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미는 안하셨나요?”
ISS를 지키고 있는 우주인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ISS에 도착한 여러분은 이제 난생 처음 겪어보는 우주생활을 즐길 수 있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봤던 지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비디오카메라에 담아 보자. 둥둥 떠다니는 사과를 베어 먹으며 우주인들과 우아한 저녁식사도 즐길 수 있다. 식사 후에는 지구에 남겨두고 온 친구들을 위해 우주에 온 소감을 적어보자.
지구에서는 해 뜨면 일어나 이를 닦고 세수한다. 하나도 이상할 게 없지만 우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만약 ISS에서도 그래야 한다면 하루 16번이나 세수를 해야 한다. ISS가 지구궤도를 도는 시간은 90분. 하루 16바퀴를 돌기 때문에 해가 뜨는 광경을 16번이나 봐야 한다.
1 세수는 하루 16번?
세수는 어떻게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젖은 수건으로 닦는 것. 물을 공급받기 어려운 우주공간에서 물은 금보다 귀하다. 지난 9월 우주여행을 다녀온 아누셰 안사리는 “머리를 감을 때는 머리 위에 물덩어리를 만들고 흩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낸다”고 밝혔다. 머리 한번 감는다고 우주정거장 내부를 물방울로 가득 채울 수는 없기에 머리 감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ISS에서 사용한 물은 대부분 다시 쓴다. 머리 감을 때 튀는 물 한 방울, 심지어 흘리는 땀까지 모두 흡수한 뒤 정수해서 사용한다.
2 우주에서 즐기는 김치와 청국장
“동료들은 카레 라면을 좋아했어요. 우주에서도 라면을 먹을 수 있어 가슴 벅찼습니다.” 일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가 작년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를 타고 ISS로 올라가 처음으로 우주에서 라면을 먹었다. 노구치가 먹은 우주라면은 컵라면의 원조인 일본 닛세이 식품이 개발했다. 우주라면은 무중력상태에서 스프가 흩어지지 않도록 스프를 끈끈하게 만들어 면에 달라붙도록 했다. 진공으로 포장된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5분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김치 없이는 못사는 우리나라 사람을 위한 식단은 없을까. 한국식품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한국형 우주인 식단을 마련하고 있다. 우주김치는 물론 청국장, 당근즙, 된장, 고추장, 인삼 음료까지 개발 중이다.
한국식품연구원 김성수 박사는 “무중력 우주공간에서는 체내 저장된 칼슘이 하루 1%정도 빠져나가는데, 우주김치는 부족한 칼슘을 채워 골다공증을 막는 건강식품이 된다”고 밝혔다. 우주김치는 영하 70℃로 냉동 건조해 만들며 먹을 때는 물을 조금 타서 먹는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주운 박사가 개발하는 우주김치에는 방사선을 쪼인다. 코발트60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쪼여 멸균하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또 미생물에 의한 변질을 막기 위해 질소가스를 넣는데, 이 방법이 김치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 박사는 “김치 이외에도 소고기죽, 갈비, 수정과도 개발하고 있다”며 전통음식이 우주에서 선보일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주에서 식사를 할 때는 최대한 우아하게 먹어야 한다. 입을 벌리고 떠들면서 먹다가 입에서 나온 음식물이 동료들 앞에 떠다닐지도 모른다. 음식물을 입에 넣은 채 재채기를 하는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우주음식에는 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 미세한 가루가 공기 중에 퍼져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3 푸른지구를 배경으로 ‘찰칵’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일본 최초의 우주인 모리 마모루 박사는 “우주에서 처음 보는 지구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라며 우주를 다녀온 소감을 말했다.
