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똥꼬가 간질간질, 기생충이 산다!

오늘 점심은 맛있는 생선구이~! 가시만 남기고 예술적으로 먹었지. 점심을 먹고 나니 바로 잠이 쏟아지네. 의뢰인도 없겠다. 나 썰렁홈즈, 오늘은 그냥 낮잠이나 자야겠어. 살며시 꿈나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 왔어.
“고마워~! 밥을 먹어 줘서~! 생선구이 맛있어!”
처음엔 내가 예전에 사건을 해결해 준 사람인 줄 알았어.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아. 귀신인가? 이런 미스터리한 일에 내가 또 가만 있을 순 없지! 목소리의 정체를 밝히고야 말겠어! 이 때 어디선가 에일리언같은 괴물들이 나타났어! 목소리의 주인공인 것 같아. 으아아아악~! 도대체 누구냐, 넌?


인기 짱, 간흡충!

안녕? 첫 번째로 날 소개하게 되어 영광인걸? 난 기생충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간흡충이라고 해. 간디스토마라고도 하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기생충이란다. 나에 대해 알려 줄까?

나의 집

이름처럼 난 간에 살아. 1~2.5㎝ 크기인 나는 간에서 담즙의 통로인 담관에 산단다.

뭘 먹고 사냐고?

난 온몸으로 영양분을 흡수해. 담즙의 영양을 조금 뺏어 먹지.

어떻게 간에 들어왔냐고?

내가 알을 낳으면 담즙에 섞여 소화기관으로 가. 알은 거기서 소화되지 않고 똥에 섞여 밖으로 나간단다. 똥이 물에 퍼지면 알은 쇠우렁이 몸에 들어가 자라지. 적당히 자라면 쇠우렁이 몸 밖으로 나가 잉어과 민물고기의 몸으로 들어간단다. 민물고기의 몸에서 피낭유충이라는 형태로 잠시 쉬고 있다가 익히지 않은 민물고기를 먹은 사람의 몸으로 다시 들어가는 거야. 말린 민물고기, *피낭유충이묻은 칼이나 도마와 행주를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어. 일단 사람의 알이 몸 속으로 들어오면 십이지장에서 알주머니를 빠져나와 혈관
을 따라 간으로 간단다. 참 긴 여행이지?
*피낭유충 : 소화되지 않는 막에 둘러싸인 어린벌레
 


내가 간에 있으면…

내가 처음 간에 정착할 때 사람들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해. 하지만 내가 담관을 좁게 만들거나 막아 버리면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간에 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어. 아프게 해서 미안해.

나를 없애고 싶다고?

구충약을 사왔어? 바보. 난 보통 구충약으로는 없어지지 않아. 병원에서 정확하게 진찰을 받고 프라지콴텔이라는 성분이 든 약을 먹어야 날 없앨 수 있단다. 물론 평소에 민물고기를 완전히 익혀서 먹고 손이나 도마, 행주를 깨끗하게 한다면 내가 너의 몸으로 들어가지도 못할 거야.

요충은 어린이가 좋아, 좋아!

간흡충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자랑하는데 말이지, 어린이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기생충은 바로 나 요충이란 말이지~! 어린이 열 명 중 한 명은 나 요충을 몸 안에 갖고 있다고. 똥꼬를 간질이는 귀여운 날 소개할게.

나의 집

1㎝ 정도로 작은 난 흔히 맹장으로 알고 있는 충수돌기나 맹장, 대장과 맹장이 연결되는 부위에 살아. 충수돌기는 맹장과는 다른 부분으로 대장에 삐죽 나온 돌기야, 맹장은 소장과 대장을 연결하는 중요한 부분이란다.

뭘 먹고 사냐고?

온몸으로 영양분을 흡수해. 네가 먹은 음식을 조금 뺏어 먹을 뿐이야.

어떻게 간에 들어왔냐고?

난 복잡한 간흡충과는 달리 오직 사람의 몸에만 살아. 내 알을 먹으면 내가 너의 몸에 들어오게 되지. 내 알을 어떻게 먹게 되냐고? 아주 간단해. 몸 안에 있다가 너희들이 잠이 들고 나면 난 꼬물꼬물 똥꼬로 기어 나와 알을 낳는단다. 그럼 어떻겠어? 간질간질 간지럽겠지? 그럼 너희들이 손으로 북북 긁을 거 아냐? 이 때 손톱 사이에 내 알이 묻어. 이런 손으로 음식도 만지고 물건도 만지고 친구 손도 잡을 때 다른 곳으로 옮겨가서 다른 사람의 입 안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어. 이런 내가 사악하다고?

