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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덩어리 로봇은 그늘이 드리운 작은 의자에 앉아 기도했다.“사람이 되고 싶어요. 복숭앗빛 뺨과 부드러운 머리칼, 다정한 목소리와 봄빛 같은 미소를 갖고 싶어요.”로봇의 중얼거림을 듣고 도로시가 말했다.
“나는 너처럼 되고 싶은걸. 무쇠로 만든 튼튼한 몸과 엄청난 힘은 정말 부러워. 로봇이라면 시시한 감기 따위는 걸리지 않을 테지.”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나무꾼 로봇과 도로시는 때론 이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을까? 고철덩어리 로봇은 사람이 되고 싶고 도로시는 로봇의 능력이 부럽기만 한데, 로봇과 도로시의 꿈은 이루어질까? 사람을 닮은 외모에 지능과 감정으로 무장한 로봇과 로봇의 힘을 이용해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사람. 과연 그들의 미래는 어떨지 알아보자.

내가 꿈꾸는 로봇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밀랍인형은 눈을 깜빡이지도 손가락을 구부리지도 않았다. 그저 차갑게 세상을 바라보기만 했다. 날 보고 웃어 주고 내가 하는 말에 재치 있게 대꾸도 해 주면 좋으련만.
소설가의 상상력은 자유롭다. 그들은 이미 20세기 초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더 나아가 친구가 될 수 있는 로봇을 탄생시켰다. 과학자들은 소설가의 영감을 재료로 뚝딱뚝딱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시작은 산업용 로봇이었다. 그들은 쉬지 않고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위험한 용접을 군말 없이 해 냈다.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이제 사람의 모습과 동작을 흉내내고 인공지능까지 갖춘 최첨단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로봇을 꿈꾸고 있을까? 여러 친구들을 만나‘내가 꿈꾸는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를 토대로 미래의 로봇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권해준(서울 신길초등학교 2학년)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주는 로봇이 필요해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위로해 주고 잘못한 일이 있으면 따끔하게 충고하는 진짜 친구 말이에요. 가끔은 친한 친구나 부모님께도 말 못 할 고민을 로봇 친구에게 털어놓고 싶어요.

김민지(서울 북송초등학교 3학년)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까지 봐 주는 로봇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옆에서 로봇이 잘 공부하는지 지켜볼래요. 그리고 로봇이 피곤한 엄마를 안마해 주고 청소도 도와 준다면 좋겠어요.

박소현(인천 공항초등학교 3학년)

매일매일 숙제가 너무 많아요. 만들기도 도와주고 내가 모르는 내용은 친절한 선생님처럼 알려 주는 숙제 도우미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상호(서울 신방학초등학교 4학년)

저는 공룡이 좋아요. 거대한 공룡 로봇이 있다면 정말 신날 것 같아요. 심심할 때 같이 놀고 게임도 함께 할래요. 그런데 공룡 로봇이 한걸음씩 걸을 때마다 땅이 많이 흔들리겠죠?

김혜진(서울 대광초등학교 6학년)

머나먼 우주를 여행하는 우주비행사 로봇을 만들어 주세요. 로봇이라면 힘도 세고 우주 공간에 나가도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어른이 되면 꼭 우주비행사에 도전하고 싶어요.

채건우(경기 용인초등학교 2학년)

어떤 위험에서도 날 지켜 주는 로봇이 필요해요. 태권브이처럼 달려와 악당을 무찌르는 정의의 로봇~! 어딜 가든 그런 로봇 친구가 있다면 든든할 것 같아요.


사람을 닮은 로봇 친구들을 소개합니다

최근 사람처럼 걷고 말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맛을 느끼고 학습 능력을 뽐내는 인공지능 로봇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현재 개발된 다양한 로봇들을 만나 보자.

