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전공이 철학과라면 점을 칠 줄 아느냐, 수학과라면 계산 좀 해달라, 미대라면 가게 로고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말을 언젠가 한 번은 듣게 된다는 오래된 농담이 있다. 이 농담은 그만큼 우리가 타인의 전문 영역을 잘 모른다는 사실과 함께, 많은 사람이 철학, 수학, 미술 같은 개념에 대해 공유하는 강한 인상이 있음을 보여준다. 점을 치는 곳에 붙은 ‘철학관’이라는 간판을 본 기억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운석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우주화학자가 자기 소개를 하면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을까? 아무래도 충돌인 모양이다. 언제, 어떻게, 어떤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지 말이다. 내내 비슷한 질문들을 받았을 그레그 브레네카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그의 신간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에서 운석과 지구, 인류가 그려온 관계도를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한다.
물론 충돌은 운석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강력한 인상이다. 운석학자인 저자는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에서 그 충돌의 결과가 얼마나 복합적인지에 우선 주목한다. 멸망이나 멸종 외에도 운석이 지구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크고 다양하다. 초기 지구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쪼개진 일부가 달이 됐고, 지금도 지구에 매일 도달하는 온갖 운석 물질에 초기 우주에 존재한 다양한 물질과 우주의 과거 상태가 담겼다는 사실은 그 내용의 일부다.
공룡을 멸종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간주되는 운석 충돌이 남긴 멕시코의 거대한 칙술루브 충돌구는 비교적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는 이 운석 충돌이 공룡을 끝냈기에 일어난 사건에 더 주목한다. 이 칙술루브 운석이 충돌해 지구 대기 조성에 결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공룡도 멸종시켜서, 인류의 조상인 포유류가 지구 생태계의 대세가 됐다. 독자들에게 운석 충돌의 영향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전달하려는 저자의, 운석학자다운 의도가 드러난 대목이다.
운석은 지구 밖의 우주에서 왔다는 사실이 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역사도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의 핵심 주제다. 아리스토텔레스와 뉴턴 등 '지적 거인'들이 운석은 지구 안에서 튀어나온 암석이라고 단정하면서, 오랫동안 운석은 바람을 타고 왔거나 화산에서 날아온 돌덩이라는 오해를 받았다. 이 책은 운석이 긴 오해를 극복한 논쟁에 담긴 근대적 과학관의 본질을 보여준다. 거대 운석의 지구 충돌이란 상상이야말로 현대 과학의 산물인 셈이다. 운석이 선사해온 과학적 충격들을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에서 만나보자.

〡한국 최대 해양오염 사고의 교훈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해상에서 삼성예인선단이 끌고 가던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이, 정박 중이던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했다. 이 선박 충돌 사고로 대량의 기름이 유출돼 심각한 물질적,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일으켰다. 한국 최대의 해양오염 사고인 이 사고에 관한 자료들의 핵심을 선별해, 유류 유출 현장에서 생태계 영향을 평가하는 연구자와 일반 독자가 참조하도록 구성한 책이다.
Black Tides 검은 재앙 임운혁, 심원준 지음 〡 한국해양과학기술원 〡 308쪽 〡 2만 5000원

〡가장 끈질긴 물리학적 오류
2500년 물리학사를 관통해, 여성이 서구 물리학에서 배제된 원인과 과정을 과학적, 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이 밝힌 오랜 배제의 핵심은 무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학파에서부터 21세기 물리학계까지 이어진 성차별적 편견이다. 이런 물리학 문화를 바꾸기 위해 남성 위주 학계의 뿌리깊은 여성 배제, 미국 대학 정교수의 여성 비율이 13%에 불과한 현실 등에 대한 문제의식도 강조한다.
물리학이 잃어버린 여성 마거릿 워트하임 지음 〡 최애리 옮김 〡 신사책방 〡 432쪽 〡 2만 2000원

〡2024 노벨상의 모든 것
2024년 노벨상을 꿰뚫는 키워드는 인공지능이다. 노벨위원회는 2024 노벨 물리학상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 분야에서 활약한 연구자들을 선택했다. 2024 노벨 생리의학상은 암, 심혈관질환 같은 여러 질병의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마이크로RNA(miRNA) 발견자들에게 돌아갔다. 2024년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과 그들이 인류에게 제시한 비전을 소개한 이 책은 최고의 노벨상 가이드북이다.
미래를 바꾸는 노벨상 2024 이충환, 이종림, 오혜진 지음 〡 동아엠앤비 〡 128쪽 〡 1만 3000원

〡노벨상으로 읽는 스토리텔링 과학사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분야의 탁월한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45명의 과학자와 함께 과학사의 핵심을 짚은 책이다. 식량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려 준 질소 비료, 인류를 고통과 질병에서 구한 모르핀과 페니실린, 인슐린,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도 꼽히는 플라스틱, 그리고 전자산업혁명의 주역인 트랜지스터까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근원을 살펴보며 미래를 향한 혁신의 가능성까지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노벨도 관 속에서 벌떡 일어날 절대 죽지 않는 과학책 이성규 지음 〡 블랙피쉬 〡 280쪽 〡 1만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