시판왕의 모습이라고 추측하기도 해.
▲ 잉카의 남자 인물상 (무히카재단)
금으로 만든 인물상인 나는, 잉카 사람들이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를 때 제물로 바친 유물이야. 귀가 길게 늘어진 것은 귀걸이를 했기
때문인데, 당시에는 신분이 높은 사람만 귀걸이를 할 수 있었어. 따라서 당시 잉카를 지배했던 사람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오싹오싹~, 미라의 두 번째 힌트
라마가 준 힌트를 봐도 잘 모르겠다고? 그럼 두 번째 친구를 만나 봐야겠군. 주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 줄 테지만, 알고 보면 착한 친구니까 친해지라구. 바로 미라야!
▲ 수술 흔적이 있는 두개골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나는 구멍을 뚫고 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는 머리뼈야. 안데스 지역에서는 2900년 전부터 머리뼈에 구멍을 뚫는 수술을 했어. 처음에는 흑요석이라는 돌로 머리에 구멍을 뚫어서 수술을 했고, 잉카시대에는 청동으로 만든 칼을 썼지. 초기에는 기술이 나빠서 수술을 하다 사람이 죽기도 했지만, 점점 기술이 발전해 오래 사는 사람이 늘어났단다.
▲ 미라 (마르키연구소)
2009년 8월 1일자 ‘어린이과학동아’를 본 친구들은 미라가 이집트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거야. 안데스 지역에서도 미라가 있는데, 그 예가 바로 나지. 고대 안데스 사람들은 죽은 뒤에도 다른 세상에서 계속 살아간다고 믿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죽으면 옷을 입히고 가면을 씌운 뒤,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같이 묻었지. 그런데 이 지역은 건조한 산악지형인데다 흙에 소금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썩지 않고 미라가 되었단다. 그나저나 펠리노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달라고? 음…, 이집트에서는 펠리노도 미라로 만든다고 해. 이게 힌트가 될 거야.
▲ 미라를 감싼 천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나는 미라를 감쌌던 천이야. 여러 가지 모습과 색을 띤 신을 가득 그려서, 시신을 감싸는 데 썼지. 반복되고 있는 신의 모습을 자세히 볼까?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은 뱀과 새로 장식된 지팡이 이고, 오른손에는 원숭이를 들고 있어. 그리고 입에서는 뱀이 나오고 있지. 어때, 무시무시하지? 안데스 사람들이 생각한 신의 모습 중 하나야.
▲ 희생 의례가 표현된 병과 희생 의례용 잔 (라파엘라르코에레라박물관)
안데스 문명에서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장식품만 바친 것이 아니야.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바치기도 했지. 병(❸) 아래에 그려진 그림을 봐. 오른쪽에 있는 여자가 왼쪽에 있는 신에게 피가 든 잔(❷)을 바치고 있어. 여자가 왼손에 든 작은 칼(❶)도 보이지? 지금 우리가 보기엔 끔찍한 풍습이지만, 이것도 고대 문화의 하나란다.
두근두근~ 비쿠냐의 세 번째 힌트
어허…. 힌트를 두 개나 줬는데도 아직 내 정체를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안데스 산맥에 살던 온갖 동물들을 다 동원해서 마지막 힌트를 주는 수밖에. 앞에서도 많은 동물들이 등장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아? 바로 고대 안데스 문명과 잉카에서는 동물을 통해 우주를 표현했기 때문이야. 뱀은 땅 속, 새는 하늘, 그리고 나 펠리노는 땅 위의 세계를 표현한 동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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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쿠냐 모양 병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나는 ‘비쿠냐’라는 동물이야. 털을 얻기 위해 키우는 가축 ‘알파카’의 조상이고, 라마의 친척이기도 해. 해발 4000~5000m나 되는 높은 곳에 살며 안데스 사람들에게 털과 고기를 제공해 줬지. 내가 만들어진 것은 1400년 전에서 1100년 전 사이의 ‘와리시대’인데, 이렇게 행사용 물 항아리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친숙한 동물이었어. …그런데 땅을 상징하는 펠리노가 무슨 동물인지 알고 싶다고? 저 아래 재규어에게 물어 봐~.
▲ 나스카의 새 무늬 사발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나스카는 땅에 그려진 거대한 동물 그림이 유명해. 한때는 외계인이 그렸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안데스 산맥에 살던 고대 사람들이 그렸다는 의견이 더 많단다. 나스카의 그림 가운데에는 새를 그린 그림도 많았는데, 당시의 유물인 사발에도 비슷한 새 무늬가 그려져 있어. 아마 새가 하늘을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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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규어 모양 도자기 (잉카시대)
맹수의 일종인 재규어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잉카 시대의 도자기야. 원래 나는 무서운 동물인데, 어쩐지 내 모습이 웃기고 귀엽지 않아? 그건 내가 당시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이자 존경 받는 동물이었기 때문이야. 얼마나 친숙한지, 안데스 사람들은 나는 물론 나와 비슷한 동물인 고양이를 신으로 표현하곤 했대…. ‘펠리노’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이제 내 정체를 알겠지? 좀더 쉽게 알 수 있게 변신해 볼게, 얍!
