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너의 눈빛.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하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 봐도 너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
이럴 땐 솔로몬의 반지가 있어서 동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 들었으면 좋겠죠?
‘어린이과학동아’가 동물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동물친구들을 함께 만나 볼까요?

우리끼린 이렇게 얘기해!
곤충에서부터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까지. 동물들은 소리나 몸짓, 색, 냄새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동물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동물 친구들을 만나 볼까요?
춤으로 말하는
꿀벌
동물행동학자 카를 폰 프리슈는 꿀을 찾은 꿀벌이 다른 꿀벌에게 꿀이 있는 곳을 알려 준다는 것을 밝혀 냈어요. 꿀을 찾은 꿀벌은 집으로 돌아와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원형이나 8자를 그려꿀이 있는 곳의 거리나 방향, 종류까지도 알려 줍니다. 이 춤을 본 동료 꿀벌들은 먹이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 간답니다.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의 언어에 대한 연구로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어요.
노랫말에 집중해 봐
회색기러기
회색기러기들은‘강강강강’하는 노래를 불러요. 회색기러기들이 ‘강강강강강강강’하고 7음절의 노래를 부르면‘먹을 것이 풍부하니 여기에 머물자’라는 뜻이구요. 6음절로 줄어들면 ‘먹이를 조금 먹은 후에 천천히 앞으로 가자’는 뜻이지요. 음절이 줄어들수록 ‘행진 속도를 높이자’는 뜻이랍니다. 우리끼린 이렇게 얘기해!
적이다! 그런데 어떤 적이야?
사바나원숭이
아프리카 초원에 살고 있는 사바나원숭이는 적이 나타나면 경고음을 냅니다. 사바나원숭이들은 경고음을 통해 그 적이 어떤 적이냐를 알려 주지요. 표범이 나타났을 때와 독수리가 나타났을 때, 뱀이 나타났을 때 각각 다른 경고음을 내고 원숭이들의 행동도 달라져요.
표범이 나타났다는 경고음을 들으면 가까운 나무로 올라가 나뭇가지 끝으로 도망을 가고, 독수리가 나타났다는 경고음을 들으면 숲 속으로 숨어요. 뱀이 나타났다는 경고음에는 뒷발로 서서 땅바닥을 살펴봅니다. 사람들마저 표범이나 치타를 찾고 싶을 때 사바나 원숭이들의 경고음을 참고 한대요.
나는 다쳤지만…
말미잘
바다 속 바위에 붙어사는 말미잘은 페로몬이라는 냄새 물질로 주변에 이야기를 한답니다. 말미잘은 촉수를 흔들어서 먹이를 찾는데, 이 촉수는 공격을 받기 쉬워요. 촉수가 물리면 말미잘은 반사적으로 촉수를 움츠려 입을 단단히 닫아 버리죠. 그리고 엔토플루린이라는 경고 페로몬을 내뿜어 주변의 말미잘에게 위험을 알립니다.
하지만 바다에 사나운 파도가 일면 이 페로몬은 빨리 흩어져요. 그래서 더 정교한 방법도 쓴답니다. 말미잘을 잡아먹는 민달팽이 몸에서 경고 페로몬이 나오게 만드는 거예요. 민달팽이가 말미잘의 촉수를 뜯어 먹으면 그 속의 경고 페로몬도 함께 먹게 됩니다. 이 경고 페로몬은 5일 동안 민달팽이의 몸에서 천천히 나오지요. 민달팽이 스스로 말미잘들에게 ‘나는 위험해’라는 냄새를 풍기는 셈이에요.
그들이 진짜 말을 하는 걸까?
꿀벌과 회색기러기, 사바나원숭이, 말미잘을 보니 동물도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또 동물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알아 낼까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님을 만나 동물들의 말에 대해 들어 봤어요.
인터뷰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못 하는 것도 아냐!
‘동물들도 말을 할까?’결론부터 이야기하면‘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어!’랍니다. 동물들의 의사소통 방법은 사람의‘언어’와는 차이가 있어요. 동물들은 사람이 말하는‘언어’라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동물은 나름대로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또 특별한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면 인간과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해요.
이렇게 동물들은 인간의 관점에서는‘말’을 할 수 없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어떤 신호를 주고 받는‘말’을 한답니다.‘어린이과학동
아’친구들이 동물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동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신호로 동물에게 말을 건넨다면 서로‘대화’가 가능하겠죠?
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신비한 암호를 풀어라!
동물들이 어떤 의미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암호와 같아요. 동물행동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이런 암호를 푸는 것이죠.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동물을 관찰하는 거예요.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을 통해 연관관계를 알아 낸답니다. 두 번째는 실험을 통해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보는 거예요. 동물들에게 어떠한 상황을 주었을 때 동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 낸답니다. 세 번째는 앞의 두 가지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는 거죠.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도 얼마든지 동물의 행동에 대해 연구할 수 있어요. 바로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거예요. 오히려 어린이 친구들이 더 잘 관찰할지도 몰라요. 녹음기나 캠코더로 동물들의 행동을 꾸준히 관찰해 보세요. 동물의 암호를 풀 수 있을 거예요.
컴퓨터로 듣는 강아지의 말
강아지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강아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신기하겠죠?