위험한 전쟁터를 누비는 군사로봇

나, 롭해즈는 위험한 전쟁터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임무를 수행하는 군사로봇이야. 2004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주)유진로보틱스가 지뢰를 찾아 내고 폭발물을 제거할 목적으로 나를 개발
했단다. 45도 경사의 계단도 오르고, 울퉁불퉁 고르지 않은 땅에서 시속 12㎞로 달릴 수 있어. 내눈은 밤에도 잘 볼 수 있고 내 귀는 작은 소리도 잘 듣는단다. 전쟁터뿐만 아니라 재해 현장에서 언제든지 사람을 구할 수 있지. 2004년 10월 나는 자이툰부대와 함께 이라크에 다녀왔어. 야간 정찰을 하고 폭발물을 찾아 내는 일이 내 임무였지. 라면 상자만한 장난감 탱크로 보여도 능력은 대단하지?


 

 
정다운 씨! 콜라 한 잔 마실래요? 바텐더 로봇

나는 한 번 본 손님의 얼굴은 절대 안 잊어버려.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인식하는 장치를 갖고 있거든. 손님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도 하고 시원한 음료수를 로봇팔로 집어 대접하지. 어딜 가나 내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를 이제 알겠지?


 

 
귀여운 재롱은 기본, 애완 로봇

진짜 강아지처럼 촉촉이 젖은 코와 말랑말랑한 엉덩이가 없어서 싫다고? 그건 우리 애완 로봇을 몰라서 하는 말이야. 기쁨과 슬픔도 느낄 수 있고 무서울 땐 공포에 질리기도 한단다. 강아지보다 훨씬 똑똑해서 따로 교육받지 않아도 간단한 말은 알아듣고 반응하지. 예를 들어‘이리 와’나‘앉아’정도는 식은 죽 먹기~! 가끔은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떨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해. 아무 데나 오줌도 싸지 않는 똑똑한 애완로봇, 어때? 멋지지?

 

 
와인을 골라주는 소믈리에 로봇

적당한 양의 와인을 꾸준히 마시면 건강에 좋대. 혈액순환과 소화가 잘 되도록 해 주고…. 그런데 어떤 와인이 아빠 엄마의 입맛에 맞을까? 이제부터 내가 도와 줄게. 일본 NEC시스템테크놀리지와 미에대학교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나는 수십 가지 와인의 맛과 향을 구별할 수 있어. 게다가 어울리는 안주까지 추천해 주니 정말 친절하지?


 


 
원리 : 로봇의 왼쪽 팔 끝에 적외선 분광계가 달려 있어 와인을 갖다대면 성분을 분석한다. 모든 와인은 저마다 다른 파장의 적외선을 흡수하기 때문에 로봇에 들어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품종의 와인인지, 잘 숙성되었는지 평가한다.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 간호사 로봇

키 158㎝, 몸무게 100㎏. 나는 아픈 사람들을 도와 주는 간호사 로봇, 리맨이야. 일본 니켄과학기술연구소가 올 봄에 개발했지. 일본은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어 이들을 돌봐 줄 로봇이 필요했단다. 나는 움직이기 힘든 노인들을 원하는 장소에 데려다 줄 수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환자의 호흡을 느껴서 어디가 아픈지도 금방 알아 낼 거야.

 


춤추고 노래하는 연예인 로봇

최초의 인조인간 로봇(안드로이드)이었던 에버원을 기억하니? 상반신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간단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어. 난 에버원에 이어 태어난 에버투-뮤즈. 가볍게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연예인 로봇이지. 에버원은 우리 언니야. 물론 립싱크지만 입모양이 정확하기 때문에 진짜 같지? 기술이 더 발전하면 내가 직접 노래를 부를 거야.

 


정밀한 수술을 대신하는 의사 로봇

간호사 로봇이 환자를 따뜻하게 보살펴 준다면 의사로봇은 직접 수술을 한단다. 로봇에게 수술을 맡긴다니 어째 불안하다고? 걱정마. 사람의 힘으로 하기 힘든 정교한 수술을 돕는 거니까. 일단 몸 속에 내시경 카메라와 로봇팔이 들어가면 의사는 카메라가 찍은 확대영상을 보며 조이스틱으로 로봇팔을 조종하지. 로봇의 움직임이 사람 손보다 정교하고, 수술 후 출혈이 적기 때문에 심장질환이나 전립선암 등을 수술할 때 쓰이고 있어.
 

