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다이싸이아펜테인 (2,4-Dithiapentane)

애인과의 기념일이면 꼭 가는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트러플을 얹은 파스타다. 계란 노른자와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로 맛을 낸 파스타 위에 얇게 저민 블랙 트러플 버섯을 얹는다. 휘발유 냄새 같기도 하고 깊은 흙냄새 같기도 한, 코를 살짝 찌르는 듯한 버섯 향이 치즈 향과 만나면 풍미의 대폭발이 시작된다. 아무리 느끼한 파스타라도 여러 접시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향이다.
한국에서 ‘트뤼프’ ‘서양 송로’라고도 불리는 트러플은 서양 요리에서 3대 진미에 속하는 식재료로 널리 알려졌다. 깊은 땅속에서 나는, 잘 쳐줘도 흙덩어리 정도로 보이는 못생긴 버섯을 그 위상으로 올려놓은 일등 공신이 바로 향이다. 보통 트러플을 크게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 종류로 나누지만, 실제로는 약 30종류의 트러플 버섯이 식용으로 쓰인다. 이들 각각은 약 10~20개 방향성 화합물의 조합으로 냄새를 만드는데, 메틸싸이오메테인, 3-메틸-1-부탄올 같은 화합물은 대부분의 버섯에서 발견된다. doi: 10.1128/AEM.01098-15
그럼에도 눈에 띄는 화합물이 한 가지 있는데, 흰 트러플에서 발견되는 ‘2,4-다이싸이아펜테인’이 그것이다. 이 물질은 사상 처음으로 밝혀진 트러플의 방향 화합물로 황 화합물 특유의 톡 쏘는 향을 낸다. 더 중요한 점은 이 향을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팔리는 ‘트러플향 오일’은 2,4-다이싸이아펜테인을 인공적으로 첨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 트러플 향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서 보존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더 설득력 있는 이유는 훨씬 저렴하게 트러플 향을 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료 물질이 같다면 같은 향이라 할 수 있을까? 2,4-다이싸이아펜테인과 트러플 오일은 자연과 인공 사이의 희미한 경계가 어딘지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