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의 석유회사 ‘쉘’의 석유 시추 플랜트에서 선명한 핏빛 액체가 뿜어나온다. 2025년 8월 13일(현지시간),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가로 8m, 세로 12m의 거대한 캔버스를 펼쳤다. 그리고 그 위로 붉은 물감 1000L를 쏟아부었다. 영국의 예술가 아니쉬 카푸어와 그린피스가 함께 기획한 이 작품의 제목은 ‘BUTCHERED(도축된)’다.
이 작품에서 도축된 것은 무엇인가. 그린피스는 다음날 보도자료에서 “BUTCHERED는 석유산업이 우리 지구에 남긴 깊은 상처를 상징한다”면서 “그리고 이 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동안 끔찍한 폭염, 가뭄, 그리고 산불로 인류에게 미치고 있는 피해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현재도 활발히 작동하고 있는 석유 시추 플랜트에 설치됐다. 그린피스의 설명이 의미심장하다. “석유산업이 불러온 파괴를 그 시작점에 되돌려줬다.”
석유 시추 플랜트의 목에서 피가 흐르는 이 때, 생각해볼 연구 결과가 있다. 10월 28일 국제학술지 ‘랜싯’에는 기후변화 대책이 부재한 탓에 매년 전세계에선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54만 6000명, 산불로 인한 대기오염이 불러온 사망자가 15만 4000명이라는 내용의 리포트가 발표됐다. doi: 10.1016/S0140-6736(25)01919-1 흘린 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