내가 맹장에 있으면…

난 몸 안에서 특별히 나쁜 행동을 하지 않아. 그냥 조용히 몸 안에 살 뿐이지. 하지만 밤이 되면 달라. 내가 꼬물꼬물 똥꼬로 나오면 너무 간지러워서 잠을 설치거나 너무 벅벅 긁어서 똥꼬에 병이 생기거나, 오랫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바뀔 수도 있어.

나를 없애고 싶다고?

약국에서 파는 보통 구충약을 먹으면 된단다. 하지만 한 번만 먹는다고 내가 완전히 없어지진 않아. 20일 간격으로 3회 이상 반복해서 먹어야 해. 또 전파가 잘 되는 나는 주위 친구들과 함께 구충약을 먹어야 완전히 없어진단다. 평소에 손을 깨끗이 씻고, 똥꼬가 간지럽다면 내가 없는지 검사해 봐.

기생충이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생물 몸에 붙어사는 생물을 기생충이라고 해. 기생충이라고 너무 귀찮고 하찮게만 생각하지 말라구. 인간이 지구에 의존하며 사는 것처럼 우리도 너희 몸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뿐이니까!

사과 같은 네 얼굴~엔?

사과 같은 네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 내가 살기에도 딱 알맞고 친구들도 다 좋대. 얼굴에도 머리에도 우리들이 하숙을 하고 산단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니?
 

간질 간질, 이

머리를 자주 감는데도 머리가 간지럽다고? 미안해. 나 때문인가 봐. 나 머릿니는 머리카락에 살면서 피부를 콱 깨물어 피를 빨아먹는단다. 그래서 머리가 간질간질하지. 나 말고도 피부에 붙어사는 몸이나어른들의 몸에 난 털에 사는 사면발이라는 사촌이 있단다. 이 친구들도 모두 피부를 깨물어 피를 빨아먹고 살지. 난 참깨만큼 작아서 먹는 피의 양도 무척 작고 그냥 간지럽기만 해. 그런데 왜 날 싫어하는 거니? 내 몸에 있던 병균이 사람 몸에 들어가서 열이 나고 발진이 생기는 발진티푸스 같은 병에 걸린다고? 휴, 그렇다면 날 미워해도 할 말이 없네.

꼭꼭 숨어라, 눈썹 보일라~!

앗! 날 봤어? 정말? 난 원래 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데…. 이런! ‘어린이과학동아’가 날 확대해 보여 줬구나. 난 네 얼굴의 눈썹 모낭 속에 살고 있는 털집진드기야. 다리가 달린 부분이 머리인데 모낭 속에 머리를 박고 네 몸에 필요 없는 죽은 피부세포를 주워 먹으며 살아. 그래서 너에게 아무런 해도 주지 않지. 간지럽지도, 병에 걸리지도, 눈썹 모양이 이상해지지도 않아. 이렇게 아무런 해도 주지 않으면서 몸에 몰래 숨어 사는 것을 ‘편리공생’이라고 부른단다. 서로에게 이익을 주면‘상리공생’이고. 참, 다른 녀석들처럼 너희에게 해를 입히면서 같이 사는 건
‘기생’이야. 그래서 기생충이라고 불리는 거지. 엄밀히 말하면 난 편리공생충인 건가? 난 해가 없는 만큼 굳이 없애지 말고 그냥 같이 살자. 날 없애느라 여러 가지를 바르고 뿌리면 네 몸에 더 해로울 거야.

