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가이드마이페이지








[기획] 인공세포가 그릴 미래, 생명의 기준을 다시 재단한다

▲Jean-Baptiste Regnault(W)
인공세포를 넘어 등장할 인공생명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피그말리온의 조각상’을 연상케 한다. 신화에서 조각가 피그말리온이 자신이 조각한 조각상 갈라테이아와 깊은 사랑에 빠지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갈라테이아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인공세포를 만드는 시대가 온다면 인류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한편에서는 인공세포를 활용해 의약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유토피아를 그리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지금껏 인류가 세워놓은 생명의 정의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고개를 든다. 진화한 인공세포가 사람의 통제 밖으로 뛰쳐나가 버릴 위험은 없을까. 전문가들에게 인공세포가 바꿀 미래에 관해 물어봤다.

 

플라스틱부터 당뇨약까지, 만능 세포가 만든다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물질인 인슐린이 몸에서 잘 분비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슐린을 주기적으로 직접 몸에 주사해야 해요. 그런데 인슐린을 스스로 합성하는 세포를 사람이 만들어 몸에 넣어버린다면? 번거로운 약물 주사가 필요 없어지겠죠.” 6월 25일 서강대에서 만난 신관우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인공세포가 합성된 미래를 상상하며 말했다.


인공세포는 말 그대로 사람이 만든 것이기에,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이 원하는 목적대로 개조가 가능하다. 7월 6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만난 이대희 합성생물학연구센터 센터장은 “(인공세포가) 자연 세포를 활용해 만들던 약품과 연료의 효율성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미생물을 활용해 합성고무의 원료를 만들거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유산균의 유전자를 재조합해 항암제 전달제로 활용하거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할 수 있게 개량하는 연구도 한다. 


“저희가 활용하는 유전자 개량 미생물들 역시 원본은 자연 생명체다 보니 생명체로서의 본능이 강합니다. 세포의 주기능이 잘 먹고 잘 살다가 번식하려는 본능에 맞춰져 있죠. 이런 생명체에 저희가 억지로 합성고무나 연료를 만들라고 기능을 부여한 거라 100% 원하는 효율만큼 활용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처음부터 합성고무를 생산할 목적으로 인공세포를 만들어버린다면, 기존 생명체의 생산 효율을 초과할 수밖에 없죠.”

 

▲Lian He
2023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합성한 메테인 가스 분해 미생물. 현재 생명공학은 기존 미생물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앞서 스퍼드셀을 공개한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스퍼드셀 자체를 다양한 목적의 ‘섀시’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섀시는 기계의 기본 뼈대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즉, 스퍼드셀 자체를 기본 플랫폼으로 활용해 원하는 기능만 유전 정보 변경을 통해 추가하면, 특정한 단백질이나 약물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용도의 세포로 개량할 수 있는 미래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인공세포는 일반 세포보다 컴퓨터에서 더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7월 7일 만난 이동엽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연구팀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교수는 세포의 공정 과정을 디지털 트윈 기술로 컴퓨터에 복제했다. 이를 통해 세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제어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세포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수학식으로 만들고, 다시 수학식을 토대로 특정 조건에서의 세포 상태를 예측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연 생명체의 세포는 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 등 생물학적인 원리가 아직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컴퓨터에 완전한 재현이 어려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람이 설계한 인공세포는 들어가는 유전 정보 등을 명확히 알고 있기에 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인공세포의 기능을 설계하고, 실시간으로 제어하기 용이하다. 생명 활동을 분석하는 연구에도 폭넓게 활용 가능하다.

 

인공세포, 컴퓨터로 제어한다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2021년,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 연구팀이 존 크레이그 벤터가 합성한 인공세포를 컴퓨터에 ‘가상세포’로 재현한 이미지다. 인공세포는 일반 세포보다 컴퓨터에서 더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어, 세포 상태도 실시간으로 더 잘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세포에서 나아가 인공생명체도 탄생할까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이번 연구가 ‘인공생명체’ 탄생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암시하기도 했다. 스퍼드셀이 생명체가 지닌 특성인 성장과 복제, 분열, 그리고 자연 선택 현상까지 모두 보였기 때문에 인공생명체 연구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인공세포 연구는 미래에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기반이 될까. 더 나아가 인공인간도 탄생할까. 과학동아가 만난 전문가들은 모두 “단세포 수준의 인공생명체까지는 가능은 하겠지만, 인공인간은 아직 먼 미래”라고 답했다. 이 센터장은 “단세포인 스퍼드셀만 봐도 자기 몸 하나 겨우 힘겹게 유지하는 상황인데, 단세포도 아닌 다세포 동물, 특히 인간의 합성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이라고 말했다.


인공생명체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었다. 신 교수는 “인공생명체의 본질을 유전 정보에만 맞춰서 본다면, 이미 크레이그 벤터의 세포를 포함한 인공생명체는 이미 탄생한 셈”이라고 밝혔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예요. 꼭 인공 피부 같은 인공 신체 기관을 달고 있어야 인공인간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전자에 본질을 둔다면, 유전자만 일부 달라져도 사실은 합성된 인공인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죠.”


인공세포의 과학은 생명의 기원을 들춰보는 동시에 생명의 정의를 흔드는 연구이기도 하다. 과연 생명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먹고, 에너지를 만들고, 분열하고, 진화하는 것이 생명인가? 유전물질만 품고 있어도 생명인가? 


우선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스퍼드셀이 “아직 ‘살아있는’ 인공세포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스퍼드셀이 꼭 리보솜과 에너지 합성을 스스로 못해서만이 아니라 생명체가 지닌 본능과 다르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인간이 정의한 생명체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살아있는’ 인공세포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는 본능을 타고나 번식을 이어 나갈 수 있게끔 태어났지만, 인공세포는 존재 자체가 인간을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유익하게 쓰이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이자 숙명이다.


인공생명체가 탄생하는 미래가 오기 전, 논의해야 할 위험도 있다. 신 교수는 인공생명체 복제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돌연변이를 우려했다. 생명체가 수천 개의 DNA를 복제하다 보면 그중 한 두어 개는 필연적으로 오류가 일어난다. 세포 내 DNA 돌연변이가 쌓이다 보면 암으로 이어진다. 인공생명체 연구 과정에서 유전자 복제를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면, 수많은 돌연변이가 축적되고 인간이 제어하기 힘든 유전자도 나올 위험이 있다.


“슈퍼박테리아를 항생제로 막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연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합성된 생명체의 위험 요소죠.” 신 교수는 “인간이 만든 생명체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알지 못했던 생명체의 등장인 만큼, 새로운 병원체를 전달하는 등 인간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다”며 “연구의 악용 등을 고려해 연구를 무제한 공개할 수 있게 풀어두기보다는 공개 제한의 기준을 세우는 등 윤리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여전히 인공세포 연구자들 사이에서 인공세포의 정의조차 하나로 모여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는 세포막을 스스로 합성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고, 누군가는 움직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각자 강조하는 지점이 달라 통일이 필요하죠.”


어디까지 인공세포라고 이름 붙여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인공세포가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 자연에서 탄생한 생명체를 향한 시선에서 벗어나, 사람이 창조한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hutterstock
유산균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항암제 전달제로 활용될 수 있다.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센터장은 미래에는 인공세포를 만들어 이러한 약품의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6년 8월 과학동아 정보

  • 장효빈
  • 디자인

    이한철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 수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