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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언스 북마크] 심리학이 뒤바꾼 경제학, 생각에 관한 생각

    ‘딱 5분만 숏츠 보고 공부해야지’ 다짐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같은 후회를 다음날도 반복한다. 대체 우리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이 책은 우리가 이토록 쉽게 다짐을 깨뜨리는 이유, 이런 생각의 실수를 줄이며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알려 준다.

     

    ▲김연정

     

    빠른 직관, 느린 논리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또 후회하는 우리를, ‘생각에 관한 생각’은 시스템 1, 시스템 2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우리 마음속에는 충동적이고 빠른 생각인 시스템 1, 이성적이고 느린 생각인 시스템 2가 있다. 숏츠를 5분만 보겠다는 다짐은 시스템 2의 역할이다. 이 다짐을 실천하려면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아주 집중하지 않으면, 신중하고 느린 시스템 2는 금세 느슨해진다. 바로 이 순간, 행동의 통제권은 눈앞의 즐거움을 좇는 시스템 1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


    시스템 1은 급하고 직관적이며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화난 사람의 사진을 보면 그 사람이 화났음을 바로 아는 것이 그 예다. 큰 노력 없이도 늘 일하는 자동 기계와 같다. 따라서 여러분이 하루 종일 두뇌를 많이 썼거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시스템 2는 게을러지고 시스템 1이 작동하려는 충동을 억누르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질문에 직관적으로 빨리 답해 보자.


    “야구 방망이와 공을 합친 가격이 1만 1000원이다. 방망이는 공보다 만 원 더 비싸다. 공은 얼마일까?”


    바로 떠오른 값은 얼마인가? 보자마자 “1000원!”이었다면 시스템 1이 작동했다. 하지만 답은 500원이다. 너무 쉽게 오답을 떠올린 우리 시스템이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소식은 따로 있다. 미국의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린스턴대 등의 학생 중 50% 이상이 같은 오답을 냈다(물론, 달러와 센트로 질문했다).


    이 현상은 숏츠의 함정에 빠지는 우리 마음과 비슷하다. 카너먼에 따르면 인간은 육체적·인지적 노력이 가장 덜 드는 방식으로 행동한다. 이것이 ‘최소 노력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 할 때도 적용된다. 왜 그럴까? 인간은 게으르기 때문이다. 이 게으름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최소 노력의 법칙은 우리의 이성과 논리를 맡은 시스템 2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 이유도 설명한다. 우리 뇌의 본성이 인지적 노력을 아끼는 것이다. 경제학은 인간의 노력을 비용으로 본다. 이 책은 돈을 아끼듯 인지적 지출도 아끼는 것이 인간 본성이라고 본다. 컴퓨터가 복잡한 프로그램을 돌릴 때 메모리, 배터리를 엄청나게 쓰는 것처럼, 뇌가 시스템 2를 작동시키면 포도당, 에너지를 많이 쓴다. 따라서 우리는 맞는 답인지 따지는 1초의 노력 대신에 쉽게 오답을 확신하며, 다이어트를 하면서 야식을 시키고, 익숙한 충동구매를 반복한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시스템 1의 직관을 맹신하며 산다.

     

    생각에 관한 생각가이드맵
    분야·시기    심리학, 경제학·현대(2011년)
    의의    심리학과 경제학의 경계를 넘어 ‘행동경제학’이란 새로운 분야의 문을 연 책입니다. 인간의 비합리성에 주목함으로써 기존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관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우리의 일상적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추천    KAIST 독서문화위원회 추천도서, POSTECH 권장도서 100선
    난이도     어려움  심리학과 경제학은 물론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의 연구를 넘나드는 책이어서 방대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직관적이고 흥미로운 실험과 사례들이 이 책의 핵심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에 유의하며 읽기를 권합니다. 
    더 읽기    ‘클루지’, 게리 마커스: 인간의 뇌를 진화 과정에서 그때그때 땜질된 불완전한 시스템으로 분석하면서 비합리적 판단의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는 심리학 책입니다.
    ‘상식 밖의 경제학’, 댄 애리얼리: 행동경제학을 일상적인 사례를 근거로 쉽게 설명하는 책입니다. 우리 자신의 경험과 행동경제학의 관점을 결합시켜 줍니다.
    ▲김영사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 지음|이창신 옮김|김영사|728쪽|2만 9800원

     

    그때그때 기준이 다른 내 마음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동료 아모스 트버스키는 수많은 심리 실험으로 인간의 비합리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냈다. 이를 토대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이 판단, 결정하는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카너먼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심리학자가 경제학상을 받았다! 그의 연구가 경제학자들의 오랜 믿음을 완전히 바꾼 까닭이다.