말 많은 진드기 친구들

간질간질 이와 별다른 해를 입히지 않는 털집진드기말고도 진드기들이 우리 주변엔 많아. 너 이런 말 들어 봤니? ‘진드기 같이 달라붙었다, 벼룩의 간을 빼 먹어라, 재수 옴 붙었다, 빈대 붙지 마’같은 말 말야. 이건 모두 우리 진드기들을 칭찬하는 말이지. 물론 사람들 사이에선 좋은 말이 아니겠지만. 우리가 얼마나 작으면 매우 치사한 사람에게 벼룩의 간을 빼먹을 정도라고 하고, 얼마나 잘 달라붙으면 귀찮게 찰싹 달라붙은
사람에게 진드기 같이 달라붙었다고 하겠니. 벼룩이나 빈대는 물론 옴도 진드기를 부르는 이름이야. 옴은 사람 몸을 매우 간지럽게 하는 독한 녀석인데, 손가락이나 발가락 사이의 주름을 파고 들어가 피부 속을 마구 돌아다니지. 이 때 가려움이란 상상을 초월할 정도란다. 그래서 무척 재수가 없다는 말로 재수 옴 붙었다고 하지. 빈대라는 녀석도 사람 몸에 착 달라붙어 피를 쪽쪽 빨아먹지. 그런데 신기한 건 빈대에게 밤새 온몸을 물어뜯겨도 사람은 모른다는 거야. 사람을 물 때 아프지 않게 화학물질을 주사하고, 피가 굳지 않는 물질도 넣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한대. 옮기는 병도 없단다. 이젠 티 안 나게 다른 사람들의 음식이나 돈을 뺏는 사람에게만 빈대라고 불러야겠다~.

꾸륵, 꾸르륵
난 소화되지 않는다!


기생충하면 뭐가 생각나니? 하얀 지렁이 같은 녀석이 뱃속에 사는 걸 상상하는 친구들이 가장 많을걸? 그게 바로 나 회충이야. 어떻게 소화되지 않고 뱃속에 사는지 궁금하지? 나와 함께 뱃속에 사는 다른 기생충도 모두 만나 봐~.

옛날이 그리운 회충과 편충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의 부모님이 어렸을 땐 학교에서 채변봉투를 나눠 주고 똥을 담아 오라고 했어. 1970년대 한국에는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몸 안에 회충과 편충이 있어서 해마다 검사를 하고 구충약을 먹은 거야. 지금은 1%도 안 되는 사람들에서만 날 볼 수 있어. 하지만 세계에는 아직도 우리를 몸 안에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단다. 회충은 소장에 살고 편충은 맹장과 충수돌기, 대장, 소장의 끝부분에 살아. 둘 다 네가 소화시킨 음식물의 영양을 뺏어 먹지. 우리가 뱃속에 너무 많아서 영양실조나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면 너희에게 별다른 해를 끼
치진 않아. 하지만 우리가 장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싫은가 봐. 그러니까 철마다 기생충 약을 먹어서 이렇게 살기 힘들게 만들었잖아? 옛날이 그리울뿐이야~.

소장의 대장, 장흡충

간흡충이 맨 먼저 인사했다며? 장흡충도 있는데 혼자만 먼저 인사하다니. 우리도 이름 그대로 장에 사는 흡충이야. 장흡충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 요코가와흡충이 한국엔 많지. 우리는 기생충이 있는 은어를 날로 먹으면 걸리는데, 한국에선 은어를 회로 즐겨 먹는다더군. 우리는 1~2.5㎜ 정도로 작지만 우리가 소장에 많이 붙으면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킨단다. 나도 간흡충과 같은 약을 먹으면 금방 나아. 또 아예 내가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은어를 잘 익혀 먹어야 해.

길고 긴 기차, 촌충

가장 징그러운 기생충 선발 대회가 있다면 내가 1등일걸? 난 조충이라고도 불리는 촌충이야. 마디마디로 된 몸이 기차처럼 생겼는데, 몸속에서 10m까지도 자라기 때문에 나를 본 사람들은 놀라서 기절할 정도라구. 우리들은 긴촌충(광절열두조충), 갈고리촌충(유구조충), 민촌충(무구조충) 등 생김새와 사는 형태에 따라 나눠져 있단다. 긴촌충은 충분히 익히지 않은 송어나 연어, 농어를 먹었을 때, 갈고리촌충은 돼지고기를 덜 익혀 먹었을 때, 민촌충은 소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걸릴 수 있지. 하지만 회충처럼 나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기생충이 됐어.
 
갈고리촌충의 머리.



왜 이런 곳에 있는 거니?