펠리노는 바로 안데스 지방에서 재규어나 고양이 등 고양이과 동물을 부르는 말이야. 우리나라 에서 호랑이가 친근하면서도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 것처럼, 펠리노는 잉카나 모체문명 등 3500년 이나 이어진 안데스 문명을 대표하는 동물이자 신이란다. 자, 그럼 정체도 밝혔으니 나는 원래의 임무로 돌아가야지…. 응? 그런데 내가 여기에 왜 왔더라? 나이가 1300살이 넘으니 기억력이 나빠져서 말이야…. 안 되겠다, 한국에서도 내가 전시되고 있다니, 가서 물어 보는 수밖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자구. 안녕~!
안데스와 잉카는 오늘날 어떤 모습일까?
펠리노와 함께 잉카와 모체 등 화려한 안데스 유물을 잘 감상했나요? 그런데 이런 문명을 탄생시킨 페루는 오늘날 어떤 모습일까요? 마침 인류 문명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꿈인 고등학생 허건 형이 잉카 유적지인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중심으로 페루 안데스 지방을 둘러본 뒤 여행기를 보내 왔어요. 함께 만나 볼까요?
지난 해 여름, 아빠와 함께 10일 일정으로 페루에 다녀왔어요. 고고학자 또는 인류학자가 꿈인저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문화를 가진 이 곳 문명을 꼭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룬 거죠. 페루의 수도 산티아고, 리마, 훌리오카 등 여러 지역을 다녔지만, 잉카의 고향인 마추픽추와 쿠스코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하늘 위의 도시 마추픽추에 오르다!
마추픽추는 옛 잉카의 신전 유적으로, 해발 2430m 지점에 위치해 있어요. 높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위험해서 하루에 400명밖에 들어가지 못해요. 아빠와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겨우 입장할 수 있었지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으니 아마 입장 못 한 여행객들도 많았을 거예요.
마추픽추를 제대로 보려면 마추픽추 옆에 있는 산봉우리인 와이나픽추에 올라야 해요. 잉카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안전 장치도 없는 가파른 돌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갔어요. 얼마나 무서운지 어렵게 들어와 놓고 도로 내려가는 여행객도 눈에 띄었지요. 하지만 힘들게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 본 마추픽추는 신비 그 자체였어요.
신기한 계단식 논과 염전
다음으로 마추픽추를 내려와 잉카의 옛 수도 쿠스코 근처에 갔어요. ‘모라이(오른쪽)’는 잉카의 농경연구소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꼭 UFO 착륙장 처럼 신기하게 생겼어요. 여기에서는 농작물을 몇 년에 한 번씩 위층으로 옮겨 키웠어요. 사람이 사는 높은 산 위에서 식물이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식물이 자연 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진화한다는 것을 잉카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밖에 ‘살리다네스’라는 곳에서는 계단 모양으로 염전을 만든 모습(위)을 볼 수 있었어요. 하얀 소금으로 덮인 염전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모습에 깜짝 놀랐지요. 잉카문명은 나스카, 모체, 와리 등 앞선 문명에 비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 보니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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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배꼽, 쿠스코
마지막으로 잉카의 수도 쿠스코 시내를 둘러 봤어요. 쿠스코는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인데, 비행기 위에서 보니 거대한 안데스 산줄기 안에 깊게 파인 분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정말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곳에서는 잉카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을 둘러봤어요. 안데스 문명에서는 나스카, 와리, 모체, 잉카 등 여러 가지 문명이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시대에 태어났는데, 모두 멸망해 그 문화가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쿠스코까지 여행한 뒤, 남아 메리카에서 가장 물이 많이 저장된 호수인 티티카카 호와 페루의 수도 리마를 거쳐서 우리나라에 돌아왔어요. 힘든 여행이었지만, 안데스의 고대 문화를 느낄 수 있었던 귀중한 기회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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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첫 번째 친구인 귀여운 황금 라마를 만나 보자. 높은 산악지역인 안데스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가축인 라마는 이 지역 사람들에게 우리의 소처럼 친근한 동물이야. 그래서 여러 가지 유물로 그 모습이 많이 남아 있지. 라마 말고도 모체나 잉카 등 안데스 문명에서는 아름다운 황금 유물이 많으니 한번 만나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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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상 (잉카박물관)
펠리노라는 이름이 낯설다고? 하지만 나, 라마처럼 안데스 지방에서만 볼 수 있는 동물은 아냐. 펠리노는 친구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이 라고! 나는 ‘황금의 제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잉카 제국의 유물이야. 잉카는 지금부터 580년 전인 1430년부터 약 100년 동안 이어진 나라인데, 이 시대에도 라마는 친숙한 동물이라 이렇게 황금 장식품으로 만들어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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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된 유물이 잉카에만 있던 것은 아니야. 펠리노 신상과 같은 *모체시대에 만들어진 우리 귀걸이(왼쪽)와 금딸랑이(아래)도 있다구. 우리 몸에는 무서운 신이나 전사의 모습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데, 주인이었던 시판왕의 모습이라고 추측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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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만든 인물상인 나는, 잉카 사람들이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를 때 제물로 바친 유물이야. 귀가 길게 늘어진 것은 귀걸이를 했기
때문인데, 당시에는 신분이 높은 사람만 귀걸이를 할 수 있었어. 따라서 당시 잉카를 지배했던 사람을 표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단다.
