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KSLV-II)’는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우주 발사체입니다. 발사체란 위성이나 탐사선 등의 물체를 우주 궤도에 실어 올리는 운송 장치입니다. 쉽게 말해 우주로 물건을 나르는 택배차 같은 거죠. 과거엔 이런 발사체를 만들 때 해외 기술을 빌려오거나, 한국의 독자 기술로 만든 발사체일지라도 우주로 쏘아 올릴 때는 해외의 발사대를 써야 했습니다. 반면 누리호는 설계부터 조립, 시험, 발사까지 100% 한국 기술로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누리호 4차 발사의 탑재 위성은 총 13기입니다. 그중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자체 추진 능력을 갖춘 중형급 실용 위성입니다. 즉 궤도 진입 후에도 전기추력기를 이용해 스스로 궤도를 이동하거나 관측 자세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 위성은 궤도 진입 후엔 단순한 위치 조정만 가능했죠. 이제 한국 발사체 기술은 ‘올릴 수 있는지’ 시험하는 단계를 넘어, 우주 관측 탑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는 운용 단계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누리호 4차 발사의 핵심입니다.
민간 기업이 발사 주체로 나선 첫 발사
한국의 발사체 개발이 국가 주도 연구에서 민간 주도 산업화로 옮겨간다는 점도 누리호 4차 발사의 주요한 의의입니다. 앞선 누리호 1~3차 발사는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설계·제작 전반을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4차부터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 주체로서 누리호의 전체 조립과 시스템 통합을 맡았습니다. 이전 발사에선 항우연이 최종 조립과 품질 관리까지 총괄했습니다만, 이번 4차 발사에선 항우연이 감독·검증·기술 지원을 맡았습니다.
이런 민간 주도의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 우주항공청(KASA)이 발표한 ‘우주항공 5대 강국 입국을 위한 전략 로드맵’과 맞닿아 있습니다. KASA는 2025년 9월 3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계획 수립 공청회’을 열고 “발사체 및 위성 개발 및 활용, 그리고 미래 항공기 개발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민간 주도권을 확대해 민간 주도 우주항공 경제를 가속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2026년까지 민간 발사체 인프라를 확충할 제도를 수립하고 2027년부터 민간 발사장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죠.
우주항공 선진국이 되려면 시장 경쟁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발사체는 ‘쏘고 다시 쓸 수 있는 구조’가 이 경쟁력을 좌우하죠. 이번 로드맵의 목표는 미국의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을 상용화해 우주항공 시장을 뒤흔든 것처럼, 한국도 민간 주도의 조립·발사 생태계를 확대해 ‘우주항공 5대 강국’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누리호 4차 발사는 이런 야심찬 로드맵을 위한 중대한 전환점이죠.
오로라 관측 위해 새벽 하늘로 쏜다
4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총 13기의 위성을 싣고 궤도에 오릅니다. 이 중 주 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오로라와 대기광 관측, 우주자기장 측정 등을 수행할 500~600kg급 과학위성입니다. 나머지 12기는 대학이나 민간이 개발한 소형위성들입니다. 통신 실험, 우주방사선 탐지, 위성 간 네트워크 실험 등에 쓰일 예정이죠.
이번 4차 발사는 27일 0시 54분부터 1시 14분 사이에 이뤄질 예정입니다. 최초로 새벽에 발사하는 이유는 오로라 관측 임무를 맡은 주 탑재체,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있습니다. 오로라를 관측하려면 600㎞ 상공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나로우주센터 발사장이 이 궤도와 일치하는 오전 1시 무렵에 누리호를 발사해야 합니다. 단, 오전 1시 14분에 근접하면 발사체가 국제우주정거장에 점점 가까워지기 때문에 발사 시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지침상 유인우주선과 발사체 간 안전 거리는 200km 이상이어야 합니다.
3차 발사(8기, 총중량 약 504kg)와 비교해, 4차 발사는 탑재체가 5기 늘었고 총중량은 약 1.04t으로 두 배 가까이 무겁습니다. 수치만 보면, 일단 ‘더 무거운 탑재체도 우주에 올릴 수 있다’ 정도의 느낌이죠. 그런데 이 차이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탑재체 수가 늘어날수록 발사체의 사출 시스템이 더욱 고도로 정밀해지기 때문입니다.
위성들을 동시에 각각의 궤도로 진입시키려면 여러 변수를 동시에 제어해야 합니다. 탑재체 분리 타이밍, 위성 간 충돌 방지, 통신 개시 등이 그 변수들이죠. 탑재하는 위성이 늘어나면, 한 번에 제어해야 하는 변수들도 늘어서 제어 과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위성마다 목표 궤도가 다르고 분리 시점도 초 단위로 나뉘어서, 미세한 오차 탓에 위성이 궤도 진입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위성 중 하나라도 제 위치에 진입하지 못하면 발사의 비용 대비 효율은 물론, 시장에서의 신인도도 떨어집니다. 반면 한 번의 발사로 여러 궤도 임무를 수행해내면, 한국도 상업 발사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죠.