친구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바로‘기생충이 뇌로 들어가면…’일 거야. 정말 뇌에 들어가는 기생충이 있냐고? 유감이지만 진짜 있단다. 눈에 들어가는 녀석들도 있어. 왜 이런 곳으로 들어가는 건지, 또 어떻게 하면 우리를 피하는지 알려 줄까?

폐에, 배에, 근육에, 뇌에, 눈에?

내 이름은 폐흡충. 딱 보기에도 폐에 살 것 같지? 난 민물에 사는 게나 가재, 새우 등을 익히지 않고 먹었을 때 걸리는 기생충이야. 난 간흡충이나 장흡충과는 차원이 달라. 아주 문제아지. 폐에 가만히 있지 않고 장이나 난소, 방광은 물론 근육에 들어가서 문제를 일으켜. 뇌로 가거나 눈으로 갈 수도 있어. 어디든 가서 문제를 일으키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걸? 이제 맛있는 게장이나 게를 못 먹겠다고? 흥!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난 게장을 담근 지 10일 지나면 모두 죽거든. 그 이후엔 맘 편히 게를 먹어도 된다구. 물론 잘 익혀 먹으면 더 좋고!

고래회충이 왜 내 배에?

난 이름 그대로 고래 몸속에 사는 고래회충이야. 그런데 내가 사람 몸에 들어가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나도 사람이 싫어. 고래 몸에 있어야 편하게 살 수 있다고. 난 바다 물고기 몸 안에 있다가 이 물고기를 잡아 먹은 고래 안으로 들어가야 해. 그런데 사람이 이 물고기를 회로 먹은 거야. 내가 위나 장을 뚫거나 붓게 만들면 배가 몹시 아파. 난 내시경이나 수술로 제거해야만 해.

피 속에 사는 기생충?


나 말라리아는 핏속에 사는 기생충이야. 수면병을 일으키는 파동편모충도 핏속에 사는 기생충이지. 말라리아나 수면병 모두 사람이 죽을 수 있는 무서운 병이란거 알지? 나 말라리아가 있는 모기에물리거나 파동편모충이 있는 체체파리에 물리면 병에 걸려. 하지만 안심해. 우리나라에 있는 말라리아는 열대의 말라리아와는 달리 열이 나면서 심하게 앓긴 하지만 죽지는 않아. 또 수면병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열대지방의 병이란다. 물론 열대지방으로 여행을 간다면 조심해야 되겠지?

 

 

체체파리와 체체파리가 옮기는 파동편모충(보라색).

 

 


코끼리다리병?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붓는 병을 본적 있니? 이게 바로 나 사상충 때문이야. 기생충 때문에 다리가 붓는다니 신기하지? 난 다리의 조직액이 다시 심장으로 돌아가는 림프절 안에 살아. 이 곳이 나 때문에 막히면 다리에 염증이 생기고 딱딱해지면서 굵어진단다. 사상충이 있는 모기에 물리면 걸리는데, 우리나라에도 제주도에 사상충이 있었대. 하지만 안심하렴. 이젠 제주도에서도 사상충이 모두 멸종했으니까. 나를 볼 수 없다니 슬프지 않니? 뭐, 속 시원하다고?

으악, 눈이나 뇌로는 가지 마!

열대지역에서 피를 빠는 파리에 물리면 걸릴 수 있는 회선사상충, 몸에 기생충이 있는 파리가 옮기는 동양안충 같은 기생충은 눈으로 가는 경우가 있어. 달팽이나 우렁이를 덜 익혀 먹으면 걸릴 수 있는 광동주혈선충, 익히지 않은 개구리나 뱀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유구악구충은 뇌로 들어가기도 하지. 양갓냉이를 익혀 먹지 않으면 걸릴 수 있는 간질, 기생충에 감염된 물벼룩이 든 물을 마시거나 감염된 개구리나 뱀을 날로 먹으면 걸리는 스파르가눔, 돼지고기를 잘 익혀 먹지 않으면 걸릴 수 있는 유구낭미충증은 뇌나 눈으로 갈 수 있단다. 정말 무섭지?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런 기생충에 걸릴 확률은 극히 낮거든. 또 기생충이 있더라도 잘 익혀 먹으면 절대 걸리지 않으니까 말이야.

기상천외한 기생충의 세계!

