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숭례문 화재 1주년 숭례문 부활의 현장을 가다

지난 2008년 2월 10일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명절을 맞아 들떠 있던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때의 충격은 조금씩 잊혀지고 있지만, 숭례문을 복구하기 위한 작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사고 뒤 1년이 지난 지금 복구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그 현장으로 찾아가 보겠습니다.
 



숭례문은지금?

직접 찾아가 본 숭례문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취재를 하러 왔다고 하자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어요. 작년 5월에 잔해를 수습하고 보관소로 옮기는 작업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현장은 깔끔하게 정돈된 상태 였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숭례문은 금속 *비계로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었어요. 지금은 겨울철이라 아무런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현장은 한산했습니다. 하지만 봄이 되면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될 거예요.
먼저 숭례문 근처의 땅을 발굴해 과거의 흔적을 찾을 예정입니다. 옛날엔 숭례문 주변에 민가가 있었기 때문에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 뒤에는 숭례문의 옛 모습을 그대로 되살리기 위한 고증 작업과 함께 숭례문의 남은 부분도 해체해 복구할 거예요. 어디까지 해체할지는 숭례문의 남은 부분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조사해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철저한 설계를 거쳐 2010년부터는 본격적인 복구 공사에 들어가서, 2012년이 되면 다시 숭례문의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비계 : 건설, 보수공사 등을 할 때 인부와 자재를 들어 올리고 받쳐 주기 위해 설치하는 구조물.

숭례문 복구 일정

제1단계
2008년 2월~2008년 5월

숭례문 현장의 잔해를 수습하고, 수습한 잔해를 보관소에 옮겨 둔다.

제2단계
2008년 6월~2009년 12월

수습한 잔해를 분류하고 정리한다. 고증을 위해 숭례문의 옛 모습을 확인하고, 현판처럼 조각의 수가 적은 부분은 미리 복원을 마친다.

제3단계
2010년 1월~2012년 12월

숭례문 복구 공사를 시행한다. 화재로 소실된 부분은 물론 일제강점기 때 훼손된 좌우 성곽도 함께 복구한다.

숭례문복구의열쇠는과학!

설마 숭례문 현장이 한산하다고 해서 복구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는 건 아
니겠죠? 복구 작업의 뜨거운 열기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재 경복궁에 마련된 부재보관소에서는 현장에서 가져온 목재와 석재를 분류하고 치수를 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숭례문의 어디에 쓰였던 부분인지 확인하고 불에 탄 정도를 측정해 재활용할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있어요. 숭례문 지붕 위에 있던 68개의 *잡상은 70%를 확보해 벌써 복구하는 중입니다. 찾지 못한 부분은 2003년에 잡상을 조사해 두었던 자료를 이용해 새로 만들 예정이에요.
한편 대전에 있는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숭례문의 현판을 복구하고 있어요. 올해 3월 복구 완료를
목표로 작업이 한창이랍니다.
이런 복구 과정에서 과학기술이 큰 활약을 하고 있어요. 어떤 방법을 통해 숭례문을 되살리고 있는지
핵심을 짚어 볼까요?

*잡상 : 전통 건축물의 지붕 위에 설치된 각종 동물 모양의 조각상.

이물질 찾아 내는 엑스선

숭례문 현판은 불에 많이 타지는 않았지만, 사고 때 떨어지면서 충격으로 인해 균열이 생겼다. 현판을 복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전 조사. 엑스선으로 현판을 촬영한 결과 200여 개나 되는 못이 박혀 있음이 드러났다. 현판을 지지하기 위해 덧댄 나무판과 장식판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이다. 엑스선으로 촬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못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해 나무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못을 뽑아 냈다.

 


적외선으로 숨어 있는 흔적을 본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물체에 더욱 깊숙이 침투한다. 따라서 적외선을 이용하면 겉표면 아래에 글씨나 그림 등의 다른 흔적이 있는지 찾을 수 있다. 먼지 같은 오염물질을 제거하다가 가려진 흔적을 훼손하는 일을 막기 위해 미리 숭례문 현판을 적외선으로 조사했다.

 


최적의 접착 재료는?

