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새해 첫 월요일, 우리나라에는 100여 년 만에 25.8㎝의 최대 폭설이 내려 전국이 눈폭탄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이후 영하 20℃를 밑도는 체감온도로 유독 추운 겨울이 이어졌는데요, 이런 현상은 중국, 북미, 유럽 등 북반구 곳곳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 남반구에는 백년 만에 44℃에 이르는 폭염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도대체 지구 기후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어린이과학동아’ 뉴스에서 지구 곳곳에 특파원을 보내 그 원인을 파헤쳐 봤습니다. 먼저 차가운 기자! 전해 주시죠~.
북극 담장을 넘어 온 찬 공기
에…, 에취히! 저는 지금 북극의 약 3㎞ 상공에 와 있습니다. 북반구를 꽁꽁 얼게 만든 찬 공기를 찾기 위해서지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겨울철에 시베리아 대륙의 찬 공기 덩어리가 발달하면서 춥고 건조한 기후가 이어집니다. 보통은 시베리아 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이 세력을 주고받으며, 며칠은 춥고 며칠은 풀리기를 반복하지요.
그런데 이번 겨울은 보름 이상 영하 10℃를 밑도는 무서운 한파가 계속됐어요.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북반구 기후에 큰 영향을 주는 ‘북극 진동’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북극 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지역의 기압차가 커졌다가 줄어들었다가 하는 걸 말하지요. 이 기압 차이 때문에 북극을 동서로 뱅뱅 도는 제트기류가 생기고, 이 기류는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기압차가 작아져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게 되지요. 올 겨울 한파도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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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 북반구의 기온을 과거와 비교하면?
파란 부분은 2000~2008년의 12월 평균 기온보다 추운 곳이며, 붉은 부분은 따뜻한 지역이다. 북극 지역만 빼고 북반구의 대부분이 파란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기온의 변화가 곧 북극진동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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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도 살을 에는 혹한 속에 고전하고 있다. 중국 일부 지역은 영하 30℃ 아래로 떨어져 발전용 석탄 수송이 끊겼으며, 산둥성은 폭설로 도로가 마비됐고 위구르의 우루무치 공항은 폐쇄됐다. 베이징에서는 59년 만의 폭설로 눈이 33㎝나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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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이 찍은 영국의 모습
영국은 30년 만에 최악의 겨울을 맞아 교통 이 마비되고 전력이 부족해 난방을 걱정해야 하는 혼란에 빠져 있다. 주요 지역은 영하 20℃ 아래로 떨어졌으며, 폭설로 런던 게트위크공항과 브리스 톨, 맨체스터, 리버풀공항 등은 폐쇄됐다.
북극 지역의 이상고온이 북반구에 한파와 폭설을 몰고왔다는 설명이군요. 그런데 건조한 찬 공기만으로는 눈이 내리지 않았을 터. 그렇다면 이번 눈을 만들어 낸 수증기는 어디에서 온 걸까요? 바다에 나가 있는 특파원을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지근 기자!
북극의 제트기류는 왜 약해졌을까?
여러 요인이 북극 진동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올겨울 변화를 콕 집어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겨울 북극의 기온이 약 영하 20℃로 과거 몇 년보다 약10℃가 높았던 데 주목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평균 기온이 높아지자, 북극의 제트기류가 느슨해지면서 찬 공기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넘어왔다는 설명이다.
열대 태평양에서 몰고 온 눈 폭탄
네~, 미지근 기자입니다! 저는 폭설의 원인 이 된 수증기가 바다로부터 공급되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열대 태평양 한가운데에 와 있습니다. 해수면 온도는 기후와 날씨에 매우 큰 영향을 주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수온을 재어 보니 태평양 바다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군요! 그렇다면 이것은? 링딩동! 바로 잘 알려져 있는 엘니뇨 현상입니다. 엘니뇨가 마치 지구온난화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엘니뇨는 3~8년을 주기로 열대 동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아지는 자연 현상으로, 전지구의 기후 변동과 아주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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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 9월에 한국해양연구원의 예상욱, 국종성 박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엘니뇨가 발생하는 지역이 서쪽으로 옮겨 갈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던 1970년대 후반부터는 동태평양이 아닌 중부 태평양의 수온이 올라갔어요. 이런 엘니뇨를 ‘웜풀 엘니뇨(warm pool El nino)’, 또는 ‘엘니뇨 모도키’라고 하지요.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바로 이것입니다.
웜풀 엘니뇨가 발생하면 중부태평양의 수온이 높아지면서 습기가 많고 따뜻한 공기가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실제로 지난 11월 서해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지요. 그래서 웜풀엘니뇨 때문에 생긴 습하고 더운 공기가 우리나라로 오면서, 북극 진동으로 중위도까지 내려온 찬 공기와 만나 눈구름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바다가 따뜻해져서 생긴 폭설이라니, 참 묘한 일이군요.