우리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도 많아. 우리가 기생하는 생물(숙주)의 몸 속에서 엽기스러울 정도로 특이하게 살거나 숙주 생물을 조종하고 있지. 기상천외한 기생충의 세계로 초대할게. 놀랄 준비부터 하라구!

기생충이 조종하는 무모한 도전?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해. 냄새만 맡아도 도망간단다. 하지만 나‘톡소플라즈마 곤디’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게 무모한 도전을 한단다. 고양이 냄새에 오히려 호감을 느끼며 다가가다가 잡아먹히는 거지. 나는 쥐에 기생하지만 고양이 대장에서만 번식할 수 있어. 그래서 번식을 위해 일부러 쥐를 잡아먹히게 하는 거란다. 나는 보통 쥐의 소뇌에 사는데, 소뇌에서 감정을 조정하는 부위를 조금 바꾸는 거야. 다른 감정은 그대로 두고 고양이에 대한 공포만 바꾸기 때문에 쥐는 평상시엔 잘 살다가 고양이만 만나면 다가가서 잡아먹힌단다.
그런데 사람도 나에게 감염되면 성격이 바뀐다는 거 아니? 호주 시드니 테크놀로지대학교의 감염증연구팀은 사람도 톡소플라즈미 곤디에 감염되면 성격이 바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어. 재미있는 점은 남자와 여자가 다르게 바뀐대. 남자는 지능지수와 집중력이 낮아지고 법을 어기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고 남에게 의존하려고 하며, 의심과 질투심이 많아지고 성격이 무뚝뚝해져 여성에게 인기도 낮아진대. 하지만 여자는 성격이 쾌활해지고, 사근사근해져서 더 매력적으로 바뀐다는 거야. 정말 신기하지?

악마의 눈

사람들은 나 레우코글로리디움을 보고 악마 같은 기생충이라고 하더라? 내가 기생하는 참쨈물우렁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래. 난 참쨈물우렁이의 몸 안에 있다가 새에 잡아먹혀야 알을 낳고 번식할 수 있어. 그래서 참쨈물우렁이가 새에 잘 잡아먹힐 수 있도록 기가 막힌 광고를 한단다. 나는 참쨈물우렁이의 눈으로 들어가 몸을 둥글게 말아. 그러면 우렁이의 눈이 애벌레처럼 보이지. 그리고는 눈에 띄는 장소로 가게 해서 눈을 마구 움직이는 거야. 이렇게 하면 우렁이의 눈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애벌레처럼 보여 새에게 잘 잡아먹힌단다. 그럼 나는 새의 몸 안에 들어가 알을 낳아. 이 알은 새똥에 섞여 나뭇잎에 붙어 있다가 나뭇잎을 갉아먹는 참쨈물우렁이의 몸으로 다시 들어가는 거야. 이런 내가 정말 악마 같아?

혀가 아니었어?

안녕? 난 렉사넬라라고 해. 혀가 인사해서 놀랐니? 혀처럼 보이지만 난 혀가 아니라 물고기의 입에 사는 기생충이란다. 나는 물고기의 혀를 먹어 버리고 그 자리에 날카로운 발톱으로 달라붙어 물고기의 체액을 빨아먹고 살아. 내가 혀를 먹어 버리면 물고기는 불편해서 어떻게 하냐고? 걱정하지 마. 대신 내가 물고기의 혀처럼 움직여서 혀의 역할을 한단다. 먹이를 물거나 삼킬 때 내가 도움을 주는 거지.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는데‘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에게만 알려 줄게. 혀처럼 보이는 나는 암컷이고 물고기의 입천장에는 내 남편인 수컷이 붙어 있어. 평생 둘이 이렇게 등을 맞대고 입안에서 알도 낳으며 오순도순 산단다. 물고기는 날 싫어하겠지만 우리에게 물고기 입은 최고의 집이야.
 

물고기의 입 속에서 혀의 자리를 차지한 렉사넬라




썰렁홈즈가
들려주는재미있는 기생충이야기


기생충과 노벨상

1926년 덴마크의 병리학자 요하네스 피비거는 기생충인 스파이롭테라가 쥐에서 위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 내고 암은 기생충 때문에 생긴다고 발표했어. 이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지. 하지만 이 시상은 노벨상 역사상 가장 큰 실수로 남았단다. 왜냐하면 이후 연구에 의해 이런 연구결과가 인간의 암 발생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특정 품종의 쥐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현상으로 밝혀졌기 때문이야. 결국 잘못된 노벨상이라는 불명예스런 이야기를 듣게 됐지. 불행인지 다행인지 피비거는 이미 늙어 죽어서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됐단다.

