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FWS Pacific(F)
세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야생 조류인 레이산앨버트로스 ‘위즈덤’이 알을 낳았다. 2024년 12월 4일,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USFWS)은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74살로 추정되는 위즈덤이 새로운 파트너와 함께 새 알을 낳았다”고 발표했다.
레이산앨버트로스는 북태평양과 남반구를 오가며 살아가는 철새로 날개를 편 크기는 약 190~200cm에 달한다. 레이산앨버트로스는 자연 상태에서 보통 12~40년 정도 사는데, 위즈덤은 이를 훌쩍 넘긴 74세다. 이전까지 가장 오래 산 앨버트로스의 기록은 45세였다.
위즈덤은 2001년 미드웨이 환초에서 다리에 붉은 띠를 두른 채로 목격됐다. 이 붉은 띠는 위즈덤이 약 5살이던 1956년, 조류학자 챈들러 로빈스가 부착한 것이었다. 최근에는 미드웨이 환초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새로운 짝과 함께 알을 품은 채 발견됐는데, USFWS는 “위즈덤의 오래된 짝 아키아카마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앨버트로스는 평생 한 짝과 사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연구팀은 위즈덤이 비정상적으로 긴 수명 때문에 번식을 이어가기 위해 여러 짝을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레이산앨버트로스가 이렇게 오래 살고 고령에도 번식할 수 있는 비결로는 낮은 대사율, 그리고 텔로미어 유지 시스템이 꼽힌다. 대사율이 낮으면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가 적어 노화 속도도 느려진다. 특히 일부 새들은 텔로미어라는 염색체 끝의 보호 캡을 유지하는데, 이것이 텔로미어가 나이를 먹으면서 짧아지는 것을 막아 세포 노화를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위즈덤의 고령 출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부터 2018년, 2020년까지 꾸준히 번식을 이어왔고, 2021년에는 그의 짝 아키아카마이가 사라지면서 번식을 멈췄다. 당시 과학자들은 “위즈덤이 새로운 짝을 찾고 번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뒤엎고 다시 알을 낳았다. 연구자들은 이 알이 성공적으로 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USFWS는 “위즈덤의 70년 여정은 모든 레이산앨버트로스는 물론, 수많은 종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수천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