최근 이런 실험이 성공했어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신형철 교수팀과 서울대학교 초미세생체전자연구센터는 강아지의 뇌에 컴퓨터와 연결된 미세전극을 심었지요. 그 결과 뇌에서 나온 강아지의 생각을 스피커를 통해‘사랑해요’,‘배고파요’,‘저 귀엽죠’와 같은 음성으로 바꿔 들을 수
있었답니다. 이 기술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자판이나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로봇을 조종하는 데에도 이용될 거래요. 정말 신기하죠?
개 언어 번역기 ‘바우링갈’
2001년 일본에는‘바우링갈’이라는 개 언어 번역기가 나와서 인기를 끌었어요. 개의 목에 거는 마이크가 개의 소리를 욕구불만과 경고, 행복, 슬픔, 자기표현, 욕망 등으로 나눠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 모니터에 문자나 애니메이션으로 표시해 준답니다. 바우링갈은 2002년 기발한 상상력과 이색적인 발명에 수여하는 이그노벨상 평화상을 받았어요.

그래도 난 진짜 말한다니까!
사람처럼 말하는 동물이 있답니다. 바로 앵무새예요. 귀엽게‘사랑해~’라고 말하거나‘안녕’하고 인사하는 앵무새들은 어떻게 사람처럼 말을 잘하는 걸까요?
우리 앵무새들이 똑똑해서 그런 거야!
사람은 성대로 소리를 냅니다. 새가 소리를 내는 기관은 울대라고 하는데, 앵무새의 울대는 인간의 성대와 비슷해요. 또 근육이 발달된 긴 혀를 갖고 있어서 소리를 잘 조절할 수 있지요. 이렇게 울대와 혀, 입을 이용해 음의 빈도와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앵무새의 똑똑한 머리가 없다면 사람의 말을 흉내낼 순 없을 거예요. 앵무새의 뇌에는 다른 새에게는 없는 발성 조절 및 소리 학습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답니다. 사회성도 강해서 사람들의 말을 따라하면서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는 것이죠. 멋진 외모에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다른 새들이 질투나겠어요
앵무새들은 어떤 의미로 말을 하는 걸까요? 앵무새들에게 말은 어떻게 가르쳐 줄까요? 삼성에버랜드동물원의 안수현 조류조련사님께 들어
볼까요?
인터뷰
‘사랑해~’라고 1만 번 말해요
앵무새들은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이에요. 원래 소리를 따라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말을 한답니다. 하지만 모든 앵무새가 말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앵무새 사이에도 음치가 있어서 아무리 가르쳐 줘도 말을 하지 못하는 앵무새도 있어요. 말을 가르쳐 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앵무새와 친해지는 거예요. 앵무새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금방 눈치챈답니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앵무새도 신이 나서 말을 잘 배우지요. 다음으로는 가르쳐 주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들려주는 거예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치려면 보통 1만 번 정도 그 말을 들려줘야 해요. 일반적으로 앵무새들이 하는 말에는 의미가 없어요. ‘사랑해~’ 라고 말한다고 해서 앵무새가 사랑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사랑해~’라고 한다면 그건 의미있는 말이 되겠죠?
안수현
(삼성에버랜드동물원 조류 조련사)
아인슈타인 앵무새, 알렉스
앵무새들은 대부분 그 소리를 흉내낼 뿐이지만 알렉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앵무새랍니다. 1977년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페퍼버그 박사는 앵무새가 말을 흉내만 내는 것인지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애완동물 선물가게에서 산 평범한 아프리카산 회색앵무새 알렉스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죠. 오랜 노력 끝에 알렉스는 100가지가 넘는 물건을 식별하고 7가지 색깔과 5가지
모양을 구분하며 숫자도 6까지 셀 수 있게 됐답니다. 알렉스에게 파란 열쇠 2개와 빨간 열쇠 2개를 보여 주고‘파란 열쇠는 몇 개지?’라고 물으면 ‘2개’라고 대답하고 ‘열쇠들의 다른 점이 뭐야?’라고 물으면 ‘색깔’이라고 대답할 정도였어요. 정말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앵무새라고 할 만하죠?

너와 나의 소통!
왠지 말이 통하는 것 같은 동물들이 있어요.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 주는 도우미견들이죠. 이런 친구들은 사람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또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사람과 수화나 그림 문자로 대화를 나눈 유인원들이 있답니다. 어떤 친구들인지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영장류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김산하 연구원님과 함께 만나 볼까요?
인터뷰
수화하는 침팬지와 고릴라, 그림문자로 말하는 보노보
수화로 말하는 침팬지 와쇼와 고릴라 코코, 그림문자로 말하는 보노보 칸지가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인원이에요. 와쇼는 150개가 넘는 수화를 배우고 수화로 거짓말이나 농담도 했답니다. 또 아직 배우지 않은 사물을 창조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오이를 보고는 ‘초록 바나나’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고릴라 코코 역시1000개가 넘는 수화를 사용해 거짓말이나 농담을 했어요. 또 2000가지 영어 단어를 구분해 들을 수 있답니다. 2004년 코코는 수화로 이빨이 아프다고 말해 치과 치료를 받기도 했어요. 보노보 칸지는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그림문자를 배워 더 유명해졌어요. 그림문자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던 칸지의 엄마 마타타의 어깨 너머로 그림문자를 스스로 알아 냈답니다. 엄마 마타타는 결국 그림문자를 배우지 못했는데 말이죠. 2003년 1월에는 칸지가 바나나, 포도, 주스, 예스 등 4가지 영어 단어를 발음할 수 있다는 기사가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실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답니다.
