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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기가 자동차를 태운다고?

“내 차 물어 내라구욧! 흐어어어엉~!”
한겨울의 정적을 깨고 비명에 가까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타탁~! 화르르르륵!”
어라? 이건 또 무슨 소리? 게다가 무슨 매캐~한 냄새도 나는 것 같은데? 배고픈 제트에게 기름을 넣어 주려고 주유소에 들렀던 닥터고글.
주유만 끝나면 제트를 타고 냥냥이와 함께 스키장에 가서 실컷 놀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희한한 사건에 또 휘말린 것 같은데?

 

사건 의뢰 - 달리나 서나 내 차 사랑

“아하하하핫~! 룰루랄라~♪”
기름을 넣으러 스파크 주유소에 올 때만 해도 차모라 양의 기분은 하늘을 날듯이 가벼웠다. 꼬박 5년 동안 저축한 돈으로 그 동안 맘에 두고 있던 차를 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금 랄랄라~♪ 노래를 부르는 고속도로를 실컷 달리고 온 터라 마음은 더욱 들떠 있었다.
“기름 가득 넣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손님! 차가 정말 아담하니 예쁘네요.”
“아, 정말요? 고맙습니다~! 아하핫~!”
스파크 주유소 직원인 오일뱅 씨는 오늘이 첫 출근이라 뭐든지 잘 해야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기름이 채워지는 동안 특별 서비스를 해주기로 한다.
“손님~, 특별 서비스로 차를 닦아 드릴게요!”
“정말 친절하시네요! 앞으로 여기만 올까 봐욧! ”
오일뱅 씨는 단골을 잡았다는 생각에 더욱 더 힘을 내 차를 닦기 시작했다. 차체가 흔들릴 정도로 차를 맹렬히 닦는 오일뱅 씨를 본 차모라 양은 자신의 차가 얼마나 반짝거리는지 보고 싶은 마음에 계속 차에서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차모라 양을 본 오일뱅 씨는 신이 나서 주유가 다 끝난 것도 모르고 계속 차를 닦고 있었는데….
사건은 바로 그 때 일어났다. 갑자기 차모라 양의 소중한 차에 불꽃이 일기 시작하더니 차 전체로 불이 번져 홀라당~ 타 버린 것이다.
“엉엉~! 닥터고글! 어쩜 차가 이렇게 타 버릴 수가 있는 거예요? 이게 어떤 찬데…. 엉엉! 뭐 이딴 주유소가 다 있담? 내 차 물어 내라구!”
대성통곡을 하는 차모라 양 옆에 있던 오일뱅 씨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저…, 전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다구요! 억울해요! 이건 원래 차에 문제가 있었던 거라구요!”

사건 분석 ❶ 주유소는 불붙기 좋은 장소?

“주유소는 불이 나기 좋은 장소입니다.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닥터고글은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왜 이상할 게 없냐며 닥터고글에게 비난의 눈길을 보내는데….
“워워~, 진정하세요. 불이 나려면 탈 물질, 발화점 이상의 온도, 산소가 필요한데 여기는 불이 날 요소가 다분히 많다는 말이에요.”
차모라 양과 오일뱅 씨는 그제서야 닥터고글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왜 불이 날 요소가 많다는 거죠?”
“주유소에는 탈 물질인 기름이 있고 산소가 있죠. 그러니 발화점 이상의 온도만 되면 불이 날 수 있죠. 혹시 차 근처에 라이터나 성냥 같은 게 없었나요?”
“냐오오~옹. 나나나냥~!(주유기 근처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제트가 특수 광선을 이용해 차모라 양의 차 안에 혹시 성냥과 라이터의 흔적이 없는지 살폈으나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이거 정말 귀신이 곡할노릇인데?
“그것 봐요! 저는 아무 잘못 없다구요! 혹시 당신이 몰래 담배를 피우다가 내 차에 꽁초를 떨어뜨린 거 아니야?”
차모라 양은 이제 반말에 삿대질까지 해가며 오일뱅 씨를 마구 몰아세운다.
“무슨 소리예요! 주유소에서 담배 피는 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구요! 닥터고글 말대로 주유소는 불이 나기 쉬운 곳이라 라이터, 성냥, 담배는 금지 품목이라구요! 그런데 왜 반말이에요? 특별 서비스로 차도 닦아 줬는데 너무 하는 거 아니에요?”
“여기서 잠깐! 차를 닦았다구요?”
닥터고글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 봤던 장면이 재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마른 걸레로 차를 빡빡 닦고 있던 오일뱅 씨와 앙고라 스웨터를 입은 채 들락날락 거린 차모라 양. 닥터고글은 두 손으로 차모라 양과 오일뱅 씨를 가리키며 외쳤다.
“둘 다 범인이군요!”
 


사건 분석 ❷ 정전기 때문에 불이 난다고?

