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가이드마이페이지








[주요기사] 인체에서 가장 연구가 덜 된 기관 26년 늦게 나온 음핵 신경지도

2026년 3월, 음핵 신경지도가 발표됐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의 한 코미디언이 떠올랐다. 그가 “질은 마치
꽃잎 같다”라고 말할 때 웃다 말고 미간을 좁혔었다. “그것을 질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다. 더 아름다운 이름이 필요하다.” 그의 말이었다. 뭐가 그렇게 아름답거나, 비밀스럽거나, 더럽단 말인가. 내 몸은 그냥 몸이었다. 그냥 몸의 수많은 기관 중 하나인 음핵을 들여다본 이주영 네덜란드 UMC 의대 산부인과 연구원과 터놓고 이야기했다.

 

▲Shutterstock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보다 연구가 덜 됐다. 간단한 실험을 해 봤다. 논문 검색 사이트, 구글 스칼라(Google Scholar)에 남성의 생식기관인 ‘음경 귀두(penile glans)’를 검색하면 4만 6600개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음경 귀두에 대응하는 여성 생식기관인 ‘음핵 귀두(clitoral glans)’를 검색하면 1만 6600개의 검색결과가 나온다.


기자는 여성이다. 살면서 내 몸이 너무나 궁금해 화가 날 정도였던 적이 많았다. 대체 월경통이란 왜 존재하는지, 배란일에 왜 배가 아픈지 미스테리였다. 이런 의문 중 해결되지 않는 것들도 많았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21세기에 왜 우리는 여전히 여름철 땀에 젖은 생리대를 써야만 하는가. 음핵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작용하는가. 그 상세한 모습은 왜 당사자인 여성도 잘 모르고 있는가.


의문을 해결할 단초가 나왔다. 이주영 네덜란드 UMC 의대 산부인과 연구원과 국제 공동연구팀은 음핵의 3차원 신경구조를 그린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 결과는 3월 20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됐다. doi: 10.64898/2026.03.18.712572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과학자들이 드디어 이 중요한 기관에 대해 밝혔다.” 전 세계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주목했다.


화제의 주인공인 이 연구원과 5월 5일 e메일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음경 귀두의 경우 비뇨기과 분야에서 1998년 이미 신경 지도를 발견해 냈다”면서 말을 시작했다. 26년 늦게 나온 음핵 신경지도의 뒷이야기를 전한다.

 

음핵 신경 세포 지도

네덜란드 UMC 의대 연구팀이 3월 발표한 음핵 신경세포 지도. A, B는 음핵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c, d, e는 음핵의 단면이다. 음핵 등쪽 신경(노란색)과 음핵 해면체(초록색)를 확인할 수 있다. 해면체는 요도 주변의 조직으로, 성적 자극을 받으면 혈관이 확장돼 단단하게 부풀어오른다. 

 

▲이주영


신경 지도, 여성의 건강 향상에 큰 한 발걸음

 

음핵은 여성 성기의 일부로, 성적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감각 기관이다. 그간 음핵은 가려져 있는 기관이었다. 이름부터가 그렇다. 음핵(陰核)이란 단어의 ‘음(陰)’은 빛이 가려진 그늘을 말한다. 영어 이름인 ‘clitoris’의 어원은 그리스어 ‘kleiein’이라는 설이 있다. 이 단어는 ‘닫다’ 또는 ‘잠그다’라는 뜻이다. 


해부학적으로 음핵은 가려져 있다. 몸 밖으로는 아주 작은 부분만 드러나 있지만, 몸 속까지 합하면 같은 역할을 하는 남성의 기관인 음경과 거의 같은 크기다. 두 기관은 발생학적으로도 같은 뿌리를 가진다. 임신 4주 차 태아의 배 아래쪽에는 ‘생식결절’이라는 둥근 돌기가 형성된다. 생식결절이 자라나 원시 남근이 되고, 이것이 여성의 몸에선 음핵, 남성의 몸에선 음경으로 발달된다. 음핵은 문화적으로도 가려진 장기다. 연구팀은 논문에 “16세기 한 해부학자는 음핵을 수치의 장기라 불렀으며, 해부학 교과서인 ‘그레이 해부학’에도 음핵은 오랫동안 작은 음경으로 설명됐다”고 썼다.


연구팀은 음핵 주변 신경세포의 분포를 밝혔다. 가려진 장기를 드디어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음핵의 뒷부분인 음핵 등 쪽 신경(DNC)의 전체 경로를 추적했다. 이전까지 음핵의 주요 감각신경인 음핵 등 쪽 신경은 골반 안쪽에서 시작돼 음핵 귀두에 가까워질수록 가늘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 신경 지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관찰됐다. 음핵 등 쪽 신경은 음핵 귀두에서 나무줄기처럼 갈라져 음핵을 감쌌다. 연구팀은 음핵 귀두 내부에서 직경 0.2~0.7mm 크기의 주요 신경 줄기 다섯 가닥을 확인했다. 음핵을 직접 해부해 살펴보는 기존 연구방법으로는 이런 구조를 살펴보기 어려웠다.