이렇게 유인원들이 수화나 그림 문자로 사람과 가까운 언어능력을 보여 주지만 그렇다고 모든 유인원들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일부의 유인원들만 이런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죠. 또 야생에 살고 있는 유인원들은 이런 능력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답니다.
김산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원)
인터뷰
우리를 인도하는 도우미견
도우미견은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안내견과, 잘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듣고 알려 주는 청각도우미견, 정신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어울리며 치료를 도와주는 치료도우미견, 산 속 같은 곳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들을 찾아 주는 구조견, 국내에 가지고 와서는 안 되는 물건을 찾아 내는 탐지견이 있어요.
도우미견들은 어려서부터 사람을 돕는 데 알맞는 성격을 갖도록 적절한 사회화 훈련을 받습니다. 이 후에는 꾸준한 반복 훈련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배우지요. 어떤 신호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 사람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게 된답니다.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이 키우고 있는 개도 친구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또 자신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꾸준한 훈련으로 우리 집 막내 강아지와 의사소통을 시작해 보세요.
박옥경
(삼성SDI도우미견센터 조련사)
길에서 안내견을 만났을 때는?
안내견들이 늠름하게 안내하는 모습을 보면 가서 쓰다듬거나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안내견을 쓰다듬거나 부르는 것은 개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안내 받는 사람이 위험해져요. 눈과 마음으로만 사랑해 주세요. 또 안내견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안내견이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버스정류장이나 신호등앞에서 안내견과 함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버스 번호를 알려 주거나 신호 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개들은 색맹이라서 색깔을 잘 보지 못한답니다. 정말 안내견 친구를 쓰다듬어 보고 싶다면 주인에게
물어 보세요. 그럼 잠시 안내를 멈추고 안내견 친구와 인사할 수 있을 거예요.

동물언어사전
동물들의 소리나 몸짓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들을 수 있겠죠? 여러 동물들의 언어를 한자리에 모아 사전을 만들었어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나는 너를 좋아해
팔로 껴안는 행동은 침팬지나 고릴라, 오랑우탄은 물론 사람까지 공통되는 몸짓 언어로 너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서열이 낮은 침팬지는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예의도 없이 엉덩이를 코앞에 내밉니다. 하지만 이 말은 바로‘안녕하세요?’라는 인사랍니다.
나랑 놀자!
돌고래가 수면을 빙빙 돌며 끽끽 소리를 낸다면 그건‘나랑 같이 놀자’는 표현입니다. 바다에서 이런 돌고래를 만난다면 정말 신나겠죠?
너 뭐야?
한번 해 보자는 거냐?
사람은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바라보지 않으면 내 말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유동물들은 눈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도전이나 싸우자는 뜻이 됩니다. 모르는 동물을 만났을 때 눈을 빤히 바라보면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물러서지 않으면 해치겠다!
고릴라는 화가 나면 가슴을 쾅쾅치며 고함을 질러 상대방을 위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위협한 뒤 실제로 공격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해요. 이럴 때는‘해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면 된답니다. 침팬지나 오랑우탄이 두 팔을 벌려 마구 휘두른다면 그 건 ‘너를 해치겠다’는 뜻으로, 바로 공격을 하니 주의해야합니다.
뿌우! 나 화났어!
코끼리가 긴 코로 나팔을 불면‘나 정말 화났어! 밟아 버릴 테다!’라는 경고입니다.
너를 물어뜯겠다!
이빨을 주된 무기로 삼는 동물들이 사납게 이빨을 보이는 행동은 거의 모두‘널 물어 버리겠다’는 말입니다. 빨리 피하는 것이 최선이겠죠?
죽음의 경고
으르렁거리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이빨을 드러내는 행동은 경고의 표시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똬리를 튼 뱀은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몰라 많은 사람들이 크게 다치기도 합니다. 똬리를 틀고 고개를 든 뱀은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사람을 물겠다는 경고입니다. 바닥에 똬리를 튼 뱀이 있다면 절대 다가가지 마세요.

돌격!
소나 코뿔소 등 단단한 발굽을 가진 동물이 앞발로 땅을 긁으며 흙을 파내는 것은 ‘돌격, 들이받겠다’는 협박입니다.
우리 집 멍멍이와 대화를 시작하다
이제 우리 주변의 가장 친근한 동물과 대화를 시작해 볼까요? 누구냐고요? 바로 개예요. 개들도
우리에게 몸짓과 소리로 많은 이야기를 한답니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또 개들이 알아듣게 대화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 줄게요.
놀아 줘, 놀아 줘~!
이 자세는‘놀아 줘’라는 뜻이에요. 꼬리를 마구 흔들고 뛰어오르면서 이런 자세를 취하다가 도망가는 척하기도 합니다. 함께 놀아 주세요.
무서워~
뒤로 물러서면서 귀를 접고 꼬리를 숨기고 있어요. 지금 많이 무서운가 봐요.