“아니! 뭐라구욧! 닥터고글, 제정신이에요?”
“좋아요. 내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대 봐요!”
둘 다 범인이라는 말에 화가 잔뜩 난 두 사람은 닥터고글에게 증거를 대라며 거칠게 항의한다.
“사실…, 진짜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정전기가 자동차를 홀라당∼ 태운 범인이죠! ”
“무슨 소리예요? 정전기가 불을 일으키다니요? 만약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전 정전기의 찌릿찌릿함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흥! 저도 마찬가지라구욧!”
“자~, 두 분 다 진정하세요. 일반적으로 물체를 이루고 있는 원자는 (+)전하를 가진 양성자와 (-) 전하를 가진 전자로 구성되어 있어요. (+)와 (-)의 숫자가 같으면 전기적으로 중성이라고 하죠. 만약 두 물체를 아주 가깝게 하거나 비비면, 질량이 가벼운 전자는 자신이 가고 싶은 쪽으로 가 버려요. 그러면 물체는 원래 중성이었던 상태를 벗어나게 돼요. 즉 전자를 얻은 물체는 (-)상태, 전자를 잃은 물체는 (+)상태가 되죠. 이런 상태를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전기를 띠고 있다고 해서 정전기를 가졌다고 말한답니다.”
닥터고글의 설명을 들은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을 떠올려 봤다. 오일뱅 씨는 마른 걸레로 차를 비비고, 차모라 양은 스웨터를 입은 채 들락날락하면서 차를 비비고…. 이 때 닥터고글의 결정적인 한 마디!
“자동차의 엔진에서는 항상 정전기가 일어나죠. 혹시 차모라 양은 주유 중에 엔진을 껐나요?”
“저…, 그게 말이죠…. 사실 엔진을 끄면 다시 켜야 해서 귀찮다구요….”

정전기가 생기는 과정

책받침과 머리카락은 원래 각각 전기적으로 중성인 상태다.

둘을 마찰시키면 머리카락의 (-)전하가 책받침으로 움직인다. (-)전하를 얻은 책받침은 (-)전하를 띤다. (-)전하를 잃은 머리카락은 (+)전하를
띠게 된다.

각각 (+), (-)전하를 띤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생긴다. 그래서 책받침에 머리카락이 달라붙게 된다.

정전기를 잘 일으키는 단짝들
 
아래에서 더 많이 떨어져 있는 물질끼리 정전기를 더 잘 일으킨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전하보다 (-)전하를 띠려는 성질이 강하다.


사건 분석 ❸ 오~ 놀라워라! 정전기의 괴력!

“조…, 좋아요! 제가 정전기를 일으키는 행동을 많이 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정전기 따위로 불이 난다는 게 말이 돼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닥터고글. 정전기가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말해 준다.
“보통 가전제품의 전압이 220V인데, 정전기는 수천에서 최고 10만V까지 낼 수도 있다구요.”
으아악! 10만V? 그러면 정전기 때문에 사람이 감전될 수도 있는 거야? 그런데 정전기 때문에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 봤는데….
“정전기는 전압값이 크지만 전류값이 아주 작아요. 100만 분의 1A* 밖에 안 되죠. 에너지값이 아주 작고 굉장히 짧은 시간에 흐르기 때문에 생명에 위험을 주진 않아요.”
“그렇다면 정전기가 왜 주유소에서만 위험하다는 건가요? ”
차모라 양은 아직도 답답한 심정이다.
“주유소에는 기름에서 증발한 기름방울이 둥둥 떠다녀요. 만약 이 기름방울이 높은 전압을 가진 정전기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맞아요. 불이 나게 된답니다.”
미국에서는 정전기 때문에 한 해 동안 1000건이 넘는 화재 사고가 일어났고, 우리나라도 2006년에 일어난 주유소 화재 사건 가운데 40%가 정전기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 한다. 닥터고글의 명쾌한 설명 앞에 꿀 먹은 벙어리가된 차모라 양. 그 옆에서 눈치만 보던 오일뱅 씨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렇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에 털옷을 입지 말라는 건 너무 한 것 같아요. 게다가 이거 어디 정전기 무서워서 주유소에서 일할 수 있겠어요?”

정전기가 일으키는 전압
 


사건 해결 - 정전기, 조금이라도 줄여 보자!

그러고 보니 오일뱅 씨는 손만 톡 대면 바스라질것처럼 허약해 보였다. 이거 아무래도 털옷 없이는 겨울을 나기 힘들 것 같은데?
“걱정 마세요. 주유소에서는 엔진만 잘 꺼도 불이 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옷이나 몸에서 나는 정전기는 일어나는 횟수가 적어 불이 쉽게 나지 않아요. 하지만 엔진은 돌아가면서 계속 정전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불이 날 가능성이 크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주유 중 엔진을 끄지 않은 초보 운전자 차모라 양과, 엔진을 끄라고 주의를 주지 못한 초보 직원 오일뱅 씨의 실수가 빚어 낸 참극이었다.
닥터고글이 주유소에서 엔진을 끄지 않으면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있다는 사실을 덧붙여 알려 주자, 차모라 양은 대성통곡을 하며 말한다.
“엉엉~. 그럼 주유소에서 정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조리 알려 주세요. 엉엉!”
닥터고글은 정전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 준다. 그런데 설명을 듣던 차모라 양이 제트 안에 타고 있던 냥냥이를 유심히 살펴 본다.
“닥터고글! 당신의 소중한 차에도 정전기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욧! 아까 닥터고글이 가르쳐 준 바에 의하면 모피와 금속은 정전기를 잘 일으키기쉽다구요! 어째서 저런 털북숭이 고양이를 차에 태운 거예요!”
아뿔싸! 정작 자신의 위험은 알아채지 못한 닥터고글. 이발기를 잡아들고 냥냥이를 쫓기 시작한다.
“냥냥! 너 거기 안 서? ”
“냥~! 냥냥 냐앙~?(바보~! 너 같으면 서겠냐?)”

정전기, 이렇게만 하면 막을 수 있어!

① 몸에 로션을 자주 바르기.
② 주유 중 엔진 끄기.
③ 정전기가 심한 옷은 욕실에 걸어 놨다가 입기.
④ 웬만하면 차 밖으로 나가지 않기. 어쩔 수 없이 나갈 때는 차 문을 열기 전에 금속성 물체를 건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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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맑아 기자
  • 도움

    이동원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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