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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배아에서 노년까지, 유전자 편집의 진화

탄생과 유전은 인류에게 그간 신의 영역이었다. 자식은 부모가 물려준 형질을 벗어날 수 없으며, 유전병을 달고 태어난 이는 평생 질병의 그림자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유전공학을 손에 넣고 보다 정교한 생명의 지도를 그리는 오늘, 유전병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기도와 미신으로 위로하던 시대는 과거가 됐다. 태어난 자의 유전병을 교정하고, 태어날 자의 능력치를 예측하는 일은 현실로 다가왔다. 자연의 질서에 개입한 인류의 미래는 희망일까 아니면 절망일까. 유전자 편집이 바꾸는 현재, 바꾸게 될 미래를 담았다.

 

 

유전자 가위의 씨앗은 60년 전 처음 발견됐다. 이후 반세기 넘게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2010년대 크리스퍼(CRISPR)-캐스9 유전자 가위가 등장하며 유전자 편집 기술은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배아 단계의 연구부터 노년기 질환 치료에 이르기까지, 인간 생애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해 온 유전자 편집 기술의 진화를 한눈에 정리했다.

 

[1960년대] 제한효소

유전자 가위의 조상 격인 제한효소 발견. 이후 1970년대 초 제한효소가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자르는 기능이 밝혀지며, 유전자 가위 연구가 궤도에 올랐다. 

 

[1990년대 후반] 1세대 유전자 가위 : ZFN 중심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구조(아연핑거)와 DNA를 자르는 효소(뉴클레이스)가 결합한 인공 단백질, ‘아연핑거 뉴클레이스(ZFN)’ 개념이 정립되며 인공 유전자 가위 개발이 시작됐다. 

 

[2000~2005년]
포유류 세포·동물 모델에서 ZFN을 이용한 유전자 편집 연구가 점차 확대됐지만, 설계 난이도 및 비용이 높아 제한적 활용에 그쳤다.  

 

[2006~2009년]

ZFN을 토대로 한 특정 유전자 파괴 치료 등을 시도했으나, ZFN이 지닌 독성, 표적 추적 실패, 제작비 부담 등의 한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09년] 2세대 유전자 가위 : TALEN 중심

식물 병원균의 단백질을 응용한 ‘탈렌(TALEN)’ 기술이 소개되며, ZFN보다 설계가 단순하고 독성이 낮은 2세대 유전자 가위 시대가 열렸다.  

 

[2011~2012년]

다양한 동식물 및 세포에서 TALEN을 이용한 연구가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표적 DNA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TALEN 단백질을 매번 새로 제작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이어졌다.  

 

[2012년]

크리스퍼(CRISPR)-캐스9이 등장하면서 TALEN은 점차 보완적 도구로 밀려났다. 
표적 추적 등 특정 상황에만 선택적으로 사용됐다.  

 

[2012~2013년]

2012년 이후 크리스퍼-캐스9이 범용 유전자 편집 도구로 재설계됐다. 크리스퍼를 필두로 한 3세대 유전자 가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3년] 3세대 유전자 가위 : CRISPR 중심

인간 및 동물 세포에서 크리스퍼-캐스9를 이용해 유전자 편집에 성공한 연구들이 잇달아 발표되며, TALEN·ZFN을 대체하는 주류 기술로 급부상했다.

 

[2014~2015년]

크리스퍼-캐스9 기술이 전 세계 연구실로 급격히 퍼지고, 동물 모델 생성·기능 유전체학· 농업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표준 도구가 됐다.  

 

[2016년 이후]

DNA 이중나선을 완전히 자르지 않고 특정 염기 하나만 바꾸는 염기 편집 기술이 개발되며, 3세대 안에서 ‘정밀형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진화했다.  
 

[2020년]

크리스퍼-캐스9은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며, “높은 정확도로 동식물의 DNA를 바꿀 유전자 편집 기술을 개발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을 받았다.

 

[2020년대 중반]

낫적혈구빈혈·β-지중해빈혈 등 유전 혈액질환을 대상으로 한 크리스퍼 기반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됐다. 기술이 치료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단계에 진입했다. 

 

유전자 편집, 삶의 어디까지 왔나

 

생식세포

 

▲Mitalipov laboratory

 

2025년 9월,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와 한국 차의과대 공동 연구팀이 피부세포 핵을 난자 세포질에 이식해 수정 가능한 난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불임부부의 임신 가능성을 여는 한편, 배아 단계에서의 유전적 개입을 둘러싼 논의를 촉발했다.

 

태아

 

▲Shutterstock

 

2022년 미국 세인트주드아동연구병원 연구팀이 산모의 태아가 ‘제1형 척수성 근위축증’을 갖고 있음을 알아낸 뒤, 태아에게 정상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 벡터를 주입하는 약물을 산모에게 복용시켰다. 아기는 태어난 후 지금까지 정상적인 근육을 지녔다.

 

영유아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2025년 2월, 카르바모일인산합성효소-1(CPS-1) 결핍증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던 당시 생후 7개월 된 아기, KJ 멀둔에게 결함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직접 교정하는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멀둔은 307일간의 입원 치료를 거쳐 무사히 퇴원한 상태다.

 

소아

 

▲BLU GENES

 

2024년 1월, 선천적인 오토페린(OTOF) 유전자 변이로 난청 질환을 앓던 모로코 출신의 11세 소년 아이삼 댐이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정상 유전자를 담은 바이러스 벡터를 내이에 주입받는 치료를 받았다. 댐은 치료 이후 청각을 일부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청소년

 

▲Great Ormond Street hospital

 

2022년 영국 런던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병원과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T세포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을 앓던 13세 소녀 알리사에게 염기 편집 기술을 사용해 만든 범용 면역세포를 주입했다. 기존 치료에서 진전이 없던 알리사는 유전자 치료 이후 회복세를 보였다.

 

성인 및 노년

 

▲University College London

 

2025년 9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헌팅턴병센터 연구팀이 헌팅턴병 환자의 뇌에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치료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성인 및 노년기의 헌팅턴병 진행을 최대 75%까지 늦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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