저리 가!
이빨을 드러내고 방어적인 자세로 맹렬하게 짓기도 하지요.

항복~
배를 보이는 것은 항복했다는 뜻으로 ‘네가 나보다 높아’라는 뜻도 있습니다.
누구냐, 너?
킁킁 냄새를 맡는 것은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조사하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냄새 맡도록 해 주세요. 처음 만나는 개라면 빤히 쳐다보지 말고 고개를 돌리세요.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손등으로 아래에서 위로 코에 손을 대어 냄새를 맡게 해 주세요. 그렇게 해도 화를 내지 않으면 살며시 목덜미를 만져도 된답니다.
내 말 들려?
개들은 자신보다 서열이 높으면 충성을 바치지만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면 무시하거나 공격합니다. 무조건 잘해 주기만 하면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나의 말을 잘 듣게 하려면 먼저 내가 너보다 서열이 높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합니다.
밥은 가족이 식사를 한 후 마지막에 먹게 하고 잠을 자는 곳도 구분하세요. 또 잘못을 했을 때는 꾸짖어야 합니다. 하지만 때리면 안 돼요. 개의 성격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말을 알아듣게 훈련할 때는 꾸준한 반복 연습이 필요하지요. 예를 들어‘앉아’를 가르치고 싶다면 처음에는 앉아라고 말하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내리고 앉게 합니다. 앉아 자세를 취하면 잘했다고 칭찬해 주거나 간식을 주세요.
한 번에 10분씩만 연습하세요. 집중력이 그렇게 길지 못하답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면 친구들의 말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거예요.
인터뷰
‘저 아파요’라는 말은?
동물들은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해요. 특히 야생동물들은 아픈 것이 티가 나면 쉽게 사냥감이 되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척하려 합니다. 그래서 동물들이 아픈지 평소에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답니다. 먹이를 먹는 양이 줄거나 먹이를 먹지 않을 때, 활동량이 줄었을 때, 설사를 하거나 변을 보지 않는 등 배변이 달라졌을 때, 웅크리고 혼자 있으려 할 때는 몸이 아픈 거예요. 혹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평소에 먹이의 양과 배변,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아프다는 신호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가세요.
오석헌
(삼성에버랜드동물원 수의사)
냐옹냐옹 갸르릉~, 그래 알았어
개가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면 반갑다는 표시지만 고양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 ‘귀찮아’혹은 ‘싸우자고?’라는 의미란 걸 아나요? 고양이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암호를 풀어 봐요.
반가워~!
꼬리를 들고 다가오고 있어요. 반갑다는 뜻입니다.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나 동물을 만나면 자신의 냄새를 묻히기 위해 머리를 부비기도 합니다. 갸릉갸릉 목이 울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건 좋아, 행복해란 뜻이랍니다.

귀찮아!
눈을 가늘게 뜨고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칩니다. 귀찮아하고 있네요. 이 때 너무 귀찮게 하면 물거나 할퀼 수도 있으니 주의! 함께 놀고 싶으면 휴식이 끝날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겠는걸요?
저리 가!
이빨을 드러내고 털을 세우며 앞발로 공격할 자세를 취합니다. 캬악~하는 거친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꼬리를 흔들기도 하는데, 이는 상대방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행동이랍니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할퀼 수도!
놀아 줘!
털썩 배를 보이고 누워서 앞 다리로 부르는 듯이 행동하거나 사냥하는 것처럼 살짝 달려들기도 합니다. 같이 놀자는 뜻이에요. 간혹 물거나 할퀴기도 하지만 세게 하지는 않아요.
뭘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염을 씰룩거리고 있어요. 뭔가 호기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허걱, 무서워!
귀, 수염, 꼬리를 납작하게 낮추고 너와 싸우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으르렁거리면서 화가 난 듯 소리를 낸답니다.
고양이는 개인주의자?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아요. 고양이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해요.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서‘고양이가 싫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와 개는 아주 다른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답니다.
개는 늑대가 조상이며 무리를 지어 살았기 때문에 우두머리에게 충성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무리를 짓지 않고 혼자서 살던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은 먹이를 주고 나를 기분 좋게 해 주는 친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충성심이 없어 보이지요. 하지만 고양이도 마음을 연 주인에게는 사랑스런애교도 부리고 사랑을 표현해요. 오히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도한 개인주의자 같은 모습을 좋아한답니다.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신호로 많은 말을 건냅니다.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면 동물이 보내는 무수한 신호를 들을 수 있어요. 또 동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말을 걸 수도 있지요. 동물과 대화를 나누고 싶나요? 주변의 동물들에게 항상 관심을 갖고 동물의 입장에서 감정을 나눠 보세요. 친구들의 이야기가 들릴 거예요.
이럴 땐 솔로몬의 반지가 있어서 동물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 들었으면 좋겠죠?
‘어린이과학동아’가 동물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립니다.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동물친구들을 함께 만나 볼까요?
우리끼린 이렇게 얘기해!
곤충에서부터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까지. 동물들은 소리나 몸짓, 색, 냄새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동물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동물 친구들을 만나 볼까요?