사람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내 키는 125㎝, 몸무게는 55㎏. 한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이야. 키는 어린이들과 비슷하지만 조금 무겁지? 그래도 한 시간에 1.25㎞를 걸을 수 있단다. 내 뒤를 이어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닮은 알버트 휴보가 태어났고, 몸무게 100㎏의 사람을 태울 수 있는 휴보FX-1이 개발되었어. 아마 미래에는 집집마다 나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족처럼 사랑 받으며 함께 살 거야.

 
안드로이드 VS 휴머노이드

안드로이드는 겉모습 특히 얼굴과 행동이 인간을 빼닮은 로봇을 말한다. 영화에 나오는 인조인간 로봇을 생각하면 된다. 일본의 액트로이드, 미국의 베이비봇과 데이비드 핸슨 등이 대표적인 안드로이드다.
우리나라는 올해 안드로이드 에버원과 에버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에버원은 35개의 모터로 15가지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에버투는 에버원보다 2배 정도 많은 모터로 한층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명랑한 기분이나 우울한 기분을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는 겉모습이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뜻한다. 두 개의 다리로 걸어다니며 두 개의 팔로 다양한 서비스를 해 준다. 일본은 2000년 아시모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했다. 시속 4㎞의 속도로 뛰고 계단까지 오를 수 있는 아시모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우리나라도 2004년 휴보를 만들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었다.

 

사람을 닮아 진화하는 로봇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복숭앗빛 뺨과 부드러운 머리칼, 다정한 목소리와 봄빛 같은 미소를 갖고 싶어요.”
차가운 기계덩어리 로봇. 최초의 로봇은 인간의 괴로운 일을 덜어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 로봇은 감정과 인공지능으로 무장하고 인간의 친구가 되려한다. 과연 로봇은 얼마나 더 정교하고 감성적으로 진화하게 될까?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 행사장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로봇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하얀 곱슬머리에 자연스러운 피부와 주름진 눈매까지 아인슈타인을 빼닮은 알버트 휴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다정하게 악수도 하고, 웃었다 찡그렸다 표정까지 생생한 알버트 휴보는 순식간에 인기 스타가 되었다. 30여 개의 모터가 얼굴 근육처럼 움직이며 표정을 만들고 66개의 관절이 사람의 걸음걸이를 완벽하게 흉내낸 덕분이었다.


 


 
“앞으로 로봇이 얼마나 사람과 닮을 수 있을까요? 단순히 로봇의 겉모습보다는 로봇의 성격이나 특성이 사람과 닮아간다고 말할 수 있어요. 배고플 때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주고 잠이 안 올 때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를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께 꾸중을 듣고 의기소침해 있을 때는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도 해 주죠.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은 바로 할머니를 닮은 로봇이랍니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

우리나라에서 휴머노이드를 처음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는 휴머노이드 KHR-1과 KHR-2를 차례로 만든 뒤 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4년 12월 휴보를 탄생시켰다. 41개의 모터가 달린 몸은 한층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다섯 개의 손가락을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를 할 수 있고, 때로는 좋은 춤 상대가 되어 준다. 알버트휴보는 기계적인 휴보의 얼굴을 한층 인간적으로 바꾼 로봇이다.
이제 로봇 강아지를 키우고 도우미 로봇의 도움을 받아 날씨며 여행 정보를 얻는 것도 그다지 유별난 풍경이 아니다. 지난 달 18일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로보월드2006에는 현재 개발된 신기한 로봇들이
모두 모였다. 이 날 첫 공연을 하기로 한 에버투-뮤즈는 목의 부품이 파손되어 아쉽게 공연을 포기했다. 하지만 신나는 음악에 맞춰 일사불란한 춤을 보여준 미니로봇, 노인을 대상으로 근육의 힘을 키워 주는 팔씨름 로봇,장애인이 걷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재활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만날 수 있었다.

