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과일에 들러 붙어 번식하는 노란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는 정자가 길기로 유명하다. 노란초파리 정자의 길이는 약 180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로 사람 정자의 40배 길이다. 무려 성체 노란초파리의 몸길이에 맞먹는다. 미국 플랫아이언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초파리의 정자가 좁은 저장기관 안에서 서로 엉키지 않고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물리적 원리를 규명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에 6월 22일 발표했다. doi: s41567-026-03305-4
노란초파리 정낭에는 수천 마리의 정자가 저장돼 있다. 정낭 크기는 약 200㎛에 불과해 일반적으로는 비좁은 정낭 안에서 정자가 서로 뒤엉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며 움직인다.
연구팀은 우선 공초점 현미경을 사용해 정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정자가 매우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음에도 공초점 현미경을 활용해 정낭 내부를 3차원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정자의 편모에 형광 물질을 입힌 뒤 레이저를 강하게 쏘아 특정 영역의 형광 물질을 파괴함으로써 어두운 구간의 움직임을 포착해, 인접한 정자끼리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점을 관찰했다.
이 관찰을 통해, 연구팀은 정자가 인근 정자들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생긴 접촉 및 마찰로 추진력을 얻는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물리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했다. 서로 밀고 접촉하는 과정에서 정자들은 하나의 집단처럼 소용돌이를 이루는 회전 운동을 한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은 이러한 독특한 패턴이 물리적 상호작용만으로도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생물학적 현상을 물리학과 수학적 으로 설명한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공동저자인 마이크 셸리 플랫아이언연구소 전산생물학센터 소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가 개발한 수학적 도구는 세포 내 물질 수송 등을 이해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낭 속 정자의 움직임을 시뮬레이션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