춤으로 말하는
꿀벌
동물행동학자 카를 폰 프리슈는 꿀을 찾은 꿀벌이 다른 꿀벌에게 꿀이 있는 곳을 알려 준다는 것을 밝혀 냈어요. 꿀을 찾은 꿀벌은 집으로 돌아와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원형이나 8자를 그려꿀이 있는 곳의 거리나 방향, 종류까지도 알려 줍니다. 이 춤을 본 동료 꿀벌들은 먹이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 간답니다. 카를 폰 프리슈는 꿀벌의 언어에 대한 연구로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어요.
노랫말에 집중해 봐
회색기러기
회색기러기들은‘강강강강’하는 노래를 불러요. 회색기러기들이 ‘강강강강강강강’하고 7음절의 노래를 부르면‘먹을 것이 풍부하니 여기에 머물자’라는 뜻이구요. 6음절로 줄어들면 ‘먹이를 조금 먹은 후에 천천히 앞으로 가자’는 뜻이지요. 음절이 줄어들수록 ‘행진 속도를 높이자’는 뜻이랍니다. 우리끼린 이렇게 얘기해!
적이다! 그런데 어떤 적이야?
사바나원숭이
아프리카 초원에 살고 있는 사바나원숭이는 적이 나타나면 경고음을 냅니다. 사바나원숭이들은 경고음을 통해 그 적이 어떤 적이냐를 알려 주지요. 표범이 나타났을 때와 독수리가 나타났을 때, 뱀이 나타났을 때 각각 다른 경고음을 내고 원숭이들의 행동도 달라져요.
표범이 나타났다는 경고음을 들으면 가까운 나무로 올라가 나뭇가지 끝으로 도망을 가고, 독수리가 나타났다는 경고음을 들으면 숲 속으로 숨어요. 뱀이 나타났다는 경고음에는 뒷발로 서서 땅바닥을 살펴봅니다. 사람들마저 표범이나 치타를 찾고 싶을 때 사바나 원숭이들의 경고음을 참고 한대요.
나는 다쳤지만…
말미잘
바다 속 바위에 붙어사는 말미잘은 페로몬이라는 냄새 물질로 주변에 이야기를 한답니다. 말미잘은 촉수를 흔들어서 먹이를 찾는데, 이 촉수는 공격을 받기 쉬워요. 촉수가 물리면 말미잘은 반사적으로 촉수를 움츠려 입을 단단히 닫아 버리죠. 그리고 엔토플루린이라는 경고 페로몬을 내뿜어 주변의 말미잘에게 위험을 알립니다.
하지만 바다에 사나운 파도가 일면 이 페로몬은 빨리 흩어져요. 그래서 더 정교한 방법도 쓴답니다. 말미잘을 잡아먹는 민달팽이 몸에서 경고 페로몬이 나오게 만드는 거예요. 민달팽이가 말미잘의 촉수를 뜯어 먹으면 그 속의 경고 페로몬도 함께 먹게 됩니다. 이 경고 페로몬은 5일 동안 민달팽이의 몸에서 천천히 나오지요. 민달팽이 스스로 말미잘들에게 ‘나는 위험해’라는 냄새를 풍기는 셈이에요.
그들이 진짜 말을 하는 걸까?
꿀벌과 회색기러기, 사바나원숭이, 말미잘을 보니 동물도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는 걸까요? 또 동물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알아 낼까요? 동물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님을 만나 동물들의 말에 대해 들어 봤어요.
인터뷰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못 하는 것도 아냐!
‘동물들도 말을 할까?’결론부터 이야기하면‘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어!’랍니다. 동물들의 의사소통 방법은 사람의‘언어’와는 차이가 있어요. 동물들은 사람이 말하는‘언어’라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동물은 나름대로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또 특별한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면 인간과 간단한 의사소통도 가능해요.
이렇게 동물들은 인간의 관점에서는‘말’을 할 수 없지만 자기들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어떤 신호를 주고 받는‘말’을 한답니다.‘어린이과학동
아’친구들이 동물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동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신호로 동물에게 말을 건넨다면 서로‘대화’가 가능하겠죠?
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신비한 암호를 풀어라!
동물들이 어떤 의미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암호와 같아요. 동물행동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이런 암호를 푸는 것이죠.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동물을 관찰하는 거예요.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을 통해 연관관계를 알아 낸답니다. 두 번째는 실험을 통해 동물들의 행동 변화를 보는 거예요. 동물들에게 어떠한 상황을 주었을 때 동물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 낸답니다. 세 번째는 앞의 두 가지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는 거죠.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도 얼마든지 동물의 행동에 대해 연구할 수 있어요. 바로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거예요. 오히려 어린이 친구들이 더 잘 관찰할지도 몰라요. 녹음기나 캠코더로 동물들의 행동을 꾸준히 관찰해 보세요. 동물의 암호를 풀 수 있을 거예요.
컴퓨터로 듣는 강아지의 말
강아지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강아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신기하겠죠?
최근 이런 실험이 성공했어요.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신형철 교수팀과 서울대학교 초미세생체전자연구센터는 강아지의 뇌에 컴퓨터와 연결된 미세전극을 심었지요. 그 결과 뇌에서 나온 강아지의 생각을 스피커를 통해‘사랑해요’,‘배고파요’,‘저 귀엽죠’와 같은 음성으로 바꿔 들을 수
있었답니다. 이 기술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만으로 컴퓨터 자판이나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로봇을 조종하는 데에도 이용될 거래요. 정말 신기하죠?