     
    이전의 전통 경제학은 ‘인간은 항상 합리적으로 선택한다’고 믿어 왔다. 이 가상의 인간, 즉 이콘(Econ)은 계산이 빠르고 모든 정보를 꼼꼼히 비교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콘의 의사결정은 이론적이다. 인간은 무척 ‘인간적’이어서 그리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금의 우리는 너무 잘 안다. 내가 쓰던 게임기는 ‘내가 이걸 얼마나 아꼈는데!’라며 중고 시장에 비싼 값에 올리지만, 남이 올린 중고 게임기를 산다면 ‘중고가 왜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콘이라면 똑같은 제품이니 값에 대한 생각도 같을 텐데 말이다.


    전망 이론은 불확실한 미래의 선택지(전망) 앞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100원을 받고 뒷면이면 50원을 잃는다는 가정 자체가 전망이다.


    전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적 특징은 세 가지다. 우리의 현재 위치에 따라 의사결정의 선택지가 달라진다. 내가 0원을 가진 상태에서 1만 원을 벌 전망은 아주 기쁘지만, 10만 원이 있는 상태라면 1만 원만 남을 전망은 슬프다. 같은 1만 원이어도 현재 상태, 즉 기준점에 따라 이익인지 손실인지 결정된다. 인간이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원리를 밝힌 이 이론은 카너먼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핵심 업적이기도 하다.


    다음 특징은 이익, 손실의 규모가 커질수록 심리 변화의 민감도는 낮아진다는 것이다. 1만 원과 2만 원의 차이는 9만 원과 10만 원의 차이보다 더 민감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인간은 기회를 잡는 쪽보다 손실을 피하는 쪽을 택한다. 바로 진화 때문이다. 기회보다 손실 즉, 위협에 민감해야 생존 확률이 높았으므로, 손실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어쩌다 1만 원이 생기는 기쁨과, 1만 원을 잃는 슬픔 중 어느 쪽을 더 크게 느낄까? 카너먼의 실험에 따르면 슬픔을 2배 이상 강하게 느낀다.

     

    ▲김영사
    197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의 아모스 트버스키(왼쪽) 자택 마당에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 트버스키는 1996년에 세상을 떠나 카너먼만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첫인상에 휘둘리는 이유

     

    우리 일상에서 당장의 위협, 감정에 예민한 시스템 1은 충동적으로 선택하고, 반응이 느린 시스템 2는 이 선택을 이성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승인한다. 이때 우리는 착각과 생각의 함정에 빠진다. 


    카너먼은 이 책에서 이런 일상을 설명하는 재미있는 개념을 소개한다. 첫 번째는 ‘보이는 것이 전부다(WYSIATI, What You See Is All There Is)’라는 뇌의 특성이다. 시스템 1은 복잡한 논리는 싫어하고 눈앞의 아주 작은 단서, 한정된 정보만으로도 그럴듯한 이야기를 빨리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완벽한 진실이라고 착각한다. 이런 일도 흔하다. 다음 두 친구의 성격을 생각해 보자. 

     

    영희는 똑똑하고 부지런하며 고집이 세고 질투심이 많아. 
    철수는 질투심 많고 고집이 세며 부지런하고 똑똑해. 