감동의 순간을 기억으로만 머리에 담아오기에는 너무 아깝다. 준비한 카메라를 꺼내 우주여행의 순간을 기록해보자. 우주공간에서는 무엇을 찍을 수 있을까. 먼저 우주인들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손꼽는 지구를 사진에 담아 보자.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살아 숨 쉬는 모습 그대로다. 소용돌이치는 태풍이나 번개를 동반한 폭풍우도 볼 수 있고, 오로라의 환상적인 색깔도 감상할 수 있다. 우주에서 바라본 한반도의 모습도 좋은 배경이다.
다행히 ISS는 지구궤도를 90분에 한 번씩 돈다. 놓쳤던 장면은 다시 촬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대신 주의할 점이 있다. ISS는 초속 8km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사진 찍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애써 찍은 사진이 모두 흔들려 버리지 않으려면 셔터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해야 한다.
4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해우소
우주에서 볼일을 본 사람은 지구 중력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우주에서 볼일 보는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먼저 우주여행객은 지구를 떠나기 전에 우주복 안에 대형 기저귀를 착용해야 한다. ISS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기저귀에 해결해야 한다. 배설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발사 전에는 금식을 하며 관장을 한 상태로 우주로 나간다.
ISS에서 ‘Toilet’을 찾기는 어렵다. 대신 ‘폐기물수집장치’(Waste collection system)라고 부르는 기계가 화장실이다. 폐기물수집장치는 일종의 진공청소기다. 배설물을 흡입해 따로 처리한다. 아마 여성이 서서 소변을 볼 수 있는 곳은 ISS가 유일한 장소일 것이다. 소변은 소변 호스를 이용한다. 자기 이름을 적은 개인용 깔때기를 호스에 꽂아 쓰며, 되도록 소변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
대변은 흡입변기를 사용한다. 변기에 몸을 밀착해서 배설물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고, 몸이 떠다니지 않도록 다리와 발을 고정시키는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수거한 배설물 중에서 소변은 우주선 밖으로 버리고 대변은 탈수 장치로 물을 제거한 다음 지구로 가져와 처리한다.
5 우주여행 하이라이트, 우주유영
지난 7월 23일 러시아 연방우주청의 알렉세이 크라스노프 국장은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스페이스 어드벤처스가 제안한 우주유영 관광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우주를 여행한 관광객 4명도 아직 우주유영은 못했다.
우주유영은 ISS에서 생활하는 일과는 또 다른 문제다. 우주공간은 압력이 낮아 사람의 몸이 그대로 노출되면 몸속의 액체가 모두 빠져나가 버린다. 숨도 쉴 수 없고 자외선으로 피부가 타버릴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11겹으로 된 우주복을 입는다. 물론 우주복 안에는 산소가 일정하게 유지돼 있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보온장치와 냉각수도 흐른다. 우주선과 통신하기 위해 통신장비도 필요하다. 헬멧은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금박으로 도금한다.
스페이스 어드벤처스가 90분 동안 우주유영을 즐기도록 개발한 우주상품 가격은 3500만 달러(약 332억원). 최근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온 안사리가 지불한 우주여행비는 2000만 달러(약 190억원)이다. 우주유영을 하려면 거의 2배 가까운 여행비를 지불해야 한다.
6 자기 전에 묶어 주세요
이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씻고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사진 찍는 너무 힘든(?) 하루였다. 그런데 지금은 몇 시일까. 하루 16번 해가 뜨고 지니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단기간 우주여행을 한다면 지구 시간에 맞춰 생활할 필요가 있다. 잠자리는 편안한 침낭으로 준비돼 있다. 게다가 잠을 자는 동안 둥둥 떠다니며 부딪히지 못하도록 편안히 묶어두는 벨트도 있다.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바닥이라는 의미는 없다. 처음 보는 사람은 서서 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눕거나 서거나 모두 똑같은 상황이다.
우주비행사들은 하루 8시간 정도 잠을 잔다. 물론 한꺼번에 모두 잠을 잘 수 없기 때문에 교대로 잠을 잔다. 잠자는 8시간 동안에도 낮과 밤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창문을 모두 닫고 안대를 쓰고 잠을 잔다.