개 언어 번역기 ‘바우링갈’
2001년 일본에는‘바우링갈’이라는 개 언어 번역기가 나와서 인기를 끌었어요. 개의 목에 거는 마이크가 개의 소리를 욕구불만과 경고, 행복, 슬픔, 자기표현, 욕망 등으로 나눠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 모니터에 문자나 애니메이션으로 표시해 준답니다. 바우링갈은 2002년 기발한 상상력과 이색적인 발명에 수여하는 이그노벨상 평화상을 받았어요.
그래도 난 진짜 말한다니까!
사람처럼 말하는 동물이 있답니다. 바로 앵무새예요. 귀엽게‘사랑해~’라고 말하거나‘안녕’하고 인사하는 앵무새들은 어떻게 사람처럼 말을 잘하는 걸까요?
우리 앵무새들이 똑똑해서 그런 거야!
사람은 성대로 소리를 냅니다. 새가 소리를 내는 기관은 울대라고 하는데, 앵무새의 울대는 인간의 성대와 비슷해요. 또 근육이 발달된 긴 혀를 갖고 있어서 소리를 잘 조절할 수 있지요. 이렇게 울대와 혀, 입을 이용해 음의 빈도와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고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답니다. 하지만 앵무새의 똑똑한 머리가 없다면 사람의 말을 흉내낼 순 없을 거예요. 앵무새의 뇌에는 다른 새에게는 없는 발성 조절 및 소리 학습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답니다. 사회성도 강해서 사람들의 말을 따라하면서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는 것이죠. 멋진 외모에 똑똑하기까지 하다니 다른 새들이 질투나겠어요
앵무새들은 어떤 의미로 말을 하는 걸까요? 앵무새들에게 말은 어떻게 가르쳐 줄까요? 삼성에버랜드동물원의 안수현 조류조련사님께 들어
볼까요?
인터뷰
‘사랑해~’라고 1만 번 말해요
앵무새들은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이에요. 원래 소리를 따라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말을 한답니다. 하지만 모든 앵무새가 말을 잘하는 건 아니에요. 앵무새 사이에도 음치가 있어서 아무리 가르쳐 줘도 말을 하지 못하는 앵무새도 있어요. 말을 가르쳐 줄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앵무새와 친해지는 거예요. 앵무새는 사람의 표정과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금방 눈치챈답니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앵무새도 신이 나서 말을 잘 배우지요. 다음으로는 가르쳐 주고 싶은 말을 계속해서 들려주는 거예요. ‘사랑해~’라는 말을 가르치려면 보통 1만 번 정도 그 말을 들려줘야 해요. 일반적으로 앵무새들이 하는 말에는 의미가 없어요. ‘사랑해~’ 라고 말한다고 해서 앵무새가 사랑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니죠.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사랑해~’라고 한다면 그건 의미있는 말이 되겠죠?
안수현
(삼성에버랜드동물원 조류 조련사)
아인슈타인 앵무새, 알렉스
앵무새들은 대부분 그 소리를 흉내낼 뿐이지만 알렉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앵무새랍니다. 1977년 미국 애리조나대학교의 페퍼버그 박사는 앵무새가 말을 흉내만 내는 것인지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말하는 것인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애완동물 선물가게에서 산 평범한 아프리카산 회색앵무새 알렉스에게 말을 가르치기 시작했죠. 오랜 노력 끝에 알렉스는 100가지가 넘는 물건을 식별하고 7가지 색깔과 5가지
모양을 구분하며 숫자도 6까지 셀 수 있게 됐답니다. 알렉스에게 파란 열쇠 2개와 빨간 열쇠 2개를 보여 주고‘파란 열쇠는 몇 개지?’라고 물으면 ‘2개’라고 대답하고 ‘열쇠들의 다른 점이 뭐야?’라고 물으면 ‘색깔’이라고 대답할 정도였어요. 정말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앵무새라고 할 만하죠?
너와 나의 소통!
왠지 말이 통하는 것 같은 동물들이 있어요.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 주는 도우미견들이죠. 이런 친구들은 사람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고 또 사람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사람과 수화나 그림 문자로 대화를 나눈 유인원들이 있답니다. 어떤 친구들인지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영장류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김산하 연구원님과 함께 만나 볼까요?
인터뷰
수화하는 침팬지와 고릴라, 그림문자로 말하는 보노보
수화로 말하는 침팬지 와쇼와 고릴라 코코, 그림문자로 말하는 보노보 칸지가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인원이에요. 와쇼는 150개가 넘는 수화를 배우고 수화로 거짓말이나 농담도 했답니다. 또 아직 배우지 않은 사물을 창조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오이를 보고는 ‘초록 바나나’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고릴라 코코 역시1000개가 넘는 수화를 사용해 거짓말이나 농담을 했어요. 또 2000가지 영어 단어를 구분해 들을 수 있답니다. 2004년 코코는 수화로 이빨이 아프다고 말해 치과 치료를 받기도 했어요. 보노보 칸지는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그림문자를 배워 더 유명해졌어요. 그림문자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던 칸지의 엄마 마타타의 어깨 너머로 그림문자를 스스로 알아 냈답니다. 엄마 마타타는 결국 그림문자를 배우지 못했는데 말이죠. 2003년 1월에는 칸지가 바나나, 포도, 주스, 예스 등 4가지 영어 단어를 발음할 수 있다는 기사가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실려 사람들을 놀라게 했답니다.