기생충이 아니라 공생충?

“에일리언처럼 무섭게 생긴 것이 내 몸 속에서 내 밥을 뺏어 먹고 있었단 말이야? 이런 쓸모없는 녀석들!”
썰렁홈즈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어. 크흑, 사실이기 때문에 뭐라고 변명할 말이 없었어. 하지만 쓸모없는 녀석들이란 말은 정말 참을 수가 없어. 우리도 쓸모가 있기 때문이야. 뭐? 못 믿겠다고? 쓸모 있는 우리에 대해 낱낱이 알려 주지!

알레르기를 없애 준다!

콜록콜록 천식이 있니? 긁적긁적 아토피가 있다고? 훌쩍훌쩍 비염도 있구나? 이게 다 우리 기생충이 몸에 없어서일 수도 있어.
우리가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몸에서 면역 반응이 마구 일어나 우리를 공격해. 우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사람들의 면역력을 억제시킨단다. 반대로 사람은 기생충이 면역을 억제할 것에 대비해 알맞은 수준보다 더 많은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진화한 거야. 그런데 환경이 변해 기생충이 없어지면서 지나친 면역 반응은 쓰임새를 잃고 엉뚱한 것을 공격해 알레르기를 일으키게 됐다는 거지.
그렇다고 알레르기 때문에 우리를 억지로 몸에 키우지 않아도 돼. 많은 과학자들이 기생충의 면역억제 능력을 이용해 알레르기를 없애는 약을 개발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기생충 덕분에 천식이나 아토피, 비염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가 고맙지?

기생충 다이어트?

우리 촌충들 사이에선 스타인 박사가 한 명 있어. 바로 일본의 후지타 고이치로 박사란다. 박사는 자기 몸 안에서 촌충을 키우며 기생충을 연구한 기생충 박사야. 그 촌충에게‘기요미짱’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고 몸밖으로 조금씩 나오는 기요미짱을 이용해 기생충을 연구했단다. 후지타 박사는 촌충을 몸 안에 키우면서 알레르기는 물론 체중과 핏속의 나쁜 지방인 콜레스테롤이 줄어들었다는 거야. 우리 촌충이 쓸모 있음을 널리 알려 준 박사지. 겨우 촌충으로 어떻게 살이 빠지냐고? 우리가 10m까지도 자란다는 거 알고 있지? 게다가 매일 20㎝ 정도 자라면서 200만 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이 에너지만큼 뺏어 먹으니 네 살이 빠지는 거야. 미래엔 ‘미인은 촌충을 좋아해~♪’란 촌충다이어트 음료도 개발되지 않을까?

또, 또, 또…!

이외에도 우리가 얼마나 다양하게 사용되는지 알아? 해충의 애벌레를 죽이는 선충을 이용해 친환경적인 살충방법을 개발하거나 피를 빨아먹기 위해 혈액의 응고를 막는 성분을 만드는 구충을 이용해 혈액응고를 막는 약을 개발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또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파괴하는 백혈구가 늘어나는데, 이 세포를 이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나, 인슐린을 만드는 유전자 변형 기생충이 몸에 자라게 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방법 등이 활발하게 연구 중이라구! 어때? 이 정도면 우리를 기생충이 아니라 공생충이라고 불러야 되는 거 아니야?
 



흐익~! 기생충들이 알레르기도 없애 주고 다이어트도 시켜주겠다며 한꺼번에 몸 속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놀라 눈이 떠졌어. 휴~, 꿈이었구
나. 에일리언 같은 무서운 녀석들이 내 몸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식은땀이 줄줄 흘러. 하지만 우리에게 도움도 된다니 정말 몰랐는걸? 무조건 무서워만 할 건 아닌 것 같아.
나쁜 기생충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유익한 기생충은 잘 이용하면 나도 기생충들에게‘고마워~! 병을 고쳐 줘서 고마워~!’라고 인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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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 도움

    류재숙 교수
  • 진행

    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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