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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들이 조류독감에 걸렸다고?

“닥터고글~! 닥터고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긴 듯 닥터고글을 애타게 찾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의아한 닥터고글이 문을 열어 보려는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닥터고글의 얼굴을 강타한다.
“아코! 아이고, 내 코야~.”
문에 부딪힌 코를 부여잡고 주저앉는 닥터고글. 그 위로 간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닥터고글, 우리 닭들 좀 살려 주세요~!”

사건 의뢰 - 닭을 살려 주세요~!


“도와 주세요. 생때같은 우리 닭들이 누명을 쓰고 다 죽게 될 판이란 말이에요.”
닥터고글이 겨우 고개를 들어 보니 웬 남자가 눈물을 글썽이며 닥터고글을 바라보고 있다.
“잠깐만요. 뜬금없이 닭이 누명을 쓰다니 무슨 소리예요? 한숨 돌리고 무슨 일인지 차근차근 설명해 보세요.”
“전 시골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정성만이라고해요. 그런데 얼마 전에 공무원이 찾아와 우리 양계장에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는 거예요.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양계장의 닭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고요!”
황급히 쏟아낸정성만 씨의 설명은 차근차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사정을 알게 된 닥터고글의 얼굴에 안타깝다는 표정이 떠오른다.
“저런! 상심이 크시겠네요. 하지만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면 어쩔 수 없이….”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닭들은 모두 건강하다구요! 과학에 관해서는 닥터고글이 최고란 소리를 듣고 우리 닭들이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달라고 찾아온 거예요. 어서 우리 양계장으로 함께 갑시다!”

사건 분석 ➊ 닭들이 조류독감에 걸렸다고?
 
조류독감이 의심되는 닭의 증상을 눈으로 조사하고 있는 모습.

얼떨결에 정성만 씨에게 붙들려 양계장까지온 닥터고글. 정성만 씨는 닥터고글에게 한 남자를 소개한다.
“이 사람은내오랜 친구로 이기심이라고 해요. 이 친구도 근처에서 양계장을 하고 있죠. 내가 없는 동안 우리 닭들을 돌봐 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기심씨는 닥터고글과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정성만 씨를 보며 말한다.
“큰일이네. 자네 닭들이 모두 비실거리고 있어. 역시 조류독감에 걸린 게 틀림없네.”
“뭐라고? 내가 떠날 때까지만 해도 팔팔했는데!”
닥터고글이발빠르게나서서닭들을조사한다. 이어지는 닥터고글의 설명.
“조류독감이란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전염병을 말해요. 사람에게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있듯이 조류에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따로 있죠.”
정성만 씨가 울상을 지으며 닥터고글에게 묻는다.
“설마 제 닭들이 조류독감에 걸렸다는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먼저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확인해야 해요. 조류독감은 새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거든요. 철새 같은 야생 조류는 조류독감에 걸려도 바이러스만 옮길 뿐 증상은 거의 없어요. 오리도 보통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 않고요. 하지만 닭이나 꿩은 모이를 먹는 양이 줄고 알을 잘 낳지 못해요. 그리고 벼슬이 파란 색깔로 변하거나 집단으로 죽게 되죠. 정성만 씨의 양계장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난 적이 있나요?”
“아니오. 아직 알을 낳지 못하거나 죽은 닭은 한마리도 없었어요!”
정성만 씨의 얼굴에 기쁜 빛이 떠오른다. 하지만 닥터고글은 신중하게 말한다.

사건 분석 ❷ 조류독감이 공기를 통해 퍼진다고?

“아직 기뻐하긴 일러요. 지난 4월 1일 전라북도김제에서 올해 최초로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30여 개 지역에서 고병원성인 H5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견되었거든요.
정부에서는 조류독감이 발견되는 즉시 반경 3㎞이내의 가금류(닭, 오리 등 집에서 키우는 새)를 살처분해 더 이상 퍼지는 것을 막고 있어요. 냥냥, 조류독감의 발생 현황을 알려 줘.”
냥냥이 제트를 조작하자 전국의 조류독감 발생현황이 공중에 떠오른다. 그러자 정성만 씨가 들뜬 목소리로 외친다.
“이것 보세요. 이 근처 3㎞ 이내에서는 조류독감이 발생한 일이 없잖아요!”
이 때 갑자기 이기심 씨가 끼어들며 말한다.
“요즘 조류독감은 아주 무섭다고!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번진 게 틀림없어. 아직 죽은 닭은 없지만 저렇게 비실거리고 있잖나.”
이기심 씨의 말에 닥터고글이 고개를 젓는다.
“조류독감은 바람이 아니라 주로 감염된 새의 똥을 통해 퍼져요. 바이러스에 오염된 똥이 사람의 신발이나 옷, 달걀 등에 묻어서 옮겨지는 거죠. 따라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곳을 방문할 때는 신발이나 차량의 바퀴 등 똥이 묻는 부분을 철저히 씻고 소독해야 해요.”
그 때 정성만 씨의 외침이 들리는데….
“아니, 왜 모이통이 비어 있지? 먹이를 준 흔적이 안 보이는걸? 이보게, 자네 닭들에게 먹이를 주지 않았나?”