음핵 등 쪽 신경이 골반 앞쪽의 치골을 덮고 있는 지방조직인 ‘치구’까지 연결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신경 가닥이 음핵에서 10cm 안팎까지 떨어진 곳에 닿아 있었다. 회음신경의 가지인 후음순신경이 음순은 물론 음핵 주변 구조에 연결된다는 점도 드러났다. 상상보다 더 많은 신경줄기들이 더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런 구구절절한 지식을 어디에 쓰는지 궁금할 것이다. 음핵의 신경구조 지도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연구팀은 “특히 외음부 주변을 수술할 때 신경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수술 과정에서 신경이 손상되면, 감각 저하나 만성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여성 성기 주변 신경세포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음핵 신경세포 지도는 여성 생식기의 위험 구역을 표시해, 수술 중 메스가 갈라야 할 곳과 가르면 안될 곳을 세밀하게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트렌스젠더(성전환자)의 성확정수술이나, 여성 할례 피해자를 위한 재건수술에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생겼다. 여성 할례는 의료적 목적 없이 여성의 생식기 일부를 절제하거나 훼손하는 행위다. 유니세프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2억 3000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종교 등의 이유로 여성 할례를 겪었다. 여기에는 어린이도 포함된다. 이들은 평생에 걸쳐 만성 통증, 월경 장애, 염증 등 부작용을 겪는다. 음핵 3차원 신경구조 지도를 만드는 연구는 알지 못해 아픈 사람이 없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Turco lab/FMI
1 스위스 바젤 프리드리히 미셔 생물의학 연구소에서 만든 자궁내막 오가노이드 이미지. 세포막은 보라색으로 표시됐고, 파란 점은 세포핵이다. 연구팀은 이 오가노이드로 월경 등 실제 자궁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재현해냈다.

 

▲Heather George, Alex Bosak
2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촬영한 자궁내막 오가노이드 단면 이미지. 빨간색은 장기를 지지하는 기질세포, 초록색은 상피세포다.<

 

26년 늦은 연구, 이제라도 박차를 가하며

 

이렇게 중요한 음핵 연구가 음경보다 26년이나 늦게 나온 이유를 이 연구원에게 물었다. 그는 두 가지 이유를 들며 설명했다. 먼저 연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음핵 귀두는 이에 대응되는 남성의 기관인 음경 귀두보다 3~8배 더 작다. 그래서 음경 신경지도를 그린 방법으로는 음핵 신경지도를 그리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프랑스 그래노블에 있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 시설(ESRF)을 이용해 폐경기 여성 기증자 두 명의 골반을 고해상도 X선으로 촬영했다. 싱크로트론은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강력한 X선을 만드는 장치다. 덕분에 일반 병원 X선 촬영 장치보다 더 선명한 촬영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른 이유는 물론 사회적 이유다.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금기시됐던 여성의 성에 대한 낮은 관심은 연구를 수행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왔죠.” 최근 여성의 몸에 관한 연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4월 28일엔 자궁내막 오가노이드 연구가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발표됐다. 스위스 바젤 프리드리히 미셔 생의학연구소(FMI)가 이끈 이 연구는 실제 월경 중 벌어지는 현상을 재현해 월경을 이해하는 데 획기적인 진전을 이뤘다. 여성의 몸 속 가려진 부분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doi: 10.1016/j.stem.2026.04.005
이 연구원은 이런 추세 뒤에는 당사자인 여성 과학자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여성 과학자들이 여성의 몸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스스로 나서 연구를 이끌고 있는 것이 변화의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린다 그리피스 교수님은 본인이 자궁내막증으로 오랜 기간 고생하셨고, 조카 역시 같은 질병을 앓는 모습을 보고 본격적으로 이 분야 연구를 시작하셨다고 해요.”


여성의학 연구에는 돈이 모이지 않는다. 이 연구원은 “가장 힘든 부분은 연구비를 확보하는 것”이었다며 “여성의학이 최근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관심이 연구비까지 이어지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24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건강에 대한 투자가 2040년까지 전세계에서 연간 1조 달러(한화 약 1513조 535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빚을 전망이다.


그래도 미래는 밝다. 연구가 발표된 이후,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뿐 아니라 브라질, 칠레 등 남미 언론에서도 음핵의 3차원 신경구조 연구를 앞다퉈 다뤘다. 과학동아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건 연구가 발표되고 약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이 연구원은 여전히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 연구를 기다려왔다는 뜻이리라.


이 연구원은 앞으로 음핵 신경에 대해 더 연구할 계획이다. “기회가 된다면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비뇨기과, 항문외과 전문가들과 여성 골반의 신경 전반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과학동아 애독자였다”고 고백했던 그다. 지금 이 기사를 보고 있을 미래의 여성 과학자들은 언젠가 이 연구원의 뒤를 따라, 이 연구원보다 더 나아가 여성의 몸을 밝힐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이 연구원은 “앞으로 다양한 몸에 대한 인식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몸의 ‘다름’이 우열을 가리는 데 쓰이지 않고, 다양한 몸을 배려하는 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Shutterstock
소말리아 키스마요 지역에서 열린 여성 할례 교육 포럼에 참가한 지역 주민들의 모습. 소말리아에선 15세에서 49세 사이 여성의 약 99%가 할례를 경험해, 여성 할례 시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음핵 신경지도 연구는 여성 할례 피해자들의 의료적 지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6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 디자인

    박주현

🎓️ 진로 추천

  • 수의학
  • 간호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