상태 조사를 마치면 숭례문 현판을 해체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청소한다. 그 뒤 못이 박혀 있던 구멍이나 균열을 메우고 붙이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는 접착제를 사용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접착제를 현판과 같은 종류의 나무에 시험한다. 굳기, 굳는 속도, 못을 박았을 때의 변화, 단청을 칠했을 때의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 사용할 접착제를 결정한다.

 


앞날도 생각하는 복구 작업

숭례문 지붕에 설치돼 있던 잡상은 지금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균열이나 홈이 있으면 빗물이 들어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접착제를 이용해서 틈을 메운 뒤 다시 붙인다. 강도가 커야 하는 부분은 금속으로 지지하기도 한다. 이 때 쓰는 접착제는 화학물질로 쉽게 녹일 수 있어 나중에 더 좋은 보존과학 기술이 나오면 녹인 뒤에 최신 기술로 다시 복구할 수 있다.
 



숭례문의원래모습을찾아라

숭례문을 복구할 때는 현대 기술을 많이 사용하지만, 근본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숭례문의 역사적인 의미와 문화재로서의 가치이지요. 그래서 가능한 전통적인 방법을 많이 사용해 숭례문 본래의 모습과 가깝게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본래의 모습과 가깝게 복구하면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던 숭례문과는 달라지게 돼요. 우리가 알고 있던 숭례문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조금씩 바뀐 모습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이 도시계획이라는 구실로 성벽과 성문을 허물기도 했답니다.
이번에는 숭례문을 일제가 훼손하기 이전의 모습에 가깝게 복구할 계획이라고 해요. 무너진 성벽을
일부 다시 세우고, 조선 후기에 있었던 길과 비슷한 돌길을 조성해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드는거지요. 그러면 앞으로 복구될 숭례문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요? 2012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숭례문을 미리 만나 보세요~.

 
군데군데 구멍이 난 곳은 후대에 보수한 흔적이다.

원래 현판 글씨는 어떻게 생겼을까?

일설에 따르면 숭례문 현판의 글씨는 태종의 첫째 아들인 양녕대군이 썼다고 한다. 하지만 기록이 정확하지 않아 누가 글씨를 썼는지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숭례문 현판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번의 보
수와 수리를 거쳤다. 새로 조각을 해 끼워 넣은 부분도 있다. 따라서 현재 숭례문의 글씨체는 원래 글씨체와 다르다.
숭례문 현판 복구팀은 이번 기회에 숭례문의 글씨체도 원래 모습에 가깝게 복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 지덕사에 있던 탁본을 가져와 고증 자료로 쓰고 있다. 지덕사의 탁본은 1865~1870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남아 있는 숭례문 현판 탁본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지덕사 탁본과 현재 숭례문 현판의 탁본을 비교해 달라진 부분은 새로 조각해서 끼워 넣게 된다.
비록 숭례문 현판이 처음 걸렸을 당시의 글씨체는 알 수 없지만, 가능한 원래 글씨체와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이다.
 

 
지덕사에 보관된 숭례문 현판 탁본(왼쪽)과 현재 숭례문 현판 탁본(오른쪽)을 비교해보면 글씨체가 서로 다른 부분이 보인다.

일제의 흔적은 가라~

원래 숭례문에는 성벽이 있었고, 주변에 일반 사람들이 사는 집이 있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일제
가 전차가 다닐 길을 만들기 위해 성벽을 허물고 흙을 쌓아 땅의 높이를 1.6m나 높였다. 이번 복구에
서는 이렇게 일제강점기에 바뀐 부분도 원래대로 바로잡는다.
끊어진 양쪽 성벽도 일부 복구하고, 숭례문 주변의 흙을 걷어 내 땅을 1.6m 낮출 계획이다. 복구 공사가 완료되면 우리는 예전보다 높이가 훨씬 높아진 웅장한 숭례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옛날 모습과 똑같이 만든다고 해도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
습니다. 복구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달된 현대 기술과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써야 역사적인 의의를 보전하면서 복구할 수 있는지 결정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숭례문의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는 효과적인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복구 공사가 완료될 2012년,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의 멋진 모습을 다시 보여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여러분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해요. 여러분의 관심이야말로 숭례문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큰 힘이 될 테니까요.

 

2009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사진

    고호관 기자
  • 도움

    김순관

🎓️ 진로 추천

  • 역사·고고학
  • 문화콘텐츠학
  • 미술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