웜풀 엘니뇨(엘니뇨 모도키)
열대 동태평양에 위치한 남아메리카 페루 연안의 해수면 온도는 3~5년마다 상승한다. 이런 현상은 주로 크리스마스 즈음에 나타난다고 하여 ‘남자 아기’를 뜻하는 엘니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열대 동태평 양의 수온이 올라가는 전형적인 엘니뇨는 동아시아 지역의 겨울을 따뜻하게 만든다. 하지만 최근 자주 발생하는 웜풀 엘니뇨(엘니뇨 모도키)는 열대 중부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 동아시아 지역에 한파와 폭설을 몰고 오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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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월 20일 전지구 해수면의 온도.
호주 폭염도 엘니뇨 탓?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는 현재 한여름을 지나고 있고, 폭염은 일시적인 기상 현상이어서 뚜렷한 이유를 설명 하기는 어렵다. 다만 웜풀 엘니뇨의 영향으로 호주에 시원한 비가 내리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 중부태평양의 수온이 오르면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상승기류가 생기고, 비구름이 발달한다. 따라서 그 반대쪽인 호주 지역에는 고기압이 발달해 비가 오지 않을 수 있다.
미래 기후가 궁금해~
아하! 결국 1월 내내 북반구를 꽁꽁 얼어붙게 한 폭설과 한파는 북극의 기온 상승과 그로 인한 북극 진동, 웜풀 엘니뇨 등 전 지구적인 기후 현상과 관련이 있었군요. 그런데 최근에 벌어지는 이런 이상 날씨 변화를 두고 학계에서는 ‘소빙하기가 도래했다’, ‘자연적으로 생긴 현상이다’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11월, 영국 국립해양학연구소 해리 브리든 박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지구온난화의 속도는 늦춰질 것이고 곧 미니 빙하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현실로 나타난 걸까요? 지금부터 저, 아리송 기자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장을 바탕으로 지구 기후의 미래를 알아보겠습니다.
1 곧 미니 빙하기가 도래한다?
최근의 이상 한파와 관련하여 독일 라이프니츠연구소 모지브 라티프 교수팀은 북대서양 해류의 변화로 북반구에 한파가 닥쳤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은 염분이 높고 차가운*표층해수가 밀도에 의해 가라앉아*심층해수로 섞이는 지역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빙하가 녹아 표층해수의 밀도 가 낮아지고, 결국 해류의 순환이 약해진다. 해류의 순환이 약해지면 적도의 열을 고위도로 운반하지 못해 북반구는 기온이 내려가고, 남반구는 더워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해류를 멈출 정도의 강한 변화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이산화탄소를 두세 배 증가시켜 모의 실험을 해 보아도 갑자기 추운 기후를 보이는 지역은 생기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이번에 겪은 북반구의 한파는 아직 날씨 현상으로, 소빙하기와 같은 수 십년에 걸쳐 일어나는 기후 현상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해류의 순환은 해수면에서 약 1000m까지의 바닷물이 이동하는 표층순환과, 그 아래의 깊은 바다를 흐르고 있는 심층순환으로 나뉜다.
2 지구의 자연 주기이다?
최근의 한파는 지구가 자연적으로 기온이 내려가는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요인을 인간의 활동과 자연적인 주기로 나누어 볼 때, 지금은 자연 주기 상기온이 내려가는 때라는 것. 실제로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가파르게 올라갔지만 최근 10년 동안은 그 상승세가 주춤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인간 활동으로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도 자연 주기와 맞물리면서 평균 온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으며, 지금의 변동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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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구의 기후 평형이 깨졌다?
여러 가지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기후 시스템에서 어떤 한 가지라도 변화가 있게 되면 그것이 다른 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것을 ‘피드백’ 또는 ‘되먹임 작용’이라고 하는데, 이번 폭설이 이런 피드백을 강화했다는 의견도 있다.
눈은 반사율이 높아서 지구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를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춘다. 기온이 내려간 지구에는 더 많은 눈이 내릴 수 있고, 이 눈이 다시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는 피드백 고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폭설이 내렸을 때는 이미 유럽에서 폭설이 내린 뒤였다.
"지구의 기후를 이해하는 인간의 지식 수준은 아직도 미미해요. 그렇기에 기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연구를 하고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국종성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원)
대기과학자들은 아주 복잡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미래 기후를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기후 변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이는군요.
유난히 춥고 긴 겨울, 건강한 지구를 위해 실내 온도를 2℃씩 내려 보면 어떨까요? 이상 어과동 기상 특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