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이 접히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초로 공개됐다. 3월 9일 정회성 미국국립보건원 화학물리학연구실 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은 단백질 하나가 3차원으로 접히는 데 약 1μs(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가 걸린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물리학회(APS)’에 발표했다. doi: 10.1103/2q9m-4scc 1μs는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시간의 약 10만 분의 1에 해당한다.
단백질은 3차원으로 접히면서 분자를 운반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단백질이 잘못된 구조로 접히면 해당 단백질과 관련된 기능에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이 접히는 과정은 중요하다. 단백질은 대부분 바로 접히지 못하고 실패했다가 다시 접히기를 반복한다. 단백질이 처음 접힘을 시도하고 완료할 때까지 걸리는 총시간을 측정한 적은 있어도, 단백질이 접히는 데 실패한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접히는 순간의 시간만 측정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단일 분자 형광 분석법’을 이용해서 단백질이 접힐 때의 순 시간을 측정했다. 이 분석법은 빛을 방출하는 형광 염료를 단백질에 붙여 움직임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초록빛을 방출하는 염료와 주황빛을 방출하는 염료를 단백질 양 끝에 붙였다. 그리고 초록빛 염료에 빛을 쏘았다. 그러자 초록빛 염료와 주황빛 염료가 가까워지면서 주황빛 염료가 초록빛 염료로부터 에너지를 전달받아 주황빛을 방출했다. 주황빛이 방출되면 단백질이 성공적으로 접혀 양 끝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주황빛이 방출되기까지 소요된 시간을 아주 정밀히 측정하기 위해 빛을 구멍으로 통과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지름이 120nm(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구멍으로 빛을 통과시켜서 단백질에 쏜 것이다. 이는 빛을 극도로 좁은 공간에 집중시켜 형광 신호를 증폭시키려는 의도다. 짧은 시간 동안에 더 강한 형광 신호를 얻을 수 있어, 극도로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를 정밀히 측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단백질이 접히는 찰나의 순간을 측정해 내는 데 성공했다. 서로 다른 단백질 8개가 접히는 데 성공한 순수 시간만을 측정했더니 평균 0.7~4μs였다. 단백질이 처음 접힘을 시도하고 실패한 시간까지 포함해서 완벽히 접히는 데까지 걸리는 총시간은 80μs~4s다. 따라서 단백질이 접힘 실패 시간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 시간은 전체 접힘 시도 과정에 걸리는 시간의 최대 1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 단백질이 접히는 시간은 단백질의 크기나 길이와 관련이 없었다. 다만 단백질 내 결합이 가능한 아미노산이 많을수록, 접힘이 더 빠르게 일어났다. 정 연구원은 “22가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단백질은 염기 종류가 4가지밖에 없는 DNA 등 다른 생체 분자보다 분자 내 상호작용이 더 많이, 다양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다른 생체 분자보다 더 빠르게 접힐 수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어서 “단백질이 효율적으로 접히는 방식이 진화 과정에서 선택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