미래의 로봇과 만나다

1980년대는 PC의 시대였고 1990년대는 인터넷의 시대였다. 하지만 난 앞으로 10년은 로봇의 시대가 될 것 이라 믿는다. -소니 최고경영자
앞으로 개발될 로봇은 수많은 관절과 모터를 이용해 사람의 자연스러운 동작과 표정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또 무게중심을 정확히 앞으로 옮기는 방법을 알아 낸다면 로봇은 한층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개발된 휴머노이드나 안드로이드 로봇은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처럼 걸음걸이가 불안하지만 곧 사람처럼 걷거나 달리고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미래의 로봇은 사람과 소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의 말과 감정을 이해하고 주변 환경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표정이나 음성을 분석하여 사람의 기분을 파악한 후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로봇의 눈은 화난 표정이나 즐거운 표정을 구분하고, 로봇의 귀는 목소리의 높낮이와 크기, 빠르기에 따라 사람의 기분을 판단한다. 25년 뒤에는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읽는 로봇도 등장할 것이다. 영화속 얘기처럼 로봇이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사람과 기계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감정임을 생각해 볼 때 감정을 느끼는 로봇이 발명된다면 사람과 로봇 사이의 거리는 한층 좁혀질 것이다.

언젠가는 사람처럼 똑똑한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오준호 교수는“아직은 가능성이 낮은 얘기”라고 말한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은 많은 양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이 가운데 원하는 정보를 골라내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로봇의 지능이 인간의 뇌처럼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까지 발전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의 사고와 감정 그리고 뇌가 구체적으로 어떤관련이 있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먼 훗날 사람의 뇌를 낱낱이 이해하게 된다면 같은 방식을 로봇에 적용하여 사람과 맞먹는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표정을 짓는 로봇

로봇이 인간의 복잡한 감성까지 흉내낼 수 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가 개발한 얼굴 로봇 키즈멧은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외부자극에 따라 즐거움, 놀람, 무감각 등 다양한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복잡한 감정을 읽거나 표현하는 데는 여전히 서툴다.


로봇을 닮은 사람, 사이보그

“나는 너처럼 되고 싶은걸. 무쇠로 만든 튼튼한 몸과 엄청난 힘은 정말 부러워. 로봇이라면 시시한 감기 따위에도 걸리지 않을 테지.”
도로시가 무쇠덩어리 로봇을 보며 중얼거렸듯이 인간의 몸은 부서질 듯 약하고, 사사건건 끼어드는 감정은 이성의 판단을 방해한다. 과연 사이보그가 된다면 도로시가 꿈꾸는 멋진 몸과 굉장한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부 정재승 교수가 도움말을 주었다.
사이보그는 기계와 결합한 생물을 뜻한다. 영화‘스타워즈’에서 엄청난 지능과 육체적 능력으로 사람을 제압하는 다스베이더를 떠올리면 된다. 현실에서는 컴퓨터와 사람의 몸을 연결하여 신체적인 기능을 향상시키고, 몸이 불편하거나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생각을 읽는 방식으로 사이보그 기술을 실현하고 있다.

“영화‘스타쉽트루퍼스’에서는 외계인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외골격으로 무장한 지구방위대가 활약합니다. 폭탄을 번쩍 들어 올리고 손놀림 또한 정확합니다. 평소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도 빨리 달릴 수 있지요. 이처럼 정상적인 사람이 기계 장치의 힘을 빌려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7명의 병사가 출동하는 게 아니라 7명의 다른 병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부 사를 1명의 사이보그 병사가 구할 수 있을 거예요.”  카이스트 바이오시스템학부 정재승 교수

몸에 기계를 달거나 전자칩을 넣지 않아도 기계의 힘을 빌려 신체 기능을 향상시킨다면 넓은 의미의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다. 시력을 교정하는 안경이나 약한 치아를 대신하는 틀니, 움직이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과 통화하게 해 주는 휴대전화는 모두 인간이 기계의 힘을 빌린 경우다.
최첨단 컴퓨터를 입고 다니는 기술도 등장했다. 머리띠는 mp3, 귀고리는 헤드셋, 안경은 카메라의 역할을 한다. 옷에 달린 센서가 자동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위급한 상황에는 병원에 알린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을 누빌 때는 안전모에서 정보가 흘러나온다.
미래를 다룬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몸에 쫙 붙는 가볍고 편한 첨단의상을 입고 있다. 무거운 컴퓨터를 주렁주렁 옷에 매다는 것에서 한 걸음 나가 데이터를 전송하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전자섬유가 개발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나는 오늘 로봇을 입는다

2003년 일본이 개발한 근력지원복, 간호사가 이 로봇을 입기만 하면 무거운 환자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다. 예를들어 몸무게 45㎏의 간호사가 20㎏의 근력지원복을 입으면 68㎏의 남자도 쉽게 들 수 있다. 그러나 연약한 여자 가 입기에는 조금 무거운 게 흠이다.