우주에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지난 6월 저명한 우주물리학자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는 한 연설에서“인류가 앞으로 100년 동안 자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주 정착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달여 뒤 미국 기업인‘비걸로 항공우주’는 러시아 야스니 발사기지에서 우주정거장인‘제네시스(Genesis) 1’을 발사했다. 제네시스 1은 2008년에 쏘아 올릴 유인우주정거장인 ‘갤럭시’(Galaxy) 발사에 앞선 실험용. 비걸로 항공우주는 갤럭시를 ‘우주호텔’로 만들 방침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우주를 터전 삶아 살 수 있을까. 지난 8월 미국에서는 ‘우주프런티어재단’ 주최로 ‘새로운 우주 2006’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인류가 장기적으로 우주 개척에 나서려면 우주에서의 성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생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우주공간에서의 성교는 거의 불가능하다. 무중력상태에서는 혈압이 낮아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멀미가 나서 여러 동작을 하기가 어렵다. 특히 바람과 같은 자연적인 대류 현상이 없어 땀과 침 등 체액이 증발하지 않고 우주 공간에 둥둥 떠다니므로 몸이 쉽게 축축해진다. 우주여행과 양자물리학에 로맨스를 가미한 소설 ‘비행’(Flight)의 저자인 미국의 배너 본타는 남편과 함께 무중력 비행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뒤“키스조차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로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이 반대편 벽까지 튕겨나가기 때문이다.
만약 사랑의 힘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우주공간에서 성교를 하고 임신도 할 수 있다. 무중력상태에서 사정을 하면 정액은 마치 헤어스프레이처럼 분사돼 사방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정자 하나의 무게가 거의 0에 가깝고, 정액의 속도가 시속 18km나 되기 때문에 여성의 질 안에 사정하면 정자가 이동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때부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내과의인 제임스 로건 박사는“동물 실험에 따르면 무중력상태는 태아 발달에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무중력상태에서 임신한 쥐와 태아를 관찰한 결과 13~17%의 태아가 정상적인 발육을 하지 못했고, 신경체계와 면역체계도 심각한 문제를 나타냈다.
한서대 항공학부 이원근(항공의학 전공) 교수는“우주공간에서 태어난 쥐는 지상에서 태어난 쥐에게는 없는 새로운 근섬유를 갖는다”면서 ‘만약‘스페이스 베이비’가 태어난다면 중력의 영향이 없으므로 머리는 크고, 다리는 가늘며, 척추의 뼈와 뼈 사이가 늘어나 지상에서보다 키가 큰 모습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 우주에서의 성교는 로맨스라기보다 생존의 문제다. 당장 우주에 장기간 머물 경우 성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2004년 4월 영국에서 열린 우주과학 심포지엄에서도 NASA가 계획하고 있는 화성 유인 우주비행에서 승무원들의 성욕을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계획대로라면 6~8명의 승무원이 최소 30개월간 폐쇄된 우주선에서 지내야 한다.
현재 NASA 규정에는 우주인의 섹스를 금하는 규정이 없다. 하지만 섹스를 할 경우 우주 비행사들 사이에 감정적인 균열이 생겨 집단생활이 어려워질 소지가 다분하다. 1992년 미국 최초의 부부 우주비행사인 마크 리와 제인 리는 우주공간에서 성행위를 실험했지만 귀환 후 의료진과의 인터뷰에서“성교를 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프랑스의 한 우주비행사는‘최후의 임무’(The Last Mission)라는 책에서 NASA가 1996년 우주왕복선 임무에서 성교 체위 10가지를 연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NASA는 이를 극구 부인했다. 현재 NASA는 우주 섹스 실험에 대해서는 ‘묻지도 얘기하지도 말라’는 입장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달에서는 성행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달에는 지구 중력의 6분의 1가량이 작용하므로 우주공간에서보다 사랑을 나누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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