즉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이 개발한 발사체의 경제성과 사업성을 증명하는 시도입니다. 3차 발사 때의 다중 사출 기술이 상용 수준으로 발전했는지 검증하는 거죠. 발사체 기술이 한국의 산업 생태계로서 확장돼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KASA가 거듭 ‘뉴스페이스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그토록 염원하는 우주수송 시장에 진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재사용 발사체 개발입니다. 발사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은 높이는 열쇠가 재사용 발사체죠.
재사용 발사체, 누리호 발사의 넥스트 미션
일반적인 발사체는 한 번 쏘고 나면 부품 대부분이 바다에 떨어져 다시 쏠 수 없습니다. 발사체를 계속 새로 만들어야 하니 돈이 많이 들고 발사 주기도 길어집니다. 그래서 세계의 우주항공 기업들은 발사 후에 회수해서 다시 쏘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주에서 떨어지는 발사체를 손상 없이 착륙시키기 위한 네 가지 필요 조건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기체를 바로 세우고 정확히 내려오는 비행·제어 기술, 원하는 때에 원하는 세기의 불꽃을 만들고 재가동이 자유로운 엔진과 연료 기술, 극한의 온도와 충격을 견디는 구조와 재질, 그리고 발사체를 회수하면 짧은 시간에 재발사 가능한 상태로 점검하는 정비 체제입니다. 이 네 조건 각각을 충족하기도 어렵고 조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서, 하나를 바꾸면 나머지도 바꿔야 합니다. 재사용 발사체는 단순한 발사체 회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연료의 전환이 재사용 발사체를 정밀 제어하는 데에 중요합니다. 착륙 시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잡으려면, 꺼졌던 엔진을 다시 켜고 불꽃의 세기를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상에선 엔진 점화가 간단해 보이지만, 비행 중에 흔들리는 금속 용기 안에서 산소와 연료를 정확한 비율로 섞어 점화시키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연료가 너무 적으면 엔진이 꺼지고, 너무 많으면 폭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엔진을 재사용하려면 그을음, 찌꺼기 같은 내부 잔여물이 적어야 합니다. 현재 누리호의 연료인 등유는 추진력이 세고 안정적이지만 잔여물이 많아 엔진 세척과 재사용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오므로 기후 환경의 문제도 있죠. 반면 메탄은 그을음이 거의 없고 엔진 세척 없이 다시 쏠 수 있어서, 차세대 연료의 대표 격으로 여러 나라가 연구 중입니다. 그러나 약 영하 160℃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해서 연료 탱크의 단열, 압력 유지가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안나 POSTEC 기계공학과 교수팀과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은 최근 새로운 암모니아 추진제를 공동 개발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 ‘연료(Fuel)’에 발표했습니다. doi: 10.1016/j.fuel.2025.136893 암모니아는 연소 시 탄소를 전혀 내놓지 않으므로 엔진 잔여물도 없고 보관과 저장은 메탄보다 훨씬 쉬운 반면, 불이 잘 붙지 않아서 실용화가 어려웠죠.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산화질소(N2O)를 산화제로 쓰고, 플라스마 점화기술(RGA)을 접목시켰습니다. 전극 사이에 위치한 전기 아크를 회전시키며 큰 부피에서 전자를 방출해, 반응성이 낮은 암모니아를 빠르게 분해하고 불꽃을 안정화한 겁니다.
실험 결과, 이 암모니아 추진제는 기존 탄화수소 추진제보다 추진 효율이 높고 연소 온도는 낮았습니다. 특히 플라스마 시동 가스로 암모니아와 아산화질소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엔진의 재시동성과 운용 유연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강홍재 기계연 선임연구원은 “RGA 기반 플라스마 점화 기술은 엔진 재시동이 필요한 발사체 및 탐사선 등 여러 우주 임무에 적용할 수 있다”며 “탄소 배출 없는 추진 시스템으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죠. 4차 발사 이후에 이어질 누리호 발사의 임무도 이렇게 차근차근 진행 중입니다.
n차 발사로 이어질 n-1차 누리호의 도전
누리호 1차 발사 때는 ‘쏠 수 있다’를, 2차 발사 때는 ‘발사체를 궤도에 올릴 수 있다’를, 3차 발사 때는 ‘위성을 수송할 수 있다’를 증명했다면 4차 발사부터는 ‘산업에 쓰일 수 있는가’에 대한 경쟁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4차는 물론 재사용 발사체 기술과 함께 바뀌어갈 5차, 6차 발사까지 기대되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