사건 분석 ❸ 조류독감이 사람에게도 위험하다?
 
철새는 국경을 넘어 조류독감을 퍼뜨릴 수 있다. 철새의 조류독감 감염 상태를 조사하는 모습.

당황한 이기심 씨가 더듬더듬 변명을 한다.
“그, 그게…. 조류독감에 걸릴까 봐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못한 거라네! 아까 닥터고글도 고병원성이라고 했잖아. 고병원성이면 걸리기 쉽고 위험하다는 뜻 아닌가?”
닥터고글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H5N1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인 것은 맞아요. 하지만 고병원성이 사람에게도 전염되기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 75% 이상 죽을 때 고병원성으로 분류하죠.”
이기심 씨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친다.
“하지만 조류독감에 걸려서 죽은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요!”
“네. 2003년 이후 14개국에서 382명이 조류독감에 걸려 그 중 241명이 숨졌지요. 하지만 위생상태가 나쁜 나라가 대부분이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위생 상태가 좋은 나라에서 사람이 감염돼 사망한 경우는 아직 없어요.”
그 사이 정성만 씨는 닭에게 먹이와 물을 챙겨 준다. 그런 정성만 씨를 바라보며 설명을 계속하는 닥터고글.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가려면 닭이나 오리 등을 오랫동안 거치면서 변이가 일어나야 해요. 설령 사람 몸에 들어온다고 해도 사람의 체온은 36.5℃로 42℃인 조류보다 낮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잘 적응하지 못해요. 더구나 평소에 새를 가까이 접할 일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감염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죠. 철새 탐사 등을 떠났을 때는 새의 똥이 몸이나 옷에 묻지 않도록 조심하고, 되도록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에 가지 않는 등의 예방조치만 지킨다면 안전해요.”

사건 해결 - 닭도 살리고, 우정도 살리고!

청산유수 같은 닥터고글의 설명에 말문이 막힌이 기심 씨. 그 때 정성만 씨의 기쁜 외침이 들린다.
“먹이를 주니 닭들이 신나게 먹고 있어요! 역시 굶어서 비실댔던 것 같아요~!”
이 때 냥냥이 닥터고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역시 그렇군요. 조금 전 닭의 혈액을 뽑아 분석기에 넣었는데, 정성만 씨의 닭들은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았다고 나왔어요. 그렇다면 누군가 거짓말을 했다는 소린데…?”
닥터고글의 시선을 따라가던 정성만 씨의 눈에 이기심 씨가 들어온다.
“아, 아니 설마?”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흐느끼는 이기심 씨.
“흑. 미안하네! 자네 양계장이 우리 양계장보다 잘 되는 것에 질투가 나서 그만 거짓으로 신고를 하고 말았어. 자네가 없는 동안 일부러 먹이도 주지않았지. 용서해 주게~.”
이기심 씨의 말을 들은 닥터고글은 친구 사이에 싸움이라도 날까 바짝 긴장을 한다. 그런데 갑자기 이기심 씨의 두 손을 붙잡아 일으키는 정성만 씨.
“이 사람! 친구 사이에 무슨 용서를 빌어야 한단말인가? 양계장이 잘 되는 비법을 미리 알려 주지 못한 내 탓일세. 앞으로는 우리 양계장이 모두 잘 되도록 힘을 합쳐 보자고~.”
정성만 씨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닥터고글. 양계장이 잘 되는 비법은 바로 정성만 씨의 따뜻한 마음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며칠 후, 닥터고글의 사무실에 정성만씨가 보낸 커다란 상자가 배달된다. 상자를 열자 갑자기 튼실한 닭 여러 마리가 튀어나온다. 깜짝 놀란 닥터고글의 눈앞에 보이는 쪽지.
“감사의 표시로 제가 정성스럽게 키운 씨암탉 몇 마리를 보내니….”
하지만 사무실은 이미 난장판이 되고 말았는데….
“으악! 냥냥! 저 닭들 좀 어떻게 해 봐!”
“캬오오~.(난들 어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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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도움

    모인필 교수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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