오싹오싹~, 미라의 두 번째 힌트
라마가 준 힌트를 봐도 잘 모르겠다고? 그럼 두 번째 친구를 만나 봐야겠군. 주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려 줄 테지만, 알고 보면 착한 친구니까 친해지라구. 바로 미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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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멍을 뚫고 수술을 받은 흔적이 있는 머리뼈야. 안데스 지역에서는 2900년 전부터 머리뼈에 구멍을 뚫는 수술을 했어. 처음에는 흑요석이라는 돌로 머리에 구멍을 뚫어서 수술을 했고, 잉카시대에는 청동으로 만든 칼을 썼지. 초기에는 기술이 나빠서 수술을 하다 사람이 죽기도 했지만, 점점 기술이 발전해 오래 사는 사람이 늘어났단다.
▲ 미라 (마르키연구소)
2009년 8월 1일자 ‘어린이과학동아’를 본 친구들은 미라가 이집트에서만 발견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거야. 안데스 지역에서도 미라가 있는데, 그 예가 바로 나지. 고대 안데스 사람들은 죽은 뒤에도 다른 세상에서 계속 살아간다고 믿었어. 그래서 사람들이 죽으면 옷을 입히고 가면을 씌운 뒤, 먹을 것과 생활용품을 같이 묻었지. 그런데 이 지역은 건조한 산악지형인데다 흙에 소금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썩지 않고 미라가 되었단다. 그나저나 펠리노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달라고? 음…, 이집트에서는 펠리노도 미라로 만든다고 해. 이게 힌트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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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라를 감쌌던 천이야. 여러 가지 모습과 색을 띤 신을 가득 그려서, 시신을 감싸는 데 썼지. 반복되고 있는 신의 모습을 자세히 볼까? 왼손에 들고 있는 것은 뱀과 새로 장식된 지팡이 이고, 오른손에는 원숭이를 들고 있어. 그리고 입에서는 뱀이 나오고 있지. 어때, 무시무시하지? 안데스 사람들이 생각한 신의 모습 중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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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문명에서는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장식품만 바친 것이 아니야. 진짜 살아 있는 사람의 피를 바치기도 했지. 병(❸) 아래에 그려진 그림을 봐. 오른쪽에 있는 여자가 왼쪽에 있는 신에게 피가 든 잔(❷)을 바치고 있어. 여자가 왼손에 든 작은 칼(❶)도 보이지? 지금 우리가 보기엔 끔찍한 풍습이지만, 이것도 고대 문화의 하나란다.
두근두근~ 비쿠냐의 세 번째 힌트
어허…. 힌트를 두 개나 줬는데도 아직 내 정체를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안데스 산맥에 살던 온갖 동물들을 다 동원해서 마지막 힌트를 주는 수밖에. 앞에서도 많은 동물들이 등장했는데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아? 바로 고대 안데스 문명과 잉카에서는 동물을 통해 우주를 표현했기 때문이야. 뱀은 땅 속, 새는 하늘, 그리고 나 펠리노는 땅 위의 세계를 표현한 동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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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쿠냐 모양 병 (페루 국립고고인류역사학박물관)
나는 ‘비쿠냐’라는 동물이야. 털을 얻기 위해 키우는 가축 ‘알파카’의 조상이고, 라마의 친척이기도 해. 해발 4000~5000m나 되는 높은 곳에 살며 안데스 사람들에게 털과 고기를 제공해 줬지. 내가 만들어진 것은 1400년 전에서 1100년 전 사이의 ‘와리시대’인데, 이렇게 행사용 물 항아리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친숙한 동물이었어. …그런데 땅을 상징하는 펠리노가 무슨 동물인지 알고 싶다고? 저 아래 재규어에게 물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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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는 땅에 그려진 거대한 동물 그림이 유명해. 한때는 외계인이 그렸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안데스 산맥에 살던 고대 사람들이 그렸다는 의견이 더 많단다. 나스카의 그림 가운데에는 새를 그린 그림도 많았는데, 당시의 유물인 사발에도 비슷한 새 무늬가 그려져 있어. 아마 새가 하늘을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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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의 일종인 재규어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잉카 시대의 도자기야. 원래 나는 무서운 동물인데, 어쩐지 내 모습이 웃기고 귀엽지 않아? 그건 내가 당시 사람들에게 친숙한 동물이자 존경 받는 동물이었기 때문이야. 얼마나 친숙한지, 안데스 사람들은 나는 물론 나와 비슷한 동물인 고양이를 신으로 표현하곤 했대…. ‘펠리노’라고 부르면서 말이야.