이렇게 유인원들이 수화나 그림 문자로 사람과 가까운 언어능력을 보여 주지만 그렇다고 모든 유인원들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일부의 유인원들만 이런 뛰어난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죠. 또 야생에 살고 있는 유인원들은 이런 능력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답니다.
김산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원)
인터뷰
우리를 인도하는 도우미견
도우미견은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도와 주는 안내견과, 잘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듣고 알려 주는 청각도우미견, 정신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어울리며 치료를 도와주는 치료도우미견, 산 속 같은 곳에서 조난을 당한 사람들을 찾아 주는 구조견, 국내에 가지고 와서는 안 되는 물건을 찾아 내는 탐지견이 있어요.
도우미견들은 어려서부터 사람을 돕는 데 알맞는 성격을 갖도록 적절한 사회화 훈련을 받습니다. 이 후에는 꾸준한 반복 훈련을 통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배우지요. 어떤 신호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 사람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게 된답니다.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이 키우고 있는 개도 친구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또 자신이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충분히 배울 수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꾸준한 훈련으로 우리 집 막내 강아지와 의사소통을 시작해 보세요.
박옥경
(삼성SDI도우미견센터 조련사)
길에서 안내견을 만났을 때는?
안내견들이 늠름하게 안내하는 모습을 보면 가서 쓰다듬거나 맛있는 음식을 주고 싶을 거예요. 하지만 안내견을 쓰다듬거나 부르는 것은 개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안내 받는 사람이 위험해져요. 눈과 마음으로만 사랑해 주세요. 또 안내견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안내견이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버스정류장이나 신호등앞에서 안내견과 함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버스 번호를 알려 주거나 신호 등이 파란불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개들은 색맹이라서 색깔을 잘 보지 못한답니다. 정말 안내견 친구를 쓰다듬어 보고 싶다면 주인에게
물어 보세요. 그럼 잠시 안내를 멈추고 안내견 친구와 인사할 수 있을 거예요.
동물언어사전
동물들의 소리나 몸짓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아들을 수 있겠죠? 여러 동물들의 언어를 한자리에 모아 사전을 만들었어요.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나는 너를 좋아해
팔로 껴안는 행동은 침팬지나 고릴라, 오랑우탄은 물론 사람까지 공통되는 몸짓 언어로 너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서열이 낮은 침팬지는 서열이 높은 침팬지에게 예의도 없이 엉덩이를 코앞에 내밉니다. 하지만 이 말은 바로‘안녕하세요?’라는 인사랍니다.
나랑 놀자!
돌고래가 수면을 빙빙 돌며 끽끽 소리를 낸다면 그건‘나랑 같이 놀자’는 표현입니다. 바다에서 이런 돌고래를 만난다면 정말 신나겠죠?
너 뭐야?
한번 해 보자는 거냐?
사람은 이야기를 할 때 눈을 바라보지 않으면 내 말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포유동물들은 눈을 빤히 바라보는 것이 도전이나 싸우자는 뜻이 됩니다. 모르는 동물을 만났을 때 눈을 빤히 바라보면 공격당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물러서지 않으면 해치겠다!
고릴라는 화가 나면 가슴을 쾅쾅치며 고함을 질러 상대방을 위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위협한 뒤 실제로 공격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해요. 이럴 때는‘해치지 않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면 된답니다. 침팬지나 오랑우탄이 두 팔을 벌려 마구 휘두른다면 그 건 ‘너를 해치겠다’는 뜻으로, 바로 공격을 하니 주의해야합니다.
뿌우! 나 화났어!
코끼리가 긴 코로 나팔을 불면‘나 정말 화났어! 밟아 버릴 테다!’라는 경고입니다.
너를 물어뜯겠다!
이빨을 주된 무기로 삼는 동물들이 사납게 이빨을 보이는 행동은 거의 모두‘널 물어 버리겠다’는 말입니다. 빨리 피하는 것이 최선이겠죠?
죽음의 경고
으르렁거리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이빨을 드러내는 행동은 경고의 표시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똬리를 튼 뱀은 무엇을 말하는 건지 몰라 많은 사람들이 크게 다치기도 합니다. 똬리를 틀고 고개를 든 뱀은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사람을 물겠다는 경고입니다. 바닥에 똬리를 튼 뱀이 있다면 절대 다가가지 마세요.
돌격!
소나 코뿔소 등 단단한 발굽을 가진 동물이 앞발로 땅을 긁으며 흙을 파내는 것은 ‘돌격, 들이받겠다’는 협박입니다.
우리 집 멍멍이와 대화를 시작하다
이제 우리 주변의 가장 친근한 동물과 대화를 시작해 볼까요? 누구냐고요? 바로 개예요. 개들도
우리에게 몸짓과 소리로 많은 이야기를 한답니다.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또 개들이 알아듣게 대화
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 줄게요.
놀아 줘, 놀아 줘~!
