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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생물] 손가락의 진화적 기원, 물고기 항문에서 왔다?

▲Shutterstock
스위스 등 국제 공동연구팀이 제브라피쉬를 통해 사람 손가락의 기원을 밝혔다.

 

집고, 긁고, 줍고, 찢고…. 손가락은 일상 속 무수한 동작에 관여한다. 그런 손가락이 실은 물고기의 배설구와 진화적 연관이 있다는, 쉽게 믿기 힘든 연구가 나왔다. 9월 17일, 스위스 제네바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doi: 10.1038/s41586-025-09548-0


사람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의 발달에는 ‘Hox’라는 발달 조절 유전자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Hox 유전자는 동물의 발생 과정에서 몸의 구조를 어떻게 조직할지 결정하는 유전자 그룹이다. 몸에서 어떤 부분이 머리가 되고, 어떤 부분이 팔이나 다리, 몸통이 될지를 정하는 청사진 역할을 한다. Hox의 조절 부위가 어디서 왔는지, 진화적 기원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물고기의 지느러미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었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쉬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에 나섰다. 이들은 ‘CRISPR-Cas9(크리스퍼-캐스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Hox 유전자군 중 Hoxd 조절 인자를 제거했다. 그러자 생쥐에서는 손가락과 발가락 부분에 결함이 생겼다. 반면 물고기에서는 예상했던 지느러미 대신 총배설강(소화, 배설 등을 처리하는 구멍) 쪽에 결함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를 총배설강을 만드는 데 쓰였던 유전자 조절 부위가 이후 척추동물의 손가락을 만드는 데 쓰였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언뜻 보기엔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항문과 손가락, 어쩌다 두 기관의 발달이 연결됐을까? 연구팀은 둘에서 ‘말단부’라는 공통점을 짚었다. 총배설강은 물고기 몸의 끝에 위치한 기관이고, 손가락과 발가락 역시 사지의 끝을 이루는 구조다. 이런 위치적 유사성으로 인해 기존의 발달 스위치가 새로운 용도로 전환됐다는 해석이다.


연구팀은 척추동물 전체에서 유전자 조절 인자가 어떤 방식으로 진화를 이끌어왔는지를 밝혀줄 힌트가 되리라 기대했다. 연구를 이끈 데니스 듀불 스위스 제네바대 유전진화학과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자연은 손가락에 대한 새로운 조절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총배설강에서 작동하던 기존 방식을 재활용했다”며 “오래된 것을 재활용한 유전자의 놀라운 사례”라고 전했다.

 

Hoxd 조절 인자에 따른 배설강 발달의 차이
국제 공동연구팀은 제브라피쉬의 Hoxd 조절 인자를 그대로 둔 배아(좌)와 제거한 배아(우)의 배설강 발달을 비교했다. 그 결과, 조절 인자를 제거한 배아에서는 배설강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 보라색으로 염색된 부분은 배설강 유전자로 발현되는 부분.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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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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