…이제 내 정체를 알겠지? 좀더 쉽게 알 수 있게 변신해 볼게, 얍!
펠리노는 바로 안데스 지방에서 재규어나 고양이 등 고양이과 동물을 부르는 말이야. 우리나라 에서 호랑이가 친근하면서도 신성한 동물로 여겨진 것처럼, 펠리노는 잉카나 모체문명 등 3500년 이나 이어진 안데스 문명을 대표하는 동물이자 신이란다. 자, 그럼 정체도 밝혔으니 나는 원래의 임무로 돌아가야지…. 응? 그런데 내가 여기에 왜 왔더라? 나이가 1300살이 넘으니 기억력이 나빠져서 말이야…. 안 되겠다, 한국에서도 내가 전시되고 있다니, 가서 물어 보는 수밖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자구. 안녕~!
안데스와 잉카는 오늘날 어떤 모습일까?
펠리노와 함께 잉카와 모체 등 화려한 안데스 유물을 잘 감상했나요? 그런데 이런 문명을 탄생시킨 페루는 오늘날 어떤 모습일까요? 마침 인류 문명을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꿈인 고등학생 허건 형이 잉카 유적지인 쿠스코와 마추픽추를 중심으로 페루 안데스 지방을 둘러본 뒤 여행기를 보내 왔어요. 함께 만나 볼까요?
지난 해 여름, 아빠와 함께 10일 일정으로 페루에 다녀왔어요. 고고학자 또는 인류학자가 꿈인저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문화를 가진 이 곳 문명을 꼭 찾아가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룬 거죠. 페루의 수도 산티아고, 리마, 훌리오카 등 여러 지역을 다녔지만, 잉카의 고향인 마추픽추와 쿠스코가 기억에 많이 남아요.
하늘 위의 도시 마추픽추에 오르다!
마추픽추는 옛 잉카의 신전 유적으로, 해발 2430m 지점에 위치해 있어요. 높은 지역에 있기 때문에 위험해서 하루에 400명밖에 들어가지 못해요. 아빠와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겨우 입장할 수 있었지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으니 아마 입장 못 한 여행객들도 많았을 거예요.
마추픽추를 제대로 보려면 마추픽추 옆에 있는 산봉우리인 와이나픽추에 올라야 해요. 잉카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안전 장치도 없는 가파른 돌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갔어요. 얼마나 무서운지 어렵게 들어와 놓고 도로 내려가는 여행객도 눈에 띄었지요. 하지만 힘들게 정상에 올라서 내려다 본 마추픽추는 신비 그 자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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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마추픽추를 내려와 잉카의 옛 수도 쿠스코 근처에 갔어요. ‘모라이(오른쪽)’는 잉카의 농경연구소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꼭 UFO 착륙장 처럼 신기하게 생겼어요. 여기에서는 농작물을 몇 년에 한 번씩 위층으로 옮겨 키웠어요. 사람이 사는 높은 산 위에서 식물이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식물이 자연 환경에 따라 적응하고 진화한다는 것을 잉카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그밖에 ‘살리다네스’라는 곳에서는 계단 모양으로 염전을 만든 모습(위)을 볼 수 있었어요. 하얀 소금으로 덮인 염전이 골짜기를 가득 메운 모습에 깜짝 놀랐지요. 잉카문명은 나스카, 모체, 와리 등 앞선 문명에 비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나 보니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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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배꼽, 쿠스코
마지막으로 잉카의 수도 쿠스코 시내를 둘러 봤어요. 쿠스코는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인데, 비행기 위에서 보니 거대한 안데스 산줄기 안에 깊게 파인 분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정말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곳에서는 잉카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을 둘러봤어요. 안데스 문명에서는 나스카, 와리, 모체, 잉카 등 여러 가지 문명이 각기 다른 곳에서 다른 시대에 태어났는데, 모두 멸망해 그 문화가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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