이 자세는‘놀아 줘’라는 뜻이에요. 꼬리를 마구 흔들고 뛰어오르면서 이런 자세를 취하다가 도망가는 척하기도 합니다. 함께 놀아 주세요.
무서워~
뒤로 물러서면서 귀를 접고 꼬리를 숨기고 있어요. 지금 많이 무서운가 봐요.
저리 가!
이빨을 드러내고 방어적인 자세로 맹렬하게 짓기도 하지요.
항복~
배를 보이는 것은 항복했다는 뜻으로 ‘네가 나보다 높아’라는 뜻도 있습니다.
누구냐, 너?
킁킁 냄새를 맡는 것은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조사하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냄새 맡도록 해 주세요. 처음 만나는 개라면 빤히 쳐다보지 말고 고개를 돌리세요.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손등으로 아래에서 위로 코에 손을 대어 냄새를 맡게 해 주세요. 그렇게 해도 화를 내지 않으면 살며시 목덜미를 만져도 된답니다.
내 말 들려?
개들은 자신보다 서열이 높으면 충성을 바치지만 서열이 낮다고 생각하면 무시하거나 공격합니다. 무조건 잘해 주기만 하면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나의 말을 잘 듣게 하려면 먼저 내가 너보다 서열이 높다는 것을 알려 줘야 합니다.
밥은 가족이 식사를 한 후 마지막에 먹게 하고 잠을 자는 곳도 구분하세요. 또 잘못을 했을 때는 꾸짖어야 합니다. 하지만 때리면 안 돼요. 개의 성격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말을 알아듣게 훈련할 때는 꾸준한 반복 연습이 필요하지요. 예를 들어‘앉아’를 가르치고 싶다면 처음에는 앉아라고 말하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내리고 앉게 합니다. 앉아 자세를 취하면 잘했다고 칭찬해 주거나 간식을 주세요.
한 번에 10분씩만 연습하세요. 집중력이 그렇게 길지 못하답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면 친구들의 말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거예요.
인터뷰
‘저 아파요’라는 말은?
동물들은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해요. 특히 야생동물들은 아픈 것이 티가 나면 쉽게 사냥감이 되기 때문에 아프지 않은 척하려 합니다. 그래서 동물들이 아픈지 평소에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답니다. 먹이를 먹는 양이 줄거나 먹이를 먹지 않을 때, 활동량이 줄었을 때, 설사를 하거나 변을 보지 않는 등 배변이 달라졌을 때, 웅크리고 혼자 있으려 할 때는 몸이 아픈 거예요. 혹시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평소에 먹이의 양과 배변,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아프다는 신호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가세요.
오석헌
(삼성에버랜드동물원 수의사)
냐옹냐옹 갸르릉~, 그래 알았어
개가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면 반갑다는 표시지만 고양이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 ‘귀찮아’혹은 ‘싸우자고?’라는 의미란 걸 아나요? 고양이가 우리에게 하는 말은 어떤 의미인지 함께 암호를 풀어 봐요.
반가워~!
꼬리를 들고 다가오고 있어요. 반갑다는 뜻입니다.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나 동물을 만나면 자신의 냄새를 묻히기 위해 머리를 부비기도 합니다. 갸릉갸릉 목이 울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는데 이건 좋아, 행복해란 뜻이랍니다.
귀찮아!
눈을 가늘게 뜨고 꼬리로 바닥을 탁탁 칩니다. 귀찮아하고 있네요. 이 때 너무 귀찮게 하면 물거나 할퀼 수도 있으니 주의! 함께 놀고 싶으면 휴식이 끝날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겠는걸요?
저리 가!
이빨을 드러내고 털을 세우며 앞발로 공격할 자세를 취합니다. 캬악~하는 거친 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꼬리를 흔들기도 하는데, 이는 상대방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행동이랍니다.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할퀼 수도!
놀아 줘!
털썩 배를 보이고 누워서 앞 다리로 부르는 듯이 행동하거나 사냥하는 것처럼 살짝 달려들기도 합니다. 같이 놀자는 뜻이에요. 간혹 물거나 할퀴기도 하지만 세게 하지는 않아요.
뭘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염을 씰룩거리고 있어요. 뭔가 호기심이 있다는 뜻입니다.
허걱, 무서워!
귀, 수염, 꼬리를 납작하게 낮추고 너와 싸우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으르렁거리면서 화가 난 듯 소리를 낸답니다.
고양이는 개인주의자?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아요. 고양이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해요.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래서‘고양이가 싫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양이와 개는 아주 다른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답니다.
개는 늑대가 조상이며 무리를 지어 살았기 때문에 우두머리에게 충성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무리를 짓지 않고 혼자서 살던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은 먹이를 주고 나를 기분 좋게 해 주는 친구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충성심이 없어 보이지요. 하지만 고양이도 마음을 연 주인에게는 사랑스런애교도 부리고 사랑을 표현해요. 오히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도한 개인주의자 같은 모습을 좋아한답니다.
동물들은 말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신호로 많은 말을 건냅니다.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면 동물이 보내는 무수한 신호를 들을 수 있어요. 또 동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말을 걸 수도 있지요. 동물과 대화를 나누고 싶나요? 주변의 동물들에게 항상 관심을 갖고 동물의 입장에서 감정을 나눠 보세요. 친구들의 이야기가 들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