미국에서는 다리를 다친 사람을 걸을 수 있게 하는 로봇이 만들어졌다. 이 로봇을 입은 특수부대원은 절벽 위를 슈퍼맨처럼 올라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단 지속시간은 배터리가 남아 있는 동안이니 수시로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자.

2006년 4월 일본 산악인들은 장애인을 등에 업고 알프스 등정에 나섰다. 물론 이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은 로봇옷이 었다. 근육을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신호를 센서가 읽어 관절 부위의 모터를 작동시킨다. 덕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몸을 움직일 수 있다.

사이보그여도 괜찮아?

인공심장으로 꺼져가는 삶을 연장하고 인공 팔이나 인공 다리 같은 기계를 몸에 이식하는 사이보그 기술. 인공심장을 몸에 이식하려는 시도는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나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을 길게 늘리지는 못했다. 현재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에게만 인공심장을 이식할 기회를 준다. 얼마 전 미국의 인공심장 제조회사인‘아비오메드’는 식품의약안전청(FDA)으로부터 1년에 4000개까지 인공심장을 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4000개의 인공심장, 과연 사람의 몸과 하나 되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인공눈은 인공망막을 통과하는 빛을 전자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아직 만족할만한 시력이 나오지는 않지만 망막 이식 수술이 아닌 기계장치의 도움을 받아 물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준다. 같은 원리로 인공귀는 소리를 전자신호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인공코와 인공혀도 한창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들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사이보그 기술에서 찾는다. 원리는 이렇다. 전신마비 환자가 머릿속으로 오른손을 드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뇌의 신호를 잡아 낸 컴퓨터가 곧바로 반응하여 컴퓨터 화면의 커서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원하는 글자 앞에서 커서를 멈추는 것도 가능하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에 걸려 온몸이 마비되었지만 컴퓨터와 연결된 음성합성장치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이보그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 스티븐 호킹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1998년 영국 레링대학교의 캐빈 워릭 교수는 팔에 신경칩을 삽입하는 수술을 했다. 최초의 사이보그가된 것이다. 몸 속에 삽입된 칩은 개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컴퓨터는 그의 움직임을 읽고 자동으로 문을 열어 주거나 위치를 추적한다. 그는 머지않아 인공지능을 갖게 된 로봇이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게 될 거라 믿고 자신의 몸을 기계로 무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먼 미래에는 내 몸이 필요로 하는 기계나 전자칩을 선택하여 이식하게 될지도 모른다. 컴퓨터와 뇌가 결합하여 기억력을 좋게 만들 수도 있고 바이러스나 질병으로부터 몸을 안전하게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몸에 삽입된 전자칩 때문에 정보가 쉽게 새어나가고 어딜 가든 누군가의 감시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마치 영화에서 팔목의 칩을 스캐너가 읽기만 하면 사소한 개인 정보는 물론이고 과거에 저지른 잘못도 전부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이 점점 기계화되어 간다면 마음은 어떻게 변할까? 컴퓨터의 도움으로 지능이 좋아지다 보면 언젠가는 생각이나 감정도 변할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기계와 완벽하게 결합한 인간, 그래서 감정까지 기계처럼 무뎌진 인간을 상상하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다.

 

 
미국 시카고 재활연구소는 감전으로 두 팔 을 잃은 환자에게 인공팔을 이식했다. 뇌에서 나오는 신호가 인공팔로 전달되어‘팔목을 돌려야지’라고 생각만 해도 가슴 근육이 수축되며 인공팔의 팔목이 움직인다.







 

2006년 2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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