     

    여러분은 둘 중 어느 쪽을 더 긍정적으로 볼까? 아마도 영희일 것이다. 이 둘을 묘사하는 단어는 모두 같고, 순서만 다르다. 영희의 첫인상은 ‘똑똑함’이어서 이어지는 ‘고집 셈’은 ‘소신 있음’처럼 좋게 포장될 수 있다. 잘생긴 연예인을 좋아하면 성격도 착하고 똑똑할 것이라고 넘겨짚듯,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면 그 사람의 아직 보지 않은 다른 면도 모두 같은 방향으로 평가하곤 한다. 이런 경향을 후광 효과라고 한다. 후광 효과는 눈앞에 주어진 단편적 정보로 그 대상의 전체를 평가하므로, WYSIATI의 맥락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 1의 주도로 착각과 오류에 빠지는 일상 속의 또 다른 개념은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실제 통계나 확률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것’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오류다. 밤을 새워 시험공부를 하다가 너무 졸려 딱 한 단원만 빼먹었고, 하필 그 단원에서 나온 문제를 틀린다. 우리는 ‘꼭 공부 안 한 데서만 나오더라’며 좌절한다. 이 아쉬운 감정 때문에 틀린 한 문제의 기억을 나머지 맞힌 문제보다 훨씬 쉽게 기억하게 된다. 이 기억의 가용성이 높아진 것이 가용성 휴리스틱이다.

     

    ▲GIB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의 뇌를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나눠서, 일상적인 비합리성의 원인을 인간의 심리와 진화 과정을 근거로 분석했다. 시스템 1은 당장의 위협에 민감하고 에너지를 적게 쓰므로 장보기와 같은 인간의 일상적 판단을 책임지며, 신중하게 사고하는 시스템 2는 중요한 상황에서만 작동한다고 봤다.

     

    합리성을 위해서 알아야 할 비합리성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인지적 착각에 빠지는지 스스로 알아차리도록 일상적이고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지는 책이다. 이런 통찰로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고, 심리학과 경제학을 넘나드는 이 융합적 관점은 앞으로 사람과 사회를 학문적으로 연구할 학생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핵심 이유는 ‘나 자신에 대한 탐색’이다. 인공지능(AI)이 인간 지능을 모방, 대체해 나가는 시대에 나의 인지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착각에 빠지기 쉬운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마음속에서 계속 충돌하는 두 자아를 제시한다. 지금 글을 읽는 여러분은 ‘경험하는 나’다. 현재에 집중하는 자아다. 반면 ‘기억하는 나’는 지나간 경험들로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시간이 흘러 ‘그 영화 재밌었지’ ‘중학교 때 참 좋았어’라고 느끼는 자아다. 
    이렇게 나눈 결정적 이유는 두 자아의 의견이 크게 달라서다. 카너먼의 ‘찬물에 손 담그기’ 실험을 살펴보자. 아주 차가운 물에 60초 동안 손을 넣는 A 조건, A와 똑같이 손을 넣은 후, 덜 차가운 물에 30초를 더 넣어 총 90초 동안 손을 넣는 B 조건이 있다. 두 조건을 모두 마친 후에, 다시 하나의 조건을 골라서 실험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를까?


    A의 고통을 견딘 후 찬물에 30초나 더 넣는 B의 고통이 더 크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B를 택한다. 결정하는 자아는 ‘기억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이 자아는 마지막 30초 동안 덜 차가웠던 B의 느낌만으로 전체 조건을 편집해서 기억한다. 현재를 사는 ‘경험하는 나’는 결정하지 못한다. 가장 강렬한 순간과 마지막 순간만 ‘기억하는 나’가 결정하는 이런 인지적 특성을 이 책은 ‘피크-엔드 법칙’으로 정의한다. 


    우리는 이콘이 아니다. 시스템 1의 직관에 끌려다니고 기억하는 나의 편집된 스토리에 속고 스스로 이성적이라고 믿는 순간에도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의 함정에 자주 빠지는 패턴을 정확히 알면 어이없는 실수는 크게 줄일 수 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의 지도를 보여 준다. 오늘부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눈앞의 충동에 흔들릴 때, 딱 3초만 생각을 멈춰 보자. 그리고 시스템 2를 일부러 깨워서 ‘느리게 생각하기’를 하자. 우리의 인생이라는 이야기를 좀 더 합리적으로 가꾸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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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7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민 한국과학영재학교 인문